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길

by 루아 조인순 작가

집 주변에 가을의 전령인 코스모스가 활짝 폈다. 멕시코가 원산지인 코스모스는 6~10월에 핀다. 다른 씨앗에 비해 발아가 늦어 기온이 25도는 돼야 꽃이 핀다고 한다. 그래서 봄에 유채 씨와 함께 뿌리면 유채꽃이 먼저 피고, 코스모스는 늦게 펴서 여름에도 코스모스를 볼 수 있다. ‘소녀의 순정’이라는 꽃말처럼 이 꽃은 가을에 보는 것이 최고의 즐거움이다.


전에는 시유지인 자투리땅에 이웃주민들이 소일거리로 경작을 했는데, 요즘은 아예 시에서 계절마다 꽃을 심어 사계절 내내 예쁜 꽃들을 볼 수 있어 좋다. 식량이 부족했던 시절에는 밭두렁과 논두렁에 콩과 수수를 심었으니 자투리땅에 꽃밭은 생각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밭 한가운데 오솔길을 만들어 놓아 사람들의 정서를 돕는다. 일명 코스모스 꽃길이다.


옛날 시골에는 마을마다 상엿집이 있었다. 현대의 언어를 빌리자면 망자가 타고 가는 자가용을 보관하는 곳이다. 버스가 귀하던 시절이라 영구차는 볼 수 없고, 사람이 죽으면 모두 이 꽃상여를 타고 꽃길을 따라 황천길로 간다고 했다.


우리 선조들은 거의 이 꽃상여를 타고 꽃길을 갔다. 마을에 초상이 나면 원색의 종이꽃이 달린 꽃상여를 메고 망자가 살던 동네를 한 바퀴 돌고 간다. 상두꾼이 흔들어 대는 만종(輓鐘) 소리에 맞춰 구슬픈 장송곡이 울려 퍼지면 듣고만 있어도 마음이 아파 눈물이 났다.


90년대 초등학교를 다닌 아들 녀석이 어느 날 망자를 안내하며 부르는 장송곡을 불렀다. 아이들 사이에 유행이라 했는데, 문제는 어느 날 시골에 가서 사촌들과 노래자랑을 하며 할머니 앞에서 장송곡을 불러 가족들 모두 기함한 적이 있다.


무슨 뜻인 줄도 모르고 그 곡을 구슬프게 불렀고, 어린 아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그 옛날 꽃길을 따라 떠나가신 조부모님과 젊은 어머니를 생각했다. 아버지는 조금 더 사신 덕분에 문명의 혜택을 받아 리무진을 타고 고속도로 달리며 폼 나게 가셨다. 코스모스를 보고 있으면 단색이 아니고 여러 가지 색으로 어우러져 싱그럽고 아름답기는 하지만, 꽃상여가 연상된다. 낙엽이 지는 쓸쓸한 가을에 형형색색으로 피는 꽃이라 그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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