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로 가는 길은 험난했다

비 내리는 인터라켄

by 서쪽하늘


차편도 여행계획도 미처 덜 짤정도로 바빴던 딸에게 새삼 고맙고 미안하다. 그렇게 미완성 계획이었지만 보는 사람마다 너무 잘 짰다고 했다.


새벽 6시 넘어서 나오니 바닥이 젖어있었다. 비가 왔네. 쓰레기를 분리해서 버리고 기차역으로 갔다. 다시 보니 기차가 아니고 버스여서 버스정류장으로 갔다. 친절한 남자분이랑 파파고로 대화하며 버스를 찾았다. 버스 종점인 스위스의 제네바에서 갈아타면 된다. (처음 계획은)



버스는 출발하고 얼마 되지 않은 순간부터 멈췄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갈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한참 후 도로가 뚫리고 보니 사고 난 차가 보였다. 저것 때문이라고 하기엔 심하게 막혔는데.

휴대폰이 안 돼서 보니 딸은 데이터를 다 써버렸다. 하루씩 용량이 채워지는 이심으로 급하게 다시 샀다. 동시다발로 일이 터졌다. 스위스 다음 일정인 이탈리아행 기차티켓을 어젯밤 예매했는데 착각하고 오늘 날짜로 한 거다. 환불이 될지 모르지만 힘겹게 취소했다.



버스가 늦어지는 바람에 무거운 가방을 끌고 몇 번이나 기차를 갈아탔다. 때로는 짐칸이 없어서 기차 2층으로 짐을 질질 끌고 계단을 올라갔다. 만신창이가 된 동생가방은 새로 사줘야 할 것 같다. 동생이 보면 입이 떡 벌어질 거다.

프랑스에서는 영어로 소통이 어느 정도 가능했다. 캐나다 간 지 10개월 만에 딸은 영어가 부쩍 늘었다. 스위스는 독일어 이탈리아어 프랑스어를 쓴다니, 파파고를 많이 사용해야 할 듯하다. 언젠가부터 내리기 시작한 비가 인터라켄이 가까워지자 굵어졌다.



딸 혼자 머리를 쥐어뜯어가며 애를 쓰는데 내가 달리 도와줄 게 없었다. 창밖 풍경을 미친 듯이 찍어대는 것 밖에. 다 마무리한 후 결국 딸은 누워버렸다. 비싸게 준 티켓인데 환불 가능성이 낮다며 말했다.
"스위스 가선 굶어야 해."
"그래."
뭔들 못하겠나. 해야지.



아침 6시 45분에 출발했는데 인터락켄에 도착하니 오후 1시 26분이았다. 기차에서 보니 모양이 달라서 플러그 변환 어댑터 포함 몇 가지를 마트에서 샀다.



숙소는 깔끔했고 창문으로 눈 쌓인 산이 보였다. 마트에서 산 김치는 많이 시긴 했지만 먹을만했다. 스위스에 있는 동안 먹으면 될 정도 양이다.

굶자더니 이것저것 사고 계산 해보니 너무 비쌌다. 그만 사고 들어가서 앞으론 있는 걸로 먹자고 다짐했다. 오늘도 라면 국물로 만든 계란찜을 먹었다.

지금 시간 5월 20일 저녁 7시 17분이다. 한시간만 자고 일어난다더니 딸은 못 일어나고 계속 잔다. 계속 자면 어떤가 종일 얼마나 힘들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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