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책중에 만난 의문의 동물은?!?!
밤은 조용하고 소란하게
밤 산책.
람과 나의 일상에서 가장 ‘모험적’인 요소는 밤 산책이다. 밤 열시에서 새벽두시사이 람의 담배 한 개비에서 시작되는 느닷없는 걸음.
날이 춥고 바람이 분다 싶으면 골목 하나 만에 끝나기도 하고 윗동네, 아랫동네, 동서남북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을 찾아 먼 길을 떠나기도 하는 계획 없는 걸음.
이 밤 산책을 모험으로 만드는 것은 ‘밤’이라는 요소가 크게 작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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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깔깔 웃기보다는 키득댄다. 밤의 적막함은 별거 아닌 이야기도 비밀스럽게 소곤거리도록 한다. 몰래 라는 감각을 대화에 얹어준다. 달이 떴다는 얘기도, 저기에 학교가 있다는 얘기도, 우리만 아는 얘기처럼 끊임없이 주고받는다.
그렇게 얘기를 주고받다가 춤을 추어도 밤의 어둠과 인적 없음은 눈을 감아준다.
밤의 어둠은 잠옷에 봉두난발 슬리퍼차림으로 집 앞에 나왔던 우리가 대로를 걷게 한다.
낮에는 식사중인 손님과 눈 마주칠까 들여다보지 못했던 가게의 유리창 너머로 메뉴구경도 하게 해주고 재밌는 간판 앞에서는 한동안 멈추어 서서 관람객이 될 수도 있다.
다음에 꼭 다시 와서 저 유부초밥을 먹어보자고 하지만 낮에는 그 길을 다시 찾기가 어려운 법.
그래도 지도에 즐겨찾기는 해놓지 않는 것이 모험의 정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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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 빈길, 어두워 내부가 어렴풋하게만 보이는 가게, 괴상한 실루엣만 보이는 덤불. 낮의 이야기들이 비워져 있는 밤은 이것저것 상상해보기도 좋다.
낮의 수많은 정보값 들이 사라진 소리의 자리 색깔의 자리 디테일의 자리 이야기의 자리에 우리 마음대로 내용을 채워 넣는다.
그러다 보면 저 너머 보이는 저기 저 건물이 다음 골목에 보이는 반짝이는 무언가가 ‘거기까지는 가봐야 하는’ 지점이 되고 밤 산책은 끝없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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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밤을 헤집고 다닐 수 있는 것은 운 좋게도 내게 람이 있기 때문이다.
안전하고 즐겁게.
어느 밤처럼 우이천을 30분 넘게 집과 반대로 거슬러 올라갔을 때도 그날의 밤 산책을 멍모라 이름붙이며 웃으면서 돌아올 수 있게.
우리는 낮에 각자의 시간을 살고 밤에는 우리만 걷는 것 같은 길에서 우리만 하는 것 같은 이야기를 서로를 지켜주면서 하는 것이다.
키득키득소곤소곤거리면서.
밤의 가게들은 열려 있지 않고 노래를 할 수는 없지만, 꺼져있기에 채울 수 있는 것들이 있고 노래 없기에 출수 있는 춤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