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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랑 Jun 17. 2024

관종이 아니라면 안된다고?

vlog를 찍는 유튜버가 되었다.

점점 열심히 영상제작을 하던 어느 날, 남편과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었다. 브이로그를 제작하며 드는 감정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런데 남편의 첫 말이 나의 말문을 막아 버렸다.


"너는 절대로 그걸 할 수가 없어~! 진짜 내가 장담해! 왜냐하면 기본적으로 유튜브는 관종이 해야 해.. 네가 가장 못하는 걸 하는 거야~!"


여러 가지 생각이 들었다.

왜 시작하고 있는 사람에게 저런 소리를 하는지 화가 났고 눈물이 핑 돌았다. 나란 사람은 도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예전부터 sns 좀 한다 치면 저런 소릴 할까?


"나도 관종이야. 관심받고 싶어~!!" 

억지를 부려 말해보아도 남편은 망설임없이 덧붙였다.


"그래~ 하고 싶음 하긴 하는데 그래봤자 몇 달? 길어도 1년이다 일 년~!"

나는 기운이 쭉 빠져버렸다.

그래도 시작단계에서 그만둘 수는 없으니 계속할 것이라고 도전장을 내밀듯 말하고는 적당히 자리를 일어섰다. 





관종... SnS는 관종만 하는 거라고? 

그렇다. 나는 주목받는 것을 싫어하는 축에 속하고 조용히 살고 싶은 사람 중에 하나였다. 사진도 안 찍었고 싸이월드 시절부터 어떤 지금까지 사진을 올리는 것은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았었다. 심지어 카톡사진도 아이를 낳기 전까지는 무사진 이거나 한 장의 사진으로 반년에서 일 년은 사는 사람이었으니..


정말로 나는 관종이 아니라 이 일도 오래가지 못할까? 김새게 만드는 저 말이 야속하지만 혹시나 정말일까 봐 두려웠다. 호기롭게 시작한 일이 벌써 초반부터 내가 못하는 일이라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싱숭생숭하기 짝이 없었다. 사실 내 얼굴이 알려지는 것을 싫어하긴 했다. 그래서 대부분 아니 99% 얼굴 없이 촬영을 했다.

내가 관심 있는 것은 아마도 영상편집을 하는 그 자체와 그리고 그 결과물을 평가받고 싶어 하는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회수와 구독자로 내 영상을 평가받으니 노출이 많이 되길 원하고 조회수를 기대하며 말이다..

그 심리를 나는, 나도 많은 이에게 관심받고 싶어 하는 것이라고 당연히 그렇다고 여겼다.


그러면서도 며칠간은 들리지 않는 목소리로 매일 외쳤다.

“나도 관종이야.. 나는 관종이다! 나도 관심받고 싶다고~! ”

자꾸만 남편에게 부정하는 말을 퍼붓고 싶어졌다.


 

원래의 나보다 요즘의 나는 어딜 가든 영상 촬영을 많이 하고 다녔기에 나는 이 일을 하기에 이렇게 조금은 세상에 맞춰 살아가는 기분에 뿌듯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음식점에서 음식을 기다리며 가만히 있는 나에게 남편은 또다시 말했다.


“거봐, 지금도 아무렇지 않게 sns 하는 사람들은 이미 카메라로 찍고 있어... 가만히 있잖아 너는 ~!ㅎㅎㅎ 정말로 그 세계와 맞지 않는다니까. ㅎㅎㅎㅎ”


하... 정말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처음으로 남들의 말에 깊은 공감을 했다.

‘이래서 ‘남’의 ’ 편‘ 이라고들 하는 건가...’

그것도 잠시... 나는 또 남편의 말을 새겨듣고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남편의 말이 맞긴 맞았다. 나는 아직도 맛있는 음식이 나오면 찍기보다는 맛있게 먹고 감탄하기에 더 바쁜 사람이었다.

카메라보다 숟가락이 더 먼저 가는 사람이었다.

그렇다고 나는 정말로 브이로그를 못하는 사람일까? 나는 이 세계에 있으면 안 되는 사람인가?






혼란스러운 요즘 나는 그냥 매일 되뇐다.

포기할 수 없기에 일단은 대뇌인다.

“나는 관종이다. 나는 관종이다. 숨지 말자.”

내가 이 일은 언제 그만둘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관종이어야만 한다면 나에게 주문을 외워하겠다.

“나도 관종이라고.”


브이로그 하나 찍는데 별게 다 필요하다. 이래서 내가 부모님 형제자매 친구까지 모두 알리지 않고 조용히 하는 것이다. 남편과 아이들에게는 숨길 수 없기에 오픈했지만 가능하다면 아무도 모르게 시작하고 싶다.

남편의 똑똑한 말들로 세상을 살아가는데 정말 많은 도움이 되어왔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정말로 남편이 틀리기를 간절히 바라고 바란다.



유튜버가 되는 길에 가장 신경 써야 하는 부분은 마음가짐이라고 들었다. 기술? 전략? 그리고 기획 등등 모든 것은 다 배우면 되는 것이고 하라는 대로 하면 일단은 되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일을 하든 모두 그렇듯이 실패의 99%가 마음이 무너져서 생기는 것이다. 

유튜브처럼 초창기에 성과가 전혀 나지 않는 이 세계는 그래서 초반에 다 포기한다고 하였다. 나는 조회수보다는 나의 일처럼 나의 일과를 기록하는 것에 의의를 두기로 하면서 성과가 나지 않는 것들은 인정하기로 마음을 단단히 먹었었다.


그런데 이런 말도 안 되는 마음가짐까지 필요할 줄은 몰랐다.

물론 나처럼 내 남편의 말에 반감을 가질 사람들이 매우 많을 것 같다. 하지만.. 내가 그 뒤로 유튜버들을 자세히 살펴보고 , 특히 브이로그를 올리는 이들을 살펴보면 확실히 사람들이 말하는  '관종'끼가 많은 사람일수록 아무렇지 않게 좀 더 쉽게 유튜브를 하는 것 같다. 


남편의 말이 맞을지 내가 맞을지는 시간이 지나고 여러 일을 겪어보아야만 확실히 알겠지만,

어쨌든 나는 계속 길을 일단은 가야만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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