계란찜

몰래 먹으면 꼭 들키게 되는

by 김희재

내가 어렸을 적엔 계란도 만만한 반찬이 아니었다. 계란 값이 비싸서 그랬는지, 식구는 많은데 형편이 넉넉하지 못해서 그랬는지, 마음껏 먹을 수가 없었다. 가끔 어머니는 연탄불 위에 얹은 양은 밥솥에다 계란찜을 하셨다. 밥이 부루루 끓어올랐다가 잦아드는 시간을 용케 찾아내, 계란 물이 든 그릇을 밥솥에 넣어 놓으셨다. 쌀알에 밥물이 다 스며들어 구수한 냄새를 풍기며 뜸이 들면, 계란찜은 연노란색으로 보드랍게 익었다.


솥에서 금방 나온 계란찜은 참을 수 없는 유혹이었다. 솥뚜껑을 열면, 아무 치장도 하지 않아 더 고혹적인 자태에 저절로 침이 고였다. 우리 집에서 '맛있는 반찬'은 무조건 어른이 먼저였다. 상에 오르기도 전에 부엌에서 집어먹는 건 어머니가 제일 혐오하는 천한 짓이었다. 계란찜 그릇은 식구 수에 비하면 턱없이 작아서 마음 놓고 크게 푹 떠먹을 수도 없었다.


몇 살 때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진 않는데, 잊히지 않는 장면이 하나 있다. 밥솥을 열었는데, 한 귀퉁이에 계란찜 그릇이 있었다. 아무런 고명도 올라가지 않은, 소복하게 부풀어 오른 계란찜이 먹고 싶어 견딜 수가 없었다. 요령껏 아주 조금만 퍼서 먹으면 아무도 모르겠지. 숟가락으로 위에서 살짝 떠서 조금 맛보았다. 먹다 보니 간이 커졌다. 판판하게 다듬으며 한 숟갈 더 떠먹고 시치미를 뚝 뗐다. 밥상머리에서 계란찜을 문제 삼는 사람은 없었다. 나는 아무도 모르고 지나가는 줄 알고 혼자 좋아했다.


밥상을 다 물리고 난 후에, 어머니가 옛날이야기를 하나 해주셨다. 옛날 옛적에 어리석은 여종이 숟가락 자국은 감출 수 없는 줄을 모르고 계란찜 한 귀퉁이를 살짝 떠먹었다가, 마님한테 죽을 만큼 혼났다는 이야기였다. 어머니는 다 알고 계셨다. 하지만 어떤 꾸중을 들었는지는 기억에 없다. 오로지 계란찜은 몰래 먹으면 꼭 들키게 된다는 사실만 오래 남았다.


요즘은 계란이 단백질 섭취에 가장 좋은 식품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삶아 먹고, 구워 먹고, 프라이해서 먹고, 달걀말이도 하고, 오믈렛도 하고, 스크램블도 한다. 여러 가지 조리법 중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계란찜이다. 심심하고 감칠맛 나게 간을 맞춰서 찜솥에 쪄내면 열 반찬이 부럽지 않게 한 끼를 잘 넘긴다.


계란찜은 새우젓으로 간을 하는 게 제일 맛있다. 맛술이나, 우유, 설탕 등을 넣은 것은 내가 좋아하는 맛이 아니다. 고명으로 파, 당근, 양파 등을 넣는 것도 별로다. 바쁜 아침 시간에 이것저것 다 넣으려면 손이 너무 많이 가서, 나는 되도록이면 간단한 방법으로 쉽게 한다. 후다닥 계란물 만들어서 찜솥에 올려놓으면 손 보탤 일이 없다. 적당한 때에 불을 끄고 꺼내 먹으면 된다.


(계란찜 만드는 법)

1. 찜냄비에 물을 부어 불 위에 올린다.

2. 물이 끓는 동안, 적당한 내열 그릇에 계란 3개, 물 150ml(정수기 1컵)와 새우젓 한 젓가락, 참치액 쪼르륵 조금, 참기름 한 바퀴 휘익 두르고 젓가락으로 잘 풀어 준다. 한 방향으로 부지런히 저으면서, 알끈이 남아 있는지 가끔 집어 올려본다. 잘 풀어진 계란 물을 자기 입맛에 맞게 간 맞춘다.

(새우젓은 육젓이 통통하고 맛있다고 하는데, 계란찜에는 알이 작은 추젓이 제일 적당하다. 굳이 새우를 다져 넣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

3. 물이 끓으면 풀어놓은 계란물을 찜솥에 올린다.

4. 계란은 가장자리부터 익는다. 가운데 계란물이 안 보이고, 위로 소복하게 부풀어 오르면 다 익은 것이다.


찜솥에서 금방 익은 계란찜에 통깨만 살짝 뿌려서


그릇째 상에 올려 따뜻할 때 호로록 ~



혼자 밥 먹어야 하는 날, 계란찜에다 밥을 넣고 대충 비벼서 김에 싸서 먹으면 반찬 없어도 괜찮다.

소화 기능이 약해진 사람에게도 부담 없는 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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