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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랑 Jul 01. 2024

경험해야만 확실히 아는 것 '악플'

브이로그를 찍는 유튜버가 되었다.

 -나는 관종이다. 나는 관종이다. 숨지 말자

 -조회수에 집착하지 말자.


관종이어야 했고 조회수는 보지 않아야 유지가 될 것 같았던 나의 유튜브, 그러나 통째로 그것을 흔들어 버린 사건이 터져버렸다. 

이상하게 조회수가 많이 나온 어떤 한 쇼츠영상에 댓글이라는 것이 달렸다. 처음이었다. 알림이 떴을 땐 깜짝 놀라 가슴이 콩닥거릴 정도였다.

지체할 것도 없이 바로 들어가 댓글을 확인했다.


'이건 ****가 아니고 오꼬노미야끼 아닌가???'

 단순히 음식과 이름이 맞지 않아 이상함을 느낀 이가 지나가며 그냥 올린 댓글이었다. 


내가 올린 쇼츠의 제목과 영상의 음식이 달라서 생긴 일이었다. 나는 음식을 만들 때 아이들에게 이해하기 쉽게 해주고 싶어서 그 음식의 맛과 비슷한 것 중 아이들이 먹어본 음식 이름을 따서 지어 부른다.

그리고 습관처럼 그 이름을 그대로 영상에도 적어 올려 내보냈다. 그것이 아마 눈에 거슬린 것 같다. 


실망감이 조금 들었지만 대댓글을 달아 주었다. 방금 설명한 것처럼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하려고 내가 지어낸 것이다라며.. 당신의 말이 맞음을 인정하고 친절하게 해명하는 댓글이었다. 

'그래, 이상하니까 그럴 수도 있지'

라고 상처받기보단 이해를 하며 그렇게 약간의 실망감과 함께 하루를 보냈다.


그런데 다음날 또다시 댓글알람이 떴다. 

댓글이 또 달리다니!! 나는 어쨌든 쭉쭉 뻗어나가는 조회수에 기뻤고 반응을 해준다는 사실에 기뻐서 마음이 또 들썩였다.


하지만 이번엔 정말로 그 이름과 음식을 조롱하는 '악플'이었다.

첫 번째 댓글과는 아예 달랐다. 그냥 이상해서 올린 그 댓글과는 전혀 다르게 정말로 나를 공격하고자 쓴 댓글이었다.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었는데, 이름도 등신 같고 음식도 해롭다는 식의 욕과 조롱을 섞은 댓글이었다.




초보 유튜버인 나는 그대로 그 하나의 악플에 상처를 받아 버렸다. 

그 사람 말에 완전히 꽂혀 내가 올린 것이 너무 바보 같아 보일 정도였다. 순간적으로 나는 그 영상을 바로 내려버렸다. 

나에게는 충격적인 일이었다. 


악플이라는 것을 제대로 시작도 해보기 전에 겪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응원과 격려의 댓글들 사이에 악플 하나였다면 기분은 나쁘지만 그럭저럭 넘겼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처음 달린 댓글들이 이런 악플이라니 나는 내가 이 일을 계속해도 되는지 겁이 잔뜩 났다.


악플로 정신병에 걸리고 죽음까지 간다는 연예인이나 유명인사들 이야기를 들을 때는 그냥 못난 사람들이 쓰는 글에 왜 그렇게 흔들릴까?라고 생각했었다.

나 같은 평범한 사람은 절대로 경험하지 못하는 것이기 때문에 공감이라는 것을 깨알만큼도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찌 보면 별 것도 아닌 이 댓글에 이 정도 충격인 것을 보니 갑자기 엄청난 악플을 받는 그들을 1퍼센트 정도는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마 내가 계속해서 유튜브를 해나가고 운 좋게도 구독자가 늘어나고 조금씩 성장한다면 분명히 이런 악플의 개수도 늘어날 것이 확실했다.


세상이 갑자기 무서웠다.

세상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 관심을 받아야 하는 존재가 되는 것이 덜컥 겁이 났다. 


남편의 말이 이해가 되었다. 관종이 아니면 할 수 없는 것.... 이런 것을 말하는 것일까?

작은 pc앞에 앉아 혼자 하는 일임에도 세상풍파가 다 휘몰아쳐간다. 

지금까지 1년은커녕 반년도 안 한 일인데 벌써부터 이리 심난하면 어쩌나 싶기도 하고 처음이라 이런가 싶기도 하다.





사실 남의 일에 별다른 관심이 없이 살아온 나는 더더욱 이해할 수가 없다. 악플을 다는 사람들을..


'이렇게까지 다른 사람의 영상을 비꼬면서 보는가?'

'악플을 달 정도로 시간이 많은가?'

'내가 올린 것이 정말 너무 말이 안 되는 걸까?'

'다들 비웃고 지나가는 걸까?'

'아무도 내 것을 보지 않는 것이 낫겠다.!!'


다른 사람을 이해 못 하는 것으로 시작해 나의 자책을 지나 결론은 그만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철저하게 악플러의 승리였다.

오랜 기간 동안은 아무도 봐주지 않을 것이란 생각에 이런 댓글에는 전혀 대비를 하지 않았다. 그래서 그 충격이 컸고 다행히도 아직은 구독자가 없는 채널이기에 그만두기도 쉬운 상태였다. 


그 영상을 내리고 다른 사람들의 영상을 보면서 댓글들을 조금씩 보기 시작했다. 내 눈에는 왜 칭찬과 격려의 댓글들만 보였을까??

지금 와서 보니 모든 유튜버들이 악플러에 대한 경고를 조금씩 하고 있었다. 

그렇게 대비를 하고 꿋꿋이 영상을 올리는 이들이 많이 보였다. 


! 겨우 악플 한 개에 영상을 내리는 나라는 사람이 참으로 모자라고 나약하다.!!

그렇다. 나는 갑자기 내가 얼마나 말도 안 되는 것에 쭈구리로 변해가고 있는지를 발견했다. 비가 오기도 전에 지렁이 무서워서 문밖에 못 나가는 못난이가 바로 나였다.



 다시 돌아가 나는 바로 내렸던 영상을 다시 올렸다. 그리고 그 악플은 삭제를 시켜버렸다. 

거센 파도가 아니라 쓰나미가 왔다간 내 마음의 마을을 다시금 정리하고 일상으로 돌아왔다. 왜 그렇게 갑자기 굳건해졌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경험하지 않으면 절대로 모르는 것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세상 살아가는 것이 참 쉽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쉽게 쉽게 돈 버는 것 같은 유튜버들..

온라인 세상에서 유명인사가 되어 세상 가장 행복하게 살아갈 것만 같아 보이는 그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라고 배우지만 보이는 것만 보이는 우리들이다. 

그 뒤를 볼 수 있게 된 이번 일로 나는 정말 많은 것을 생각하고 많은 교훈을 얻게 되었다. 

브이로그를 제작하며 올리는 것뿐인데.. 회사를 다니는 것만큼, 아니 그보다 훨씬 더 많이 이 세상의 이치를 배워가는 것 같다. 


악플이라는 꼭 온라인상에서만 존재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내 가장 가까운 곳에서, 바로 옆에 있는 이가 나의 악플러가 되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 살아가는 것이 힘든 것이겠지.. 그리고 그것은 피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악플을 직접 마주했던 내가 마지막으로 다음 말을 하고 마치려고 한다.



굳이 내가 만들어 스스로 만들어 낸 내 인생의 악플러를 통해
 나는 한걸음 더 성숙해졌다.
악플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우리를 많이 다치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을 극복하면 한층 더 단단해질 수 있다. 

우리들 인생 곳곳에 퍼져있는 악플러에 전혀 흔들리지 않을 만큼
언제나 단단함으로 무장한 우리가 되기를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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