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월의 끝무렵

by 김시오

손이 떨려도 좋아 맞춤법이 틀려도 좋아

감기에 걸려 몸을 으슬으슬 떨어도 좋아

연신 뱉어지는 기침에 시달리며 가을을 맞아해도 좋아

지금 쓰는 이 글을 아무도 읽지 않아도 좋아

바람과 춤을 추던 낙엽들이 내게 손을 흔들어

화답으로 긴소매를 보이며 인사를 건네지

바람은 나와도 춤을 추고 싶은지

내 머리칼을 마구 흔들어대


국화와 코스모스가 허리를 피고 일어났어

짙어진 흙냄새는 절로 내 눈을 감게 하고

배추와 고등어가 살이 바짝 올랐어

밥맛없던 내 입을 다시게 하네


흔들리는 백지를 검게 물들인다

책상 위에는 콧물이 담긴 휴지들이 쌓여간다

그래도 좋아

가을이 내 품에 안겼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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