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란 징글징글해서 갖다 버린 것도 가족이고, 갖다 버린 가족을 다시 주워오는 것도 가족이라고 한다. 결국 가족은 갖다 버리지도 못하고, 품지도 못하는 것이 가족이라면, 가족은 모순덩어리가 아닌가 싶다.
최광현 ‘가족의 두 얼굴’을 보면 ‘그립고 보고 싶지만 만나고 싶지 않은 것도 가족이라고 한다. 또한 세상에 화목한 가족도 없고, 화목한 가족이 있다면 그 가족 중에 누군가는 참고 견디며 희생을 했기 때문에 화목한 가족이 유지가’ 되었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어느 가족이나 가족 중에는 희생양이 있기 마련이다.
세상엔 화목한 가족도 많지만, 하루가 다르게 싸우는 가족도 많다. 그렇게 싸워대는 가족을 불교에서 ‘업장’이라 한다. 전생에 지는 업장에 따라 가족으로 만나 서로가 죽을 때까지 으르렁 거리고 싸운다는 것이다. 멀리 떨어져 있으면 서로가 만나지 못하니까 가족으로 태어난다고 한다. 무섭고 끔찍한 말이다. 현생도 살기가 힘든데 기억도 없는 전생의 죄까지 받으면 살아야 한다는 것은 나약한 인간에겐 너무나 가혹한 형벌이다.
어쨌든 어느 집이든 세밀하게 들여다보면 가족 중에 사고뭉치인 가족과 잉여인간이 있다. 그리고 그런 가족 중에는 꼭 희생양도 있다. 그 희생양은 본인이 좀 참으면 되겠지 하지만, 정작 본인의 영혼은 외롭고 피폐해진다. 나중에는 그것이 화병이 되는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화병이 많은 이유도 이중에 하나가 아닌가 생각한다.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는 무관심과 의타심은 고쳐지지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가족이 힘도 되고, 짐도 되지만, 가족도 한 집에서 서로 부대끼며 살지 않고, 외지에 나가 있거나 이미 분가한 가족들은 그 속내를 다 알지 못한다.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형제간에 분쟁도 불사 한다.
그리고 인간이라는 동물은 절대로 자신의 내면 속의 본모습을 가족뿐만 아니라 배우자에게도 다 보여주지 않는다. 함께 살아도 문명의 혜택을 많이 받은 쪽이 경험이 풍부해 그렇지 못한 사람보다 약삭빠르고 셈이 빠른 것은 당연하다.
생각해 보건대 진정한 가족은 그냥 서로에게 도움은 못 되더라도 그저 자신의 자리에서 자신의 몫을 묵묵히 하며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아 주는 것이 진짜 가족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렇게만 해준다면 든든하고 고맙고 감사할 것 같다. 가족에게 짐이 되거나 민폐를 끼치지 않고, 살아주는 것이 진정한 가족이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