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삶으로

다시 딸은 캐나다, 나는 한국으로

by 서쪽하늘



짐을 맡아준다고 해서 체크아웃 후 몸만 나왔다. 오늘은 시간을 보내다 저녁비행기를 2시간 동안 '함께' 타고 파리에 가서 잠을 잘 거다. 자고 일어나면 비행기로 각자 갈 길을 간다.
한국여자 둘이 또 버스정류장 티켓기계가 안 되는지 헤매고 있었다. 기차가 빠를 거라고 알려주고, 오늘도 버스대신 기차로 베니스 본섬으로 들어갔다.

한국에선 고장 나면 난리일 텐데 여긴 반응이 느리다. 모든 건 여행자의 몫이다.



오늘은 어제 걸은 곳과 반대쪽으로 걸었다. 다른 날보다 더 여유 있게 섬을 어슬렁 거렸다. 볼 때마다 자꾸 재난영화 장면 같았다. 홍수. 본섬을 확대해 보면 작은 섬들이 다리로 이어졌다.



뱅크시 벽화가 있다고 해서 찾아가 봤다.



10시 30분에 파스타집에 갔더니 커피만 되고
한 시간 후부터 식사가 된다고 했다. 빵을 조금 사서 밖에 앉아서 먹었다. 지나가던 사람이 '니하오마'라고 했다. 잠시 후 또 다른 사람이 스치며 '안녕하세요'라며 밝고 높은 목소리로 외치고 갔다. 어찌나 반갑던지 외쳐줬다.
"와~ 안녕하세요"

빵을 다 먹고 조금 걷다가, 아까 그 파스타 집엘 갔더니 바깥 자리는 벌써 손님들로 가득 찼다. 할 수 없이 안에서 먹었다. 이번엔 양이 너무 많아 남겼다. 난 한국스파게티가 입맛에 맞다.



기념품샵에서 '피노키오'를 만나 우리는 뛸 듯이 기뻤다.
"엄마, 피노키오가 이탈리아야?"
"그렇지. 제페토 할아버지. 그럴걸."
검색하니 맞았다.
나는 피노키오 인형이 너무 예뻐서 대여섯 개를 샀다. 그리고 노래를 흥얼거리며 다녔다.
'꼭두각시 인형 피노키오 나는 네가 좋구나~'

접시를 직접 만들어서 파는 곳에 가보니 너무 예쁜 접시가 있어서 하나씩 샀다. 계속 노려보다가 두 개를 더 샀다. 접시를 넣은 봉투에 즉석에서 예쁜 그림을 그려주셨다.



네 번째 젤라또를 먹고 카페에 앉아서 엽서를 썼다. 나는 캐나다에서 딸과 지내는 분들에게, 딸은 한국에 있는 이모들





2018년에 쓴 글 중에 이런 게 있다.


막연히 썼던 글인데 글의 힘은 세다. 3년 일찍 이룬 셈이다. 간절한 마음 때문이었을까. 김치와 밥 없으면 못 사는 사람이 잘 먹었고, 시차가 뭔지 묻고 싶을 만큼 잘 잤다. 아까워서 각성상태가 되어 잠도 안 자고 눈에 열이 나도록 세상을 바라봤다.

여행은 언제나처럼 내게 자신감을 줬다. 시야와 마음이 넓어졌다. 여행은 우려했던 것과 달리 위험하지 않았다. 사람들은 개성 있는 모습으로 다른 사람에게 신경 쓰지 않고 삶을 즐겼다. 필요할 땐 친절을 베풀어줬고. 어딘가엔 담배꽁초로 바닥이 지저분했고 1년 동안 맡을 담배냄새를 다 맡기도 했다.

하지만 창가의 꽃들은 예뻤고 공기 중의 꽃향기는 진했다. 사람 사는 곳은 다르고도 비슷했다. 우리나라는 살기에 참 편리한 나라임을 드디어 나도 확인했다.


28일 아침 인천공항에 도착하면 아들이 마중 나와있을 거다. 너무나 보고 싶은 연탄이 와 재회하고 좀 늘어져있다가 내 삶을 이어갈 거다. 천천히.


브런치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덜컥 연재를 한다고 해버렸다. 저녁이면 피곤한 몸과 정신으로 그저 있었던 일을 겨우 써서 올렸다. 책임감은 있는 사람이니.


그저 딸과의 시간을 저장하는 의미의 글인데, 읽고 응원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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