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쌀을 씹으면 엄마가 일찍 죽는다 의미

by 죽계

‘생쌀을 씹으면 엄마가 일찍 죽는다’의 의미


생활 속의 금기어(禁忌語) 중 하나인 이 말을 올바르게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안에 들어 있는 두 가지 특성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하나는 아이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문장이라는 점이며, 다른 하나는 특수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네 가지 정보가 들어 있다는 점이 그것이다.

이 말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을 정도로 쉬운 우리말을 중심으로 하여 꾸며졌기 때문에 아이들을 겨냥한 문장이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부모에 대한 호칭으로 아이들일 때는 ‘아빠’, ‘엄마’라는 말을 주로 쓰다가 어른이 되면 ‘아버지, ‘어머니’라는 표현으로 바꾸어서 하는 언어 관습이 있다. 문장 속에 ‘엄마’라는 표현이 들어간다는 것은 아이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하나의 장치라고 할 수 있다. ‘죽는다’라는 표현도 ‘엄마’처럼 아이들이 주로 쓰는 것인데, ‘씹으면’이라는 표현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생쌀을 씹으면 엄마가 일찍 죽는다’라는 말은 아이들을 위한 것이며, 아이들이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문장이 된다.


‘생쌀을 씹으면 엄마가 일찍 죽는다’라는 말에 들어 있는 네 가지 정보는, ‘생쌀’, ‘씹다’, ‘엄마’, ‘죽는다’ 등이다. 쌀은 볏과에 속한 곡식의 열매에서 껍질을 벗긴 알맹이를 통틀어 이르는 말인데, 주로 벼의 열매에서 껍질을 벗겨내서 먹을 수 있도록 만든 것을 지칭한다. 쌀은 오랜 시간 동안 우리 민족의 주식(主食)이었는데, 상하지 않게 오래 보관하기 위해서는 습기를 없애는 것이 관건이다. 그렇게 되면 쌀은 딱딱해지면서 매우 단단한 상태로 되어서 그대로 먹기는 어려운 상태가 된다. 이런 쌀은 물과 섞어서 열을 가해 밥으로 만들어야 비로소 사람이 먹기 좋은 음식으로 되는데, 익히기 전의 쌀을 ‘생(生)쌀’이라고 한다.


쌀은 반드시 익혀서 밥이나 죽으로 만들어 먹었다는 점에서 볼 때 ‘생쌀을 씹으면 엄마가 일찍 죽는다’라는 표현에서 굳이 ‘생쌀’이라는 말을 강조해서 쓴 이유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쌀을 익히지 않고 날것으로 먹으면 사람의 몸에 커다란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암묵적으로 나타내기 위해 이런 표현을 썼다고 할 수 있다. ‘생쌀’은 매우 야물어서 지속적으로 그것을 씹을 경우 신체에 무리가 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인터넷에 올라온 자료들에서는 쌀이 귀했던 시절에 아이들이 생쌀을 자꾸 훔쳐 먹어서 온 식구가 함께 먹어야 할 식량이 줄어드는 것을 막기 위해 이런 말을 만들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은 상당한 문제가 있는 해석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부모는 어떤 경우에도 자식이 먹는 것을 아까워하거나 싫어하지 않는데, 아이들이 몰래 쌀을 먹는다고 해서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신다는 무시무시한 말로 위협을 하는 일은 절대로 없기 때문이다. 흉년에 아이를 배 터져서 죽고, 엄마는 배 곯아서 죽는다는 말이 부모의 마음가짐을 잘 보여준다. 그러므로 이런 해석은 그야말로 자의적이어서 올바르게 한 해석이라고 하기 어렵다. 또한 이 해석은 ‘쌀’이라 하지 않고 굳이 ‘생쌀’이라고 한 이유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어서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문장의 첫머리에서 강조한 ‘생쌀’은 ‘씹으면’으로 이어지면서 말하는 사람의 의도를 한층 분명하게 드러낸다. 사람이 입을 통해 음식을 배 안으로 넣는 것을 ‘먹는다’라고 하는데, ‘씹다’라는 표현은 입안에 있는 윗니와 아랫니를 움직여 잘게 자르거나 부드럽게 만드는 행위를 지칭한다. 여기에서 ‘먹다’로 하지 않고 ‘씹다’라고 한 것은 그 행위 자체가 일정한 문제를 일으킬 소지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씹다’는 음식 같은 것을 삼키는 과정을 지칭하는 ‘먹다’보다 좀 낮추어 말하는듯한 어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인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행위에 대한 경고, 금지 등의 뜻을 전달하기에 적합하다. 다른 사람의 말이나 행동을 비판하거나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을 무시하고 반응하지 않는 것 따위를 ‘씹는다’라고 한다는 점에서 이런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쓰는 ‘엄마’는 정감 있는 표현으로 어머니에 대한 절대적 신뢰와 사랑, 응석, 애교 등이 뒤섞여 있어서 아이들의 정서를 드러내기에 매우 적합한 말이라고 할 수 있다. 어른이 되면 존경의 의미를 담아 격식을 갖춘 존댓말이라고 할 수 있는 ‘어머니’로 바꾸는데, 그전까지는 주로 ‘엄마’라는 표현을 쓴다. 그러므로 아이들에게 있어서 ‘엄마’는 자기를 사랑으로 보살피고 언제든지 지지해 주는 가장 크고 든든한 버팀목이라는 뜻이 담겨 있다. ‘생쌀을 씹으면 엄마가 일찍 죽는다’에서 ‘엄마’는 뒤에 오는 ‘일찍’과 ‘죽는다’로 이어지면서 아이들에게 강력한 경고를 보내는 매개 작용을 한다.


‘죽다’라는 말은 살아있는 것이 멈춤으로서 유기체가 그 생명을 더 이상 유지할 수 없는 상태로 되는 것을 지칭한다. 한 생명체의 죽음은 그와 깊은 인연이 있으면서 살아 있는 사람에게는 커다란 충격이다. 어머니의 죽음 자체도 큰 일인데 일찍 죽는다는 말 하나만으로도 이미 아이는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충격과 슬픔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이에게 있어서 ‘엄마’가 일찍 죽는 것보다 큰 일은 없는데, 생쌀을 씹으면 그렇게 된다고 하니 두 번 다시 그런 행위를 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가지도록 하는 데에 매우 큰 효과를 냈을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옛사람들은 무슨 이유로 이처럼 무시무시한 위협이 되는 금기어를 통해 아이들이 생쌀을 씹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막았을까? 그것은 ‘생쌀’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성질 때문이다. 긴 시간 보관하기 좋도록 말린 쌀은 딱딱한 데다가 상당히 야물어서 그 상태로는 씹어서 먹기가 상당히 어렵다. 한두 번 그렇게 하는 것 정도는 괜찮을지 모르지만 계속해서 생쌀을 씹으면 이(齒)에 무리한 힘이 가해지게 되어 결국에는 이, 잇몸, 치주 등이 큰 손상을 입게 된다. 특히 아이들은 아직 미성숙한 상태이므로 이에 이상이 생기면 성장과 발달에 큰 영향을 받게 되어 정상적인 성인으로 자라기 어려워질 수 있다.


생쌀을 함부로 씹는 것이야말로 불행한 결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아는 어른들은 이것을 아이들이 가장 무서워할 수밖에 없는 ‘엄마의 죽음’과 연결하여 표현함으로써 강력한 제재(制裁) 효과를 낼 수 있었다. 아이들에게는 엄마가 일찍 세상을 떠나는 것보다 더 큰 일은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에게 큰 상처를 주지 않으면서도 한두 마디의 말로 바람직한 효과를 낼 수 있었던 우리 선조들은 참으로 현명하다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만드는 지혜로운 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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