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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희재 Feb 15. 2024

모르고 가는 나라, 모로코(2)

페즈 천년 식당, 쿠스쿠스, 리바트

점심 식사는 천년 넘은 건물을 식당으로 만든 곳에서 했다. 천년 세월을 견딘 으리으리한 건물이 여전히 짱짱하고 정교해서 깜짝 놀랐다. 넓은 홀의 상석엔 무대도 있고 천장이 높아서 소리의 공명이 잘 되었다.


한국에서부터 동반한 인솔자가 무대에서 노래를 불렀다. 성악을 전공한 그의 노래를 들으니 귀족들의 파티에 초대받은 기분이다. 박미경 수필가의 노래도 매우 좋았다.      

  


식당이 된 천년 넘은 건물에서 식사하는 모습

                      

점심 메뉴는 모로코 전통 음식 쿠스쿠스였는데, 특별한 날에 가족들이 함께 즐기는 음식이었다.


넓은 그릇 밑에다 좁쌀밥을 깔고, 그 위에 각종 채소와 닭고기를 얹은 요리였다. 우리 입맛에도 딱 맞아서 다들 맛있게 먹었다.         

 


모로코 전통 요리 쿠스쿠스

 

오늘 일정은 카사블랑카까지 가야 끝난다.


페즈에서 모로코의 수도인 리바트까지 가려면 2시간 반 버스를 타야 하고, 리바트에서 카사블랑카까지 가는데 또 1시간 반이 걸린다.


아침에 출발한 탕헤르에서부터 카사블랑카 숙소에 들어가기까지 거의 10시간 넘게 차를 타고 장거리 이동을 하는 것이다. 이번 여정 중에서 오늘이 가장 살인적으로 차를 오래 타는 날이다.     



우리는 배를 타고 유럽에서 아프리카로 건너왔고, 가톨릭 국가에서 이슬람 국가로 넘어왔다. 내가 그저 막연히 상상했던 것보다 다른, 힘차게 도약하고 있는 나라가 모로코였다.


현재 모로코 국왕인 모하메드 6세는 무척 개혁적인 왕이다. 그는 모로코에서 가난과 부패를 물리치도록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인권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일부다처제를 일부일처제로 바꾸고, 여성에게도 남성과 똑같은 사회적 지위와 권리를 부여하겠다고 약속했다.


국왕의 개혁 의지에 부응하여 모로코 국민도 지금 열심히 일하고 있었다. 유럽과는 비교할 수 없게 값싼 노동력이 모로코의 잠재력을 키웠다. 국가 지도자와 국민이 합심하여 노력한 결과 유럽에 있는 공장들이 옮겨오기 시작했다.


이른 새벽에 근로자들을 태운 봉고차들이 일터로 가는 것이 모로코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 되었다. 우리나라 구로공단과 새마을 운동 같은 모습이었다.



리바트 왕궁 앞에서 단체 사진

                                 

우리는 종일 시간에 쫓겼다. 리바트 왕궁과 모하메드 5세 왕릉, 리바트 구시가지와 전통시장은 정말로 점만 찍고 다녔다. 이름부터 낭만적인 카사블랑카에 가기 위해서는 워낙 장거리 이동이 불가피했다.    

  



카사블랑카는 ‘하얀 집’이라는 뜻이다. 모로코에서 유일하게 스페인어로 지어진 지명이기도 하다. 아랍어로는 다르 엘 베이다(Dar el Beida)라고 하는데 역시 '하얀 집'이라는 뜻이다. 베르베르어로 된 옛 이름은 안파(Anfa)다. '작은 산, 언덕'이란 뜻이다.


영화 제목이기도 한 카사블랑카를 생각하면 나는 막연히 언덕 위의 하얀 집을 떠올리곤 했다. 여기 와서 가이드의 설명을 듣고 보니 전혀 근거 없는 상상은 아니었다. 다행이다.


대서양 연안에 자리 잡은 카사블랑카는 모로코의 최대도시다. 북쪽에 수도 라바트가 있지만, 관공서나 기업체 등이 몰려있는 행정 중심인 카사블랑카야말로 모로코를 대표하는 관광도시이자 경제도시다.


끝없이 펼쳐지는 대서양을 바라보며 언덕 위에 하얀 집이 그득한 광경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달콤하고 황홀하다. 우리는 영화의 주인공이라도 되는 양 괜히 들떠서 피곤함마저 잊었다.


영화 속 그 카페에 가서 술 한 잔 마시며 인생과 낭만과 사랑에 대하여 열띤 토론을 벌일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터질 듯 벅차다. 내 마음속엔 어느새 ‘As Time Goes By’ 선율이 그윽하게 깔린다.


버스는 쉬지 않고 카사블랑카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계속)


모로코 여행 신문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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