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년생 한 OO 어르신은 하루에 한 개씩 커피믹스를 줬다. 어르신은 휠체어에 앉은 채 아무도 없는 곳에 홀로 앉아있었다. 창밖의 하늘과 나무와 산을 보는 게 좋다고 했다.
어르신은 뇌경색으로 왼쪽 팔이 마비됐다. 프로그램 때 항상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해서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 어르신도 예전에 살았다며 반가워했다. 아들 둘에 딸이 하나인데 가장 살가웠던 막내아들이 작년에 죽었다며
울먹였다. 남은 아들과 딸은 멀리 살아서
자주 오지는 못하고 택배만 주로 보내준다고 했다.
입소 연도를 보니 2018년이다. 오래도 계셨네.
어르신은 요양원과 어르신들에 대해 많이 알았다. 항상 내 주머니에는 어르신에게서 받은 커피믹스 한 두 개가 들어있었다. 간호사실에도 커피믹스가 있다는 말을 할 수 없었다. 계속 받아도 되는 걸까. 어느 날 다른 어르신들이 다 있는 거실에서 또 커피믹스를 주었다. 방에서 말했다. 이제 그만 주시라고. 계속 받기 곤란하다고. 예상한 듯 어르신이 말씀하셨다. "오늘까지만 받아."
마지막 커피믹스를 감사히 받았다.
한 손이 마비됐다는 건 많은 걸 할 수 없다는 얘기다. 사과껍질을 깔 수 없다. 가끔 사과가 간식으로 나오지만 하나를 깎아서 다 먹어보고 싶단다. 마트에서 사과를 사며 어르신 생각이 나서 두 개를 가방에 챙겼다. 하지만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따로 챙겨드리는 걸 알면? 다른 어르신들은? 어르신이 자랑하고 다니면?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가방에 넣어갔던 사과를 퇴근하며 다시 집으로 가져왔다.
출근해서 일을 하고 있으면 어르신은 간호사실을 지나가며 아는 척을 한다.
하루 쉬고 출근한 날 어르신이 말했다.
"선생님이 안 보이면 찾게 돼요. 어제는 쉬었나 봐요. 선생님을 보면 마음이 포근해요."
'포근'이라는 말이 정말 포근하게 들렸다.
어르신이 한마디 덧붙이며 씩 웃었다.
"커피 주지 말라니 안 주고 말 잘 듣죠?"
어르신의 어깨를 몇 번 주물러 드리면 과하게 리액션을 한다. 너~~ 무 시원하다고. 어르신을 위해 무얼 할 수 있을까 마음은 급한데 아직 일에 적응하느라 여유를 찾지 못하고 있다. 천천히 하자. 앞으로 날은 많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