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할아버지, 그러니까 시아버지는 오래전부터 2형 당뇨로 병원을 다니고 계셨다. 아이의 진단 소식을 들었을 때, 처음 당뇨 판정을 받고 가장 먼저 하신 말이 “1형 만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몇 번이나 전화를 하며 확인하셨다. 좀처럼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분인데, ‘1형 당뇨’라는 말을 듣고는 한동안 기운을 못 내시는 것이 느껴졌다. 속상한 마음을 애써 숨기고 계셨던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아이가 씩씩하게 혈당 관리를 해나가는 모습을 보시고는 오히려 우리에게 격려를 해주셨다.
그리고 어느 날, 결심한 듯 말씀하셨다. 아이처럼 연속혈당측정기(CGM)를 한 번 써보고 싶다고. 마침 주치의가 “이대로는 관리가 어렵다. 인슐린 치료를 시작해야 할 수도 있다”는 말을 했다고 했다. 그제야 마음이 다급해지신 모양이었다. 손자의 혈당 관리를 늘 지켜보면서도 정작 자신의 혈당은 모른 척하고 계셨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연속혈당측정기를 권했다. 데이터를 직접 보면 생각이 달라지실 것 같았다.
인터넷으로 주문해 시댁 주소로 보내드렸다. 며칠 뒤 아이에게 전화가 왔다.
“이거 어떻게 붙이는 거니?”
하나하나 물어보며 센서를 부착하셨고, 아이와 함께 좋아하시는 모습을 보니 괜히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며칠 지나지 않아 전화가 잦아졌다.
“뭘 먹어야 혈당이 안 오르니?”
“햄버거는 어느 가게 걸 먹는 게 좋니?”
하루에도 몇 번씩 전화가 왔다. 괜히 CGM을 쓰시라고 했나 싶을 정도였다. 전화는 시아버지에게서만 오는 게 아니었다. 시어머님에게서도 불만 섞인 전화가 여러 번 왔다. 음식을 준비하는 게 너무 힘드시다는 것이다. 반찬마다 혈당이 다르게 오르니 그동안 먹던 메뉴를 바꾸는 일이 보통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가 먹는 방식대로 해보시라고 말씀드렸다. 식사 전에 샐러드 한 그릇을 먼저 드시고, 그다음에 평소 식사를 하시면 훨씬 관리가 쉽다고.
그런데 이번에는 또 다른 전화가 왔다.
“식재료 값이 너무 많이 나온다.”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한참 겪으신 뒤, 어느 정도 익숙해지셨는지 전화 횟수가 조금씩 줄기 시작했다. 다행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시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왔다.
“의사가 혈당 괜찮다고 하네. 고맙다.”
병원 검진을 다녀오신 뒤였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가 한결 밝았다. 시어머님도 옆에서 좋아하신다고 했다. 이제는 당뇨식 식당을 해도 되겠다며 웃으셨다. 저당 고추장을 만들어 두었으니 언제 와서 가져가라는 말씀도 덧붙이셨다.
아이의 혈당 관리가 어느새 우리 가족 모두의 건강을 챙기게 된 셈이다.
우리는 가족의 건강을 함께 배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