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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랑 Jun 25. 2024

조회수라는 늪에 빠졌다면

vlog를 찍는 유튜버가 되었다.

오늘도 주말 아침 일찍 일어나 한참을 소파에 앉아 있었다. 요즘 루틴이라면... 감사일기도 아니고 오늘의 콘텐츠를 어떻게 할까를 고민한다.

부작용이라면 부작용이고 창의적인 생각을 하는 습관으로 본다면 긍정적일 수도 있다.

하지만 생각은 생각일 뿐.... 핸드폰을 뒤적거리는 것은 다른 문제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조회수 확인을 나도 모르게 하려고 했다. 순간 아차 싶었다.

이건 정신멘탈을 잘 부여잡고 장기전으로 가려한다면 정말로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사람의 마음이란 것이 얼마나 간사한지 얼마나 나약한지 요즘 절실히 깨닫고 있다.

분명 성과보다는 나의 발전에 초점을 두기로 해놓고는 조회수에 연연하고 또 연연하고 있다. 가지 말아야 할 늪에 발을 담그고는 나는 빠지지 않을 거라고 호언장담한 것 같다.




문제의 시작은 높은 조회수였다.

단기간에 갑자기 나온 조회수가 나를 유튜브 스튜디오 클릭에 빠져들게 만들었고 조회수에 집착하게 만들었다. 다행히도 아직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통계를 잡을 수도 없는 상황.. 보고 싶어도 내 유튜브 성적은 제대로 볼 수가 없었다. 다만 조회수만 확인되었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정말 하루아침에! 조회수가 한자리로 내려갔다. 아니? 0이었다. 마치 유튜브에서 내 영상을 내보내지 않는 건가 싶을 정도로 하루아침에 그렇게 되었다.

내가 올린 어떤 쇼츠에서 음식 이름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특정국가에서는 볼 수 없다는 메일을 받은 직후였다. 아무래도 그런 이상한 점이 발견된 것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그렇다고 저작권에 걸릴만한 무언가를 한 것은 없었다.

하지 말라는 것을 하지도 않았다.

도대체 무엇이 문제인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초반부터 승승장구할 것 같던 나의 유튜브는 그렇게 마의 구간에 들어간 것 같다.


높은 조회수로 불지펴진 나의 조회수에 대한 집착,

그리고 혹시나 하는 기대감으로 들어가 보는 아침클릭, 그리고 실망의 며칠들,

아무리 찾아보아도 나의 유튜브의 문제점을 모르겠지만... 아마 초기 유튜버의 정상적인 형태로 들어간 것이 아닌가 싶다.


내 예상대로 사람을 늪으로 끌어들이려고 초반에 사람들에게 영상을 뿌려줬고 당연히 노출이 많으니 조회수가 생겼고.. 그 뒤엔 정상적으로 돌려놓은 것이라 믿고 싶다.


역시... 공짜 점심은 없는 것인데..


일주일간 마음속에 혼란의 파장이 마구 일어났다.


' 지금 먼가 문제가 생긴거라면? 다른 채널을 파볼까?

정상적인 거라면 조용히 원래대로 묵묵히 해보자!!

아니야... 이게 정말 삽질이라면??

소중한 시간을 쪼개서 만들어가는 것들인데 솔직히 나만 보는 앨범이 되는 건 좀 아깝잖아..'


그렇게 1만까지 찍은 조회수와 0을 찍는 조회수를 맛보며 나는 심각한 고민에 빠졌다. 그리고 그 늪에서 빠져나올 수 있게 한 것은 도서관에서 발견한 책 한 권이었다.

나의 일과에 변화를 주기 위해 집안일을 그냥 모른 척하고 무작정 도서관으로 갈 때가 있다. 그리고 책장을 혼자 돌면서 눈에 가는 책들을 뽑아 본다.

그렇게 잡아 든 책들 중에 보석 같은 책들이 많다. 베스트셀러도 아니고 아무것도 아니지만 나에게만은 내가 갈 길을 안내하는 보석 같은 책 말이다.


이번에도 혼란스러운 마음을 잡기 위해 도서관에 기웃거리며 발견한 책 한 권, 그것이 나를 구해 주었다. 현재 상황은 영상에 대한 것인데 우습게도 영상에 관련된 책은 보지 않는다.

여전히 나는 글을 쓰는 책에 자연스럽게 다가간다. 그리고 무명작가의 에세이 관련된 서적을 읽고는 해결책을 찾았다. 하루하루를 담다 보면 이뤄지는 것들, 기적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록이 쌓이면 무엇인가 된다는 진부하지만 세상에 영원할 정답 아닌 정답

 

'그냥 뚜벅뚜벅 걸어가자.. 매일 이 사소하고 보잘것없는 일상을 그냥 담자. '

이것이 내 해결책이었다.


처음부터 정답이 정해져 있었던 것이었다.

시작부터 알고 있었던 일이 벌어진 것뿐이었지만 1만 조회수라는 달콤한 사탕을 집어삼킨 것이 문제였다.



브이로그를 찍으면서 정말 이 작은 마음에서 거센 파도가 친다. 조회수라는 변수가 내 마음의 파도를 더욱 휘몰아치게 만들었고 그 파도를 잠재운건.. 역시나 잔잔한 책 한 권이었다.


브이로그뿐만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일들이 이렇게 마음에 일렁이는 파도 때문에 지속하지 못하게 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것은 인간의 당연한 심리라 생각되면서도 그렇기에 잔잔한 호수처럼 그저 묵묵히 가는 사람이 이기는 것도 당연한 것이 되는 것이다.


하루가 다르게 변해가는 이 온라인 세상에서 그나마 지속할 힘을 찾아내려면 여전히 그 답은, 어떤 영상도 어떤 교육도, 어떤 강의도 아닌 그저 나에게 원래 존재하던 답을 다시 알려줄 책 한 권이 아닌가 싶다.



도서관을 끼고 간다면 그렇다면 나는 비록 흔들릴지라도
무너지지 않고 갈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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