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라우제 호수 / 오에쉬리넨 호수
아침부터 비가 제대로 내렸다. 일기예보가 비껴가지도 않네.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왔는데 딸이 아무래도 안 되겠다며 옷을 갈아입자고 했다. 기온이 최고가 10도란다.
오늘도 coop에 갔다. 먹을 걸 고를 때마다 나는 막막하고 딸은 엄마 배고플 것 같다며 열심히 번역해 가며 챙긴다. 어제 호숫가를 걸을 땐 다행히도 해가 나왔는데 오늘은 종일 '비'일까. 비 내릴 때 다니는 걸 좋아하지 않는 딸이었는데 분위기 있다고 했다. (그때까지는)
기차역에서 딸은 하얀 양말 두 켤레를 사 왔다. 평소에도 발이 시려 수면양말을 신는 딸은 추워서 발이 떨어져 나갈 것 같다고 했다. 아무렇지 않은 내가 희한한가 보다.
나는 젖는 게 더 찜찜하고 이 정도쯤은 괜찮다. 내 건 넣어두고 젖으면 딸한테 바꿔 신으라고 했다. 어제 운동화가 젖어 불편했기에 나도 샌들을 신고 나왔는데 우리만 샌들이었다. 대부분 패딩을 입었고 장갑까지 낀 사람도 있었다. 아들이 연탄이 사진을 보내줬다.
딸이 너무 추워해서 병날까 걱정됐다. 호수입구에 정말 얇은 비닐로만 된 우비를 팔았는데 만원이었다. 한 개만 사서 딸만 입었다. 난 괜찮았으니.(그때까진) 오늘 돈 많이 쓴다. 우비는 입을 일 있겠어하고 안 가져왔다.
블라우제 호수도 예뻤지만 빨간 배가 더 눈길을 끌었다. 오늘 밤에 그릴 예정이다. 배를 탈까 하다가 호수를 그저 한 바퀴 도는 게 다인 것 같아서 안 탔다.
리프트를 타러 가는 길이 기차 안에서 바라본 풍경이었다. 온통 연두와 초록색이었고 꽃이 빼곡하게 피어있었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 가는데 구름에 가려 풍경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맑은 날이었다면 룰루랄라 사진 찍고 신나게 걸었겠지. 아주 멋진 풍경이었을 텐데 오늘은 비가 내렸고 추웠다. 거기다 안개인지 구름인지로 인해 앞도 잘 안보였다. 호수도 안 보이는 거 아닐까. 걷고 또 걸으며 이래도 비가 좋냐고 딸이 내게 물었다. 딸 힘들었네. 어찌 보면 블라우제보다 더 아름다웠을 것 같은데 날씨 때문에 아쉬웠다.
눈 쌓인 산 앞의 오에쉬리넨 호수를 보려고 험난한 길을 걸어온 거다. 호수에 도착했을 때 작은 버스가 보이길래 셔틀버스인 줄 알고 갈 때 올라타니 돈을 내라고 했다. 그렇군. 피 같은 돈 4만 원이지만 택시가 있다는 게 얼마나 다행이던지. 아니었으면 우린 어떻게 됐을까.
아침에 사 간 샐러드를 돌아와서 저녁으로 먹었다. 크로와상은 왜 이렇게 맛있는지. 날마다 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