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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급함

by 루아 조인순 작가

봄도 아닌데

산야에 붉은 꽃이 폈다.

꽃을 바라볼 여유도 없이

조급해지는 것은

겨울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옷깃을 여미기도 전에

건조함은

살갗을 파고들어

심연마저 말려버린다.


단 한 방울의 수분도

용납하지 않는 계절

별은 지고 가을은 가고

시린 옆구리 더욱 시리게

겨울의 걸음이 빨라진다.


가난한 가슴은

한숨을 토해내고

고단한 어깨엔

첫서리가 내려앉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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