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각형 병풍과 꽃반지

제주도 중문 대포주상절리

by 하랑


육각형 병풍과 꽃반지


육각형 모양의 각진 상자들이 살을 맞대고 꽃꽂이 서있다.

오랜 시간 파도에 깎여서인지 뚜렷한 육각형은 많아 보이지 않는다. 조금 어그러지고 변형된 모양이다.

직선으로 서있는 돌들이 더 위로 치솟을 것만 같다. 억눌렸던 감정으로 분노에 찬 궁중이 일어나듯...


제주를 삼킬듯한 용암이 붉게 치솟는다. 치솟다가 흘러넘치는 뜨거운 액체. 파르르 떨며 거침없이 치솟다가 식어버리니 말라버린 논바닥처럼 갈라지고 투박해지고 각이 진다. 냉각 중인 용암표면에 수축의 중심점들이 고르게 분포하면 용암은 육각형의 돌기둥으로 갈라지게 된다.


이처럼 용암을 돌기둥으로 갈라놓은 수직방향의 틈을 주상절리라고 한다. 육각형의 돌기둥이 겹겹이 모여 바다를 바라보는 근사한 병풍이 되었다. 자연이 만들어준 이 병풍은 파도에게 보여주려 한 것일까? 바다와 마주 보며 파도와 대화하듯 각을 조금씩 지우고 있다. 날로 부드러워지는 걸 보면 파도는 따뜻한 온기를 가졌나 보다. 아니다. 무섭게 치솟아 오르는 파도는 높이가 20m 이상 치솟는다고 하니 따뜻하지만은 않은 듯하다. 성난 마음을 표현하듯이 주상절리 위로 치솟는 거센 파도는 성남의 표현일까? 가만히 서 있는 주상절리를 위한 쇼인 걸까?


제주도 천연기념물 제443호로 지정되어 있는 중문 대포해안 주상절리는 높이가 30~40cm, 폭이 약 1km 정도로 우리나라에서는 최대규모이다. 신의 궁전으로 비유될 정도로 신비하고 정교하다.


친구들과 제주도 여행 중에 가게 된 주상절리이다.

비 온 뒤의 하늘은 청명하게 빛나고 있다. 그 사이로 보이는 검은 주상절리는 계단을 쌓아놓은 듯 규칙적이고 정교한 느낌이 든다. 쌓이고 쌓여 굳어지고, 정교해지고, 거친 풍파에도 끄떡없을 것 같은 강인함과 당당함에 나는 자연스럽게 겸손해진다.



주상절리를 뒤로 하고 지상으로 올라갔다. 하늘 높이 키 큰 야자수 무리와 통통하고 짧은 야자수가 더불어 서 있다. 그 아래로 잔디밭 위에 토끼풀이 넓게 퍼져 피어있고, 하얀 꽃도 자유롭게 피어 있다. 주름 많은 소녀들이 네 잎 클로버를 찾기 시작한다.


"찾았다"

"나도"

"뭐야... 내 눈엔 안 보여"

"또 찾았다."

"그래? 그쪽이 네잎유전자가 모여있나 보다"


한 곳에 둥그렇게 모여 네잎클로버를 차례로 찾는다. 행복 사이에 숨어있던 행운을 손에 쥐고 기뻐한다. 우리는 행복을 행복으로 느끼며 살고 있는 것일까? 행운을 잡고도 알아보지 못하는 건 아닐까? 삶을 고요히 뒤돌아 볼 필요가 있다. 내가 누리고 있는 많은 것들을 잊고 불평불만으로 불행을 자초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본다. 하얀 클로버꽃으로 꽃반지를 만들어 가운데 손가락에 끼운다. 하얀 꽃 2개를 연결해서 반지를 서로 채워주고 신나 하는 10대의 소녀시대로 회귀해 본다. 순수한 마음으로 좋았던 시절을 생각하며 그때에 즐겼던 사심 없는 놀이를 즐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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