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도 아닌데
산야에 붉은 꽃이 폈다.
꽃을 바라볼 여유도 없이
조급해지는 것은
겨울이 오고 있기 때문이다.
옷깃을 여미기도 전에
건조함은
살갗을 파고들어
심연마저 말려버린다.
단 한 방울의 수분도
용납하지 않는 계절
별은 지고 가을은 가고
시린 옆구리 더욱 시리게
겨울의 걸음이 빨라진다.
가난한 가슴은
한숨을 토해내고
고단한 어깨엔
첫서리가 내려앉는다.
세상에 질문을 던지기 위해 작가가 되었습니다.채워도 채워지지 않은 그리움 때문에 항상 길을 떠납니다. 길 위에서 만나는 세상의 모든 사물에게 질문을 던지며 길을 찾아가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