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산책

이제 하루 남았네

by 서쪽하늘



"아쉬워."
아침에 잠에서 깨자마자 딸이 말했다.
"어."
말하고 세수를 하러 갔다. 그런 말 하기 금지. 마음 약해지는 건 한 순간 한 마디 혹은 표정하나에서도 가능하니까. 전혀 그렇지 않다가도. 수도꼭지에서 쏟아지는 물에 얼굴을 닦는데 살짝 울컥. 눈물이 아주 조금 섞였을지도.

저녁이면 글 연재한다고 꽤 긴 시간을 폰을 잡고 있었다. 그게 아니었으면 더 많이 바라보고 대화했으려나. 그래도 그게 흔적이라 두고두고 보면 좋긴 한데. 떠날 날이 다가오자 별 생각을 다 한다.

글을 쓰고 나서 보면 딸도 폰을 하고 있다. 이야기를 좀 더 하고 싶기도 했다. 다니며 실컷 얘기해 놓고 뭘 또. 꼭 할 얘기가 있다기보다 그냥 뭐 그랬다. 딸도 쉬어야지 하고 싶은 것도 하고 늘어져야지. 종일 엄마 챙기며 피곤했을 텐데.





하루 종일 기차와 수상버스를 탈 수 있는 티켓을 끊었다. 기차를 타고 어제와 같은 베네치아 산타루치아 역으로 갔다. 긴 줄을 서서 무라노 섬에 가는 수상버스를 기다렸다.



무라노 섬에 내려서 먹을 곳을 먼저 찾았다.
아침부터 누룽지 두 봉지나 먹고 왔는데 또 배가 고프다니.

어제는 비싸서 물이 보이는 곳에서 먹지 않았는데 오늘은 바닷가 물 옆에 자리 잡고 앉았다. 피자랑 파스타를 먹었는데 둘 다 괜찮았다. 큰 새우 까기가 귀찮았는데 당연한 듯 딸이 까더니 내게 줬다. 내내 받아만 먹는 나.

피클 같은 류의 반찬은 유럽여행 내내 전혀 없었다. 피클을 리필해서 먹는 내가 그냥 피자만 먹다니 그것도 나쁘지 않다니 기특하네. 안 그래도 써 줄 건데 직원이 리뷰를 써달라며 명함을 내밀었다.



기념품을 사고 마을 산책을 했다.



또 수상버스를 타고 리도 섬으로 이동했다. 지도를 보니 수평선을 볼 수 있다. 설레는 마음으로 걸어가서 보니 각양각색의 수많은 방갈로만 보였다. 수영복차림이 대부분인데
노브라인 사람도 있었다. 수영하는 사람도 있었는데 춥지 않을까.

방갈로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 바다를 찍고 나왔다. 해변의 모래와 투명한 바다 그리고 바다색깔까지 속초바다가 훨씬 나았다. 갑자기 확 트인 속초에 가고 싶어졌다. 베니스국제영화제가 열리는 유명한 곳인데 좀 실망했다. 젤라또를 먹었다.



새벽 5시도 전에 일어나서 그랬는지 수상버스 안에서 잠깐 졸았다. 역에서 각각 1.2유로 (1800원)씩 내고 화장실에 다녀온 후 기차를 타고 집으로 왔다. 계란을 먹어야 해서 컵라면에 계란찜을 듬뿍해서 김치 남은 거랑 먹었다. 나가서 커피와 티라미수를 사가지고 들어와서 먹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