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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그로우 May 20. 2023

간절히 원하니까 안 되는 것이었다.

나의 시크릿이 소용없었던 이유 


간절히 원하면 이루어진다 라는 수학의 정석과도 같은 말이 있다


시크릿 하면 떠오르는 R= VD 공식


내게 세상을 구해줄 노아의 방주에 올라탈


Vvip 티켓과도 같았다



간절히 원하는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렸다


성수동 서울숲 근처에 아파트를 사고, 한강변에서 아침 조깅을 한다.


동네 빵집에서 호밀빵을 사서


유기농 치즈와 야채에 과일을 곁인 샌드위치에


향긋한 커피를 내려 여유롭게 아침을 즐기는 프리랜서의 삶



심상화만 하면 안 되기에 행동으로도 옮겼다


한겨울 발가락에 동상이 걸려도 임장을 다니고 지방으로 집을 보러 가고, 전자책을 써보기도 하고 이직 준비를 하기도 했다.



처음에는 기대에 부풀어서 하다가


가시적인 결과가 나오지 않는 것 같아 불안감을 느꼈다.


마음은 조급해지고 현실은 내 욕심을 방해하는 요소들이 자꾸 나타났다.


그럴수록 눈을 감고 심상화를 하고 꿈 100번 쓰기를 노력했다.


낙담의 골짜기를 넘기는 중일 거라 스스로를 위로하면서..



마음속에 뭔가 모를 불편감과 난 안될 것만 같은


좌절감이 올라왔지만 무시했다.


처음이라 그럴 수 있다고 잠재의식을 프로그래밍하는 과정, 뇌를 개조시키는 과정이라 여겼다.



그렇게 간절히 원하고 노력하던 어느 날


직장 상사는 내게 무리한 업무적 요구를 했고


사과할 일이 아닌데 사과하라고 했다.


사회 초년생이던 나는 그 자리에서 나도 모르게


펑펑 울었으며


집에 오는 버스에서 공황 증상을 겪었다.


처음에 그냥 화가 많이 나서 신체화 반응이겠거니 했다.



집으로 돌아와서 공부를 하는데


갑자기 아득해지는 느낌이 들며 가슴이 너무 답답했다.



직장에서 어려움을 겪었던 동생이


명상을 해보라며 추천해 줬고


가만히 고요하게 집중하기를 어려워했던 나는


금방 잠이 들거나 눈을 뜨고 폰을 만지기 바빴다.


하지만 그 속에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음을


어렴풋하게 깨달았던 것 같다.



“난 왜 이렇게 내 현실이 마음에 안 들지?


객관적으로 크게 결핍이 없는데, 누구는 이 정도 삶에 충분히 만족할 텐데 왜 만족이 안될까?”


라는 마음이 올라왔다.



몰랐다. 내 현재를 그리 마음에 안 들어하고 있을 줄이야.



누군가 삶이 자신도 모르게 점점 힘들어진다면


무의식에 쌓인 감정으로 허덕이는 어린아이가


구해달라고 신호를 보내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신호를 알아차리고


껌껌한 지하실에 평생을 숨죽이며 울고 있는


아이의 목소리를 들어줘야 한다.


그 아이가 곧 현재의 나이기에







대표

사진 삭제



표면의식의 욕망 = 수면위 빙산 / 욕망 속에 감춰진 무의식 = 바닷 속 빙산








무언가를 그토록 원한다는 것은


현재의 내가 그것을 가지지 못했다는 것


간절히 원하는 크기만큼 결핍을 느낀다는 것


내 모습에서 빨리 벗어나고 싶다는 것


현재가 그만큼 힘들고 지친 상태일 수 있다는 것



힘든 현실이 보여주는 내 마음을 마주할 용기가 없거나


아무도 방법을 알려주지 않아서


혹은 외부의 물질(돈, 성공, 인정 등)에 잠시 욕망을


가지면 긍정적인 정서(행복, 설렘, 기대)로


아픔을 보지 않을 수 있어서, 회피하기 위함으로


"그것"을 꿈꾸고 있는 것이 아닌지 살펴보는 건 어떨까?



눈을 감고 가만히 생각해보자.


내가 그것을 안 가졌을 때, 이루지 못했을 때


처참하고 좌절스럽다면


그래서 답이 없을 거 같은 느낌이 조금이라도 든다면


무의식적 저항이 있다는 것이다.


저항 뒤에는 억누른 감정의 모습을


한 어린 아이가 울고 있다.



이 아이는


외부 현실, 타인이 하는 말, 관계, 일, 돈 등에서


느껴지는 감정과 느낌 마음의 형태로 지속적으로 신호를 주고 있다.



아파서 울고 있는 아이에게,


무릎이 까져서 다리가 부러져서 절뚝거리고 있는 아이에게 100m 전력 달리기를 뛰라고 할 수 있을까


이 문장에서 미간이 찌푸려지거나 “아니다 “라고 답했다면


나 스스로에게 무의식적으로 위와 같이 공격을 하고 있지 않은지 돌아보는 게 어떤지


조심스럽게 물어보고 싶다.



내가 그토록 갈망하고 욕망했던 것이


이루어졌을 때의 느낌과 감정을 떠올려보자.



그리고 다시 현재 내 현실, 내 모습을 떠올려보자.


두 가지 상황에 얼마 만큼의 감정의 괴리가 있는지 살펴보자.


간격의 크기 만큼 현실이 마음에 들지 않다는 것이고,


아름다운 모습을 한 이상 속에는 아픈 결핍이 꽁꽁 숨겨져 있다.



결핍은 무수히 많은 상처를 숨겨두고 있으며


결핍의 뿌리인 어린시절


우리는 그 결핍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기에 무의식에 꽁꽁 숨겨둔 것이다.


그래야만 "살아남을 수 있었기에"



이런 상태에서 간절히 심상화하고 꿈꾸면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크다.


이상한 방향으로 현실이 창조되거나,


원하는 장면은 딱 이루어졌는데 나머지 현실이


엉망징창으로 변할 수도 있다.



표면의식으로는 간절히 꿈꾸고 있지만


무의식엔 반작용으로 그만큼 상처로 남은 감정들이


쌓이고 있기 때문이다.



우주의 모든 만물은 빛과 어둠, 열등우등, 삶과 죽음, 이기심이타심, 평온과 불안 등 짝을 이루고 존재하기 때문에


한쪽을 안 느끼거나 회피하기 위해 억누르면 반작용이 일어나서 다른 한쪽의 에너지가 커질 수밖에 없다.



그게 “간절히 원하니까 안 되는 이유”이다


어떤 것을 회피하기 위해, 짝이 되는 반대 부분을 안 느끼기 위해, 즉 결핍을 억누르기 위해


달려가는 것이니까.



나의 경우


그것이 번아웃, 우울, 공황, 싸움, 다툼 등의 형태로 찾아왔고


이유를 알고 인정하기까지 참 오랜 기간 헤매고 넘어졌다.



누군가는 이 글을 읽고


“말도 안 된다 “라고 무시할 수 있을 것이다


누군가는 어디가 불편하거나 기분이 나쁠 수


있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구는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마다 무의식에 억누른 감정의 크기와


해소된 정도가 다르기 때문에


마음에 와닿는 시기에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우리 내면에는 모두 자기만의 여행 지도가 있고


각자 생김새가 모두 다르듯이 자기만의


지도에 새겨진 답을 찾아가는 시기도 다를 것이다.


이 또한 존중한다.



하지만


프로이트와 융이 말했듯이


우리의 무의식은 생각보다 엄청난 경험 정보와


억누른 감정을 담아두고 있고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의


무의식 감정 용량은 이미 넘치고 있는 중이다.



그렇기에 글을 읽는데 마음이


불편하거나 약간 동의가 된다면


억누른 감정의 아주 작고 작은 표면의 이파리를


발견한 것이다.



우리는 결정할 수 있다.


과거 살아남기 위해 억눌러서 아파하는,


알아달라고 신호 보내는 그 아이의 아픔을 들여다볼 용기를 내볼 것인지


무시하고 계속 안될 거 같은 저항과 싸우며


간절히 욕망을 지속시킬 것인지.



이분법적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결핍감을 바탕으로 간절히 원하지 않아도 우리는 충분히


어떤 것을 욕망하고 원하고 실현시킬 수 있다.



무의식에 쌓인 감정이 해소되면서 오히려 우리의 욕망은 더 자연스럽고


저항 없이 실현될 수 있다.



그리고 같은 욕망이라도


결핍에 뿌리를 두느냐, 내면의 소리에 뿌리를 두느냐는 결과물과 과정은 천지차이다.



간절히 원하고 심상화하는 걸 잠시 내려놓으면


이 현실이 바뀌지 않을까 불안하고 두려워서


포기하기 어렵다면, 괜찮다고 쉬어가도 된다고 스스로를 위로해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내면의 아이에게 말을 걸어보라고,


지금 힘든 이유는 그 아이가 알아달라는 신호일 수 있다고.


오히려 평생을 상처 주고 입을 닫아왔던


그 아이와 친해지는 순간


자연스럽게 일이 풀리게 될 거라고.


나 또한 그랬었고, 그 과정에 있다고.


많은 사람들이 내면아이와 대변하는이 길을 함께 걷고 있다고


용기 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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