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는 맑음

동네 산책

by 서쪽하늘



어른거리는 초록빛 바다와 빨간 배 그리고 두 마리 소를 그리는 게 어려웠다. 사람 그리는 건 아직 어려워서 배는 텅 비어 있다. 소는 얼룩소가 됐다가 양이됐다가 정체불명의 덩어리가 됐다. 이제 보니 곰 같다.



파란 하늘이라니. 떠나는 날 아침에 하늘이 제대로 스위스 같다. 그동안 잘 안 보였는데 눈 쌓인 산이 이 정도였네.



기차를 갈아타고 또 갈아타며 이탈리아로 넘어갔다. 국경을 넘자 기차 안이 시끌벅적했다. 불어가 몽글 몽글이면 이탈리아어는 빠르고 악센트가 세다. 전투적이랄까.

딸은 영상 편집을 하고 난 또 풍경사진을 찍다가 책을 아주 조금 읽었다. 책을 두 권 가져오지 않길 잘했다. 얇은 단편소설 모음집인데 첫 번째 단편도 아직 다 못 읽었다.

밀라노역에서 갈아타기 전 잠깐 광장구경을 했다. 역건물이 고대 유적지 같았다.



숙소는 11층인데 그동안 중에 뷰가 가장 좋다. 공용이지만 화장실 뷰도 좋다. 짐을 풀고 동네 산책을 나갔다. 조금 걷던 딸이 숙소 실내슬리퍼를 신고 나온 걸 발견해서 다시 들어갔다. 좀 추운 것 같아서 겉옷도 좀 챙겼다.

여행 중 처음 레스토랑에 가서 파스타를 먹었다. 너무 비싸지 않은 곳에 왔는데 성공했다. 먼저 다녀온 조카는 짜고 맛이 없었다는데 괜찮았다.

작은 다리를 건너자 그곳이 섬이라고 했다.
고양이 천국이다. 이곳 고양이들은 전생에 나라를 구했을까. 프랑스에서 먹으려다 놓친 젤라또를 처음 먹어봤다. 맛있어서 날마다 사 먹기로 했다.

마트에 들러 식량을 추가로 사서 숙소로 돌아왔다. 내일부터는 샌들 말고 운동화로 신어야겠다. 발이 좀 피곤했다. 앞으론 누룽지를 계속 먹을 생각이다. 어묵스프에 넣어서. 커피를 마시며 파리여행영상을 같이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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