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7세 생신

by 서쪽하늘



거울을 선물해 드린 주 OO 어르신께서 오늘이 며칠이냐 가끔 물으시는 걸 보고 집에 있는 달력을 갖다 드렸다. 음력이 안 쓰여있네 아쉬워하셔서 작게 음력날짜도 써드렸다. 이게 뭐라고. 거울만큼이나 감격스러워하셨다. 시간은? 시계를 손목에 차고 계셨다. 그럼 다 됐다.


그 외 뭘 해드릴 수 있을까 생각한 것을 말씀드리니 어르신은 말씀하셨다.

"내가 멀쩡해 보여도 뭔가 할 수 있는 몸과 마음 상태가 아니에요." 하며 씁쓸하게 웃으셨다.


허간호사 님에게 감동받은 적이 있다고 하셨다.

언젠가 책을 읽어 드리고 싶어 어르신께 어느 쪽 귀가 잘 들리시는지 여쭤본 적이 있다. 벽 쪽 귀가 잘 들리는 쪽이라 아쉬워했었다. 어차피 그마저도 힘드시다고 해서 무산되긴 했지만

그렇게 물어봐준 것에 감동받았다고 하셨다.


며칠 전 생신잔치를 했다고 단톡방에 올라왔는데 쉬는 날이라 못 봤다. 출근해서 여쭤보니 인사말까지 대표로 하셨단다. 뭐라고 하셨을까. 3일 쉰 후 출근한 거라 별일 없으셨나 여쭤봤다. 잠깐 생각하는 듯하더니 말씀하셨다.

"있어요."

'특별히 인계받은 건 없는데'

"네? 뭔데요?"

"허 간호사님이 안 계셨다는 게 별일입니다.

보고 싶었어요." ㅋㅋ

언젠가부터 매우 소소한 농담을 하며 웃으셨다.

무표정하던 어르신을 웃게 해서 기분이 좋다.


어제는 보호자 면회가 있다며 내려갔다 오시더니 작은 상자를 내미셨다. 안에는 떡이 들어있었다. 아드님이 직원들에게 다 준다고 해서 그걸 받겠다고 했는데도 굳이 본인 몫의 떡을 주셨다. 하나는 빼서 드시고. 그러면서 말씀하셨다.

"일부러 주려던 건 아니고 '마침' 허간호사가

나타나서 드린 겁니다."

음... 좀 웃겼지만. 잘 먹겠다 말하고 받았다.

다들 작은 박스 하나씩을 갖고 퇴근했다.


써 주신 카드가 얼마나 예쁘던지. 떡은 또 얼마나 맛있던지. 내일 출근하면 한바탕 수다를 떨어드려야겠다.

"어르신 떡 진~짜 맛있었어요.

드도 정~말 좋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