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치

by 루아 조인순 작가

멈춰버린 시간 속에 갇혀

몇 동이의 눈물을

쏟아냈는지 기억도 없고

낮과 밤의 경계도 무너진 지 오래다.

신이 내게 준 벌이

너무나 고통스럽고 가혹해

절망의 늪에서

몇 날 며칠을 굶고 울었더니

창자가 뒤틀려 죽음보다 더한 통증

고부라져 데굴데굴 구르다

본능이 시키는 대로

비루한 몸을 끌고 병원엘 갔다.

약을 먹기 위해

넘어가지 않은 밥 한 술을

물에 말아

몇 개의 밥알을 간신히 삼켰다.


이성도 마비돼

제 기능을 포기했는데

이기적이고 가증스러운 본능은

뻔뻔스럽게도 염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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