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무덤에 들어, 내게 말씀하셨다
전갈이 독을 품고 사막에만 사는 것이 아니듯
죽은 자의 무덤에도 제각각의 말투가 있다고
황무지에 던져 놓아도 살아남을 아이라고
무덤의 말투를 익힌 아버지는 나를 그렇게 불렀지만
선인장과 낙타를 거느린 오아시스 그늘은
내게 단 한 번도 머릴 쓰다듬지 않았다
축축한 도시의 밀림을 건조하게 바꾼 무표정한 건물들
낭떠러지로 늘어진 그림자 속 이파리들은
사막의 타란툴라보다 더 작은 털들을 숨기고 있었다
어딜 가나 그늘은 나보다 앞질러 발걸음을 옮겼고
동토에서 자란 나이테들은 사계절 내내 응달을 키웠다
사막의 낮과 밤은 생존 조건이 극과 극인 것처럼
나의 지상과 지하는 건기와 우기 앞에서 울음을 견뎠다
나는 눅눅한 어둠을 온몸으로 받아들였고
눈빛만 키운 내 습관을 비웃듯 독을 품은 전갈은
햇빛의 방심 쪽으로 꼬리를 감추고 그림자를 노렸다
독은 단 한 번만 쏘아 올리는 거다
막판에서 막판으로 내몰리거나 막장에서 막장으로 치달릴 때
슬픔이 다한 곳에서 독침 하나를 꺼내는 것이다
늘 엑스트라만 맡던 신파극을 끝내고 아버지는 무덤의 말투로
비장한 결말을 무덤 앞에 내려놓으신다
내가 이곳을 떠난 후에도 아버지는 아무런 표정이 없어
어떤 기억 쪽으로 무덤의 말투만 수북하게 자라 있겠지만
썩지 못한 말은 무덤에서도 숨겨둔 활자처럼
푸른 독으로 음각될 것이다, 저 잔디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