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각또각, 내 보폭으로
첫째를 임신한 이후부터, 내 신발은 대부분이 고어워크라인의 스케쳐스였다.
결혼 전 신었던 예쁘고 세련된 몇 켤레의 구두는 해가 갈수록 신발장 구석진 자리로 밀려났다. 그렇게 한참을 방치되다 결국 박제된 채 낡고 부스러져 갔다. 이제 신발장 속 내 신발은 어쩌다 행사용으로 신어야 하는 무난한 구두 한 켤레를 제외하고는 전부 운동화다.
그마저도 대부분이 스케쳐스. 스케쳐스는 매년 신제품을 출시하지만 기능을 중점으로 리뉴얼하는 터라 디자인은 비슷비슷하다. 그래도 괜찮았다. 아니, 그것만이 가능했다.
체외 충격파를 받고, 약물 치료를 하고, 신발을 바꿔 신고, 쿠션감 있는 실내화를 신고, 발바닥 마사지도 했다. 그렇게 발의 통증을 관리하며 지냈다.
아이들의 발이 내 발보다 커지고, 나는 이제 홀로 산책을 하는 시간이 많아졌다.
다행히 요즘은 발의 아치를 잡아주는 아치 패드며 아치 깔창 등이 많이 나와 있다. 발의 힘을 고루 분산시켜 발바닥 한쪽으로만 힘이 쏠리는 걸 잡아준다. 덕분에 이제는 운동화 브랜드의 선택의 폭이 전보다 넓어졌다. 이만 해도 정말 기쁘다.
둘째 아이가 코로나로 자가격리를 하고 있을 때, 바깥놀이를 좋아하는 아이는 아픈 것보다 답답하다고 칭얼댔다.
아이와 함께 생활한 나 또한 방안에만 있는 게 갑갑했고 걷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 그러다 문득, 딸아이에게 제안했다.
"우리 신발 그리자~. 신고 싶은 새 신발 그리고 걷고 싶은 곳 상상하며 놀자."
신발 그리기를 하며 한나절을 보냈다.
상상으로는 다 가능하다. 굽이 높은 구두를 신고 또각또각 소리를 내며 걷고 있는 모습. 하늘하늘 원피스에 어울릴 만한 예쁘고 가벼운 단화를 신고 기분 좋게 걷고 있는 모습. 아이와 한참을 그렇게 상상 속 거리를 걸었다.
유쾌하고 한결 가뿐해진 느낌이 들었던 시간이었다.
상상 속 우리의 모습이 현실이 되길.
앞으로 운동화가 아닌 예쁜 단화도 신을 수 있는 나를 기대한다. 신발장 구석에 밀려났던 예전 구두들이 아닌, 나의 보폭에 맞춰 신나게 함께하는 신발을 찾을 수 있기를.
그날이 오면, 딸아이와 함께 그렸던 그 신발을 신고 또각또각 걸어볼 것이다. 기쁜 보폭으로, 가뿐한 속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