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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숙 Nov 22. 2023

도시락

이곳에는 도처에 도시락이 널려있다

누구를 위한 식사일까 

    

찌그러진 김밥처럼 불빛이 으깨진 클럽에서 뭉개진 음악과 춤을 섭취하고 

환하게 기지개 켜는 새벽에게 샬롬!    

 

이른 새벽 전동차의 내장 속으로 밀려들어 가는 잡채, 소시지, 시금치들

이 도시에는 다양한 음식이 담긴 도시락이 즐비하지만

저 도시락들의 주인이 누군지는 알 수 없다    

 

더 이상 어쩌지 못하는 소문을 이 도시의 식탁에 앉히는 것만으로도

외롭지 않다는 믿음이 도시락에게는 있다     


날마다 제공되는 한 끼 식사로는 해결되지 않는 

이 굳건한 공복은 언제부터 도시의 뱃가죽을 배회하고 있었을까 

    

도시락 메뉴는 정해 있지 않아서 도시는 한 끼를 위해 서류 더미를 뒤지고 

어디론가 전화하고 메일을 열면서 하루를 시작한다 

    

도시의 도처에 출몰하는 불빛들은 어느덧 

찬 공기와 바람으로도 하루를 견디는 잡초처럼 질긴 식성을 갖게 되었다  

   

오늘 밤도 홍대 앞 클럽박스 스테이지 중앙을 춤과 음악과 버젤페터가 곁들여진 도시락都市樂이 기쁘게 돌아가고, 돌아갈 곳 없는 거리의 공복들은 단무지의 표정을 하고 어둑한 골목의 김밥 한 줄 속으로 슬쩍 끼어들고 있다     


집 앞, 석촌호수를 둥둥 떠다니는 낯익은 오리 한 마리가 아까부터,     

 

 나마스떼! 나마스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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