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걸음

by 서쪽하늘



간호사의 발걸음 소리가 두려울 수 있다고 누군가 말했다. 그 말이 한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래 그럴 수 있겠네. 나 같아도 그렇겠어. 가래 뽑힘을 당해본 적은 없지만, 어르신들의 표정으로 짐작할 순 있다. 얼마나 힘든지.

고 OO 어르신의 가래를 뽑으러 갔다.

"어르신 가래 뽑아드릴게요. 아 해보세요."

평소처럼 무덤덤하게 말을 던지고 바로

가래를 뽑으려고 했다. 어르신이 입을 딱 벌리셨다.
'어르신.'
"어르신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고 OO"
당황스럽고 죄송하고 부끄러웠다. 가래 뽑아드릴게요 말하고는 서둘러 일을 마치고 돌아 섰던 순간들이 떠올랐다. 성함정도는 말할 수 있었다니.

말을 못 하는 분들도 있다. 하지만 눈은 정확히 나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그 눈 너머 의식을 정확히 가늠하기는 힘들다. 간호사가 일방적으로 말하는 대화는 쉽지 않다. 하지만 앞으론 비록 혼자 떠들더라도 다정하게 '성함'을 불러드려야겠다. 가래를 뽑기 전에 더 다정하게 손을 잡아드려야겠다. 나의 발걸음이 더는 두려움이 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