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운동장이 시끌시끌해졌다. 집 앞 민원센터 어린이집 아이들은 낮 11시면 어김없이 야외수업을 나온다. 아마도 햇볕을 쪼이러 나온 것 같다. 선생님 한 명에 아이들이 5명이다. 고만고만한 아이들이 서로 손을 잡고 아장아장 걸으며 운동장을 돌아다닌다. 아직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아이들은 기저귀를 차고 다녀서 엉덩이가 묵직하다. 그 묵직한 엉덩이를 흔들며 뒤뚱뒤뚱 걷는다. 쳐다만 봐도 웃음이 절로 난다.
살면서 웃을 일이 별로 없는데 아이들은 언제 봐도 입가에 미소가 지어진다. 어쩜 그렇게도 예쁜지 고사리 같은 손으로 흙장난도 하고, 꽃도 보고, 병아리들처럼 몰려다니며 논다. 한 녀석이 개미를 잡아 놀다가 도망을 가니 발로 밟아 죽이는 것 같다. 곧이어 아이들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머, 지우야, 개미를 그렇게 밟아서 죽이면 어떡하니? 그 개미는 지금 자기 엄마가 보고 싶어 만나러 가는 중인데, 네가 밟아 죽였으니 엄마도 못 만나고 불쌍하잖니? 이젠 개미 엄마가 막 울면서 찾겠다. 지우 너도 엄마 못 만나게 하면 좋겠니?”
선생님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아이가 갑자기 대성통곡을 했다. 생명의 소중함과 무차별적 살생에 대해 가르치려던 선생님은 당황해하며 옆에서 열심히 달래 보지만 아이의 울음은 한참을 갔다. 어린 마음에 개미에게 미안해서 우는 게 아니라 엄마 생각이 나서 울었을 것이다.
“울지 말고 빨리 개미에게 미안하다고 해. 그러면 괜찮아. 어서!”
“으흐흑, 엉엉, 갬야, 미아에, 저어마, 미아에. 으흐흑, 엉엉.”
그렇게 아이는 눈물 콧물이 범벅이 돼 서럽게 울더니 선생님 손을 잡고 어린이 집으로 씻으러 들어갔다. 다른 아이들도 엄마 닭을 따라가는 병아리들처럼 쪼르르 따라 들어간다. 또 다른 팀은 제비꽃을 보고 선생님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며 열심히 설명하고 있다.
“여러분, 이것 좀 봐요, 여기 예쁜 꽃이 피어 있네. 이거 무슨 꽃인지 아는 사람?”
“자미꼬쇼!”
“뭐라고요? 장미꽃이라고요? 장미꽃은 빨간색인데? 어떻게 된 걸까요? 그리고 장미꽃은 아직 피려면 멀었어요. 다시 한 번 잘 봐요.”
“저, 저뇨.”
“그래, 이번엔 은솔이가 말해 봐요.”
“개나니뇨!”
“개나리꽃이라고요? 개나리꽃이 이렇게 보라색이었던가요? 여러분, 개나리꽃은 노란색이 아닌가요? 저기, 저기 피어있네요. 이 꽃은 바로 제비꽃이라고 해요. 제비꽃은 보라색이에요. 어때요? 예쁘죠? 이게 무슨 꽃이라고요?”
“제삐꼬쇼!”
“네, 잘 맞췄어요.”
지나가면서 듣자니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혼자서 미친년처럼 깔깔대고 웃었다. 도대체 뭔 소리인지 알아들을 수가 없는데 어린이집 선생님은 척척 알아듣는다. 아이들에게 자연에 대해 가르쳐주며 하나하나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하기야 세상에 있는 모든 것이 교과서이니 열심히 배우고 채우다 보면 개개인마다 한 권의 역사책이 완성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