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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시오 Nov 25. 2022

금붕어




  사료를 집어 들었다. 켜놓은 티브이에선 오늘의 날씨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나는 눈을 비비며 전원을 껐다.  무언가 허전한 느낌이 들었다. 사료를 줄 생각으로 어항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런데 어항 안이 텅 비어있었다. 물방울을 따라 물레방아만이 천천히 돌뿐이었다. 어항 주변을 살펴보았지만 금붕어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아, 없네…… 나는 짧은 탄식을 내뱉고 사료를 옆에 내려놓았다. 분명 10년을 넘도록 함께 있었는데 왜 아무렇지 않을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의문은 얼마 가지 않아 사그라들었다. 나는 소파에 앉아 다시 티브이를 켰다. 채널을 돌리는데 푸른 바다가 화면 안에 펼쳐졌다. 허리를 숙여 어떤 채널인지 눈살을 찌푸렸다. 웬 생선들이 말을 하며 찰랑거렸다. 나는 위에 떠오른 제목을 읊어보았다. 니모를 찾아서. 글씨를 읽자마자 곧장 전원을 껐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어항으로 시선을 돌렸다. 여전히 텅 비어있었다. 문득, 니모를 찾아서 내용이 떠오르지 않았다. 결국 니모를 찾는 데 성공했었나?


 스마트폰을 집어 들었다. 배달 음식 앱에 들어가자 오늘만 할인이라는 홍보 문구가 떠올랐다. 할인이란 단어에 자연스레 자세히 보기를 눌렀다. 그 뒤로 고등어 백반이 나타났다. 에이씨, 나도 모르게 욕설이 튀어나왔다. 나는 곧장 뒤로 가기 버튼을 연신 눌렀다. 입맛이 뚝 떨어졌다. 나는 입맛을 다시며 다시 컴퓨터 앞에 앉았다. 자기소개서라고 적힌 문서 위로 마우스 커서가 깜빡였다. 10포인트짜리 글씨로 달랑 세 줄이 적혀 있었다. 고작 이것만 하고 잠들었구나. 나는 관자놀이를 지그시 눌렀다. 책상 옆에 덩그러니 펼쳐진 불합격 통지서는 두통을 배로 더 느끼게 하는데 일조했다. 통지서를 구겨도 허탈함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때,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 스마트폰 액정 위로는 엄마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나는 침을 한 번 꿀꺽, 삼킨 뒤 전화를 받았다. 어, 아들 밥은 먹었니. 면접은 잘 봤고? 나는 멋쩍은 웃음으로 대답을 대신했다. 그래, 잘 안 되는 날도 있는 거지. 너무 속상해하지 말고…… 나는 입술을 앙 다물었다. 무슨 말을 해야 할까. 아들, 집에 와서 밥이라도 먹고 가. 해피도 너 많이 기다린다. 해피라는 단어에 눈을 크게 떴다. 오늘 갈게요. 전화를 끊자 살짝 미소가 지어졌다. 해피가 얼마나 좋아할까. 옷을 갈아입으려는데 어항 정화기 돌아가는 소리가 났다. 나는 금붕어 없는 어항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말없이 다시 소매에 팔을 집어넣었다.


 도어록을 누르기도 전에 현관 뒤에서 해피가 짖는 소리가 들렸다. 서둘러 비밀번호를 눌렀다. 문을 열자마자 해피가 내 다리를 핥으며 꼬리를 흔들었다. 나는 해피를 번쩍 들어 안았다. 그 뒤로 맛있는 갈치조림 냄새가 났다. 나는 해피처럼 코를 킁킁거렸다. 부엌에서 나온 엄마가 환히 웃음을 지었다. 그새 엄마의 입가에 주름이 늘었다. 나는 해피를 내려놓고 고개를 꾸벅 숙였다. 엄마는 어서 밥을 먹자며 내가 벗은 외투를 받아 들었다. 밥그릇 위에 모락모락 김이 피어올랐다. 얼마만일까. 따듯한 밥을 먹는 게. 나는 젓가락을 들어 갈치조림을 향해 뻗었다. 그런데 또 생선이네. 젓가락 방향이 김치로 돌아갔다. 의자 밑으로 해피가 들어왔다. 엄마는 해피도 밥을 먹자며 거실에서 강아지 사료를 꺼냈다. 금붕어도 사료를 주면 저렇게 잘 먹었는데. 나는 괜히 밥알을 뒤적거렸다. 아들, 무슨 일 있니? 표정이 왜 이렇게 안 좋아. 나는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금붕어가 사라졌어요. 그 말에 엄마는 입을 떡 벌렸다. 아직도 몰랐니? 엄마의 답에 나는 고개를 갸우뚱 기울였다. 며칠 전에 너 면접 가고 엄마가 김치라도 갖다 주러 너희 집에 갔었어. 그런데 금붕어가 죽어 어항 위를 둥둥 떠다니길래 건져서 마당에 묻어줬다. 절로 고개가 떨구어졌다. 면접은 본 날이면 족히 나흘은 지났다. 나는 두 주먹을 꽉 쥐었다. 그런데 아들, 그 애 이름이 뭐였니? 위에 이름이라도 새겨주고 싶었는데 이름을 모르겠더라. 나는 말없이 밥을 동그랗게 말아 입 안에 넣었다. 그리고 몇 번을 쉴 새 없이 씹기만 했다. 우적우적, 해피가 사료를 씹는 소리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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