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파랑 Oct 25. 2024

인생이 조금 더 윤택해지고 싶었던 그 분주함으로..

Vlog를 찍는 유튜버가 되었다.

결국 돌고 돌아 선택과 집중이라는 평생 풀기 어려운 문제에 또 당면했다.

혈기왕성하게 vlog에 집중하던 수개월 간의 시간들이 빠르게 스쳐간다.

촬영을 위해 더 부지런했고 촬영을 위해 더 깨끗했고 모든 것이 더 분주했던 나날들..

나의 모든 시간을 쏟아 컴퓨터와 씨름하던 그 시간들..

하루는 웃게 하고 하루는 울게 했던 이곳에서 고뇌하던 날들..


내가 쏟아부은 시간이 1년이 채 되지는 않았지만 모든 것이 영상에 고스란히 담겨 있고 모든 심정이 나의 글로 남아있다. 성과는 없을지 몰라도 계획했고 실행했고 수많은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유튜버가 되었고 또 한 번의 실패가 있었기에 나는 내 인생의 방향을 잡아가는데 한걸음 또 나아갈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브이로그 촬영을 시작하고 하루종일 성과없는 일에 매진한다고 생각될 때 , 마음이 심란하여 혼자 끄적이던 글이 있다. 그 글은 다음과 같다.




어찌 보면 시키는 일만 할 때가 좋았어요. 정해진 시간에 일을 하고 돌아오면 나는 온전히 내가 좋아하는 드라마만 볼 수 있고.. 육퇴 후엔 정말 자유인 그 자체였죠.

그런데 지금은 누구 하나 일 시키는 사람도 없는데 드라마 한 편 볼 시간이 없어요. 저질러 놓은 일이 너무나 많아요. 가끔은 왜 스스로 일을 만들어 이 고생을 하나 싶다가도 다시 한번 미래를 생각해 봐요.


저는 이젠 나 스스로 멈추면 영원히 이 자리에 머무는 사람이 되어버려요. 누가 머라 하지 않기 때문이죠.

자유의지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찌 보면 정말 무서운 일이기도 해요. 내 의지대로 내 인생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은 나 스스로 내 인생을 망쳐버릴 수도 있다는 의미이니까요.


그렇다면 나 스스로 내 인생을 망치는 것은 무엇일까요? 사업하려다 망하는 것? 사기당하는 것? 아니요. 그런 것들은 모두 인생의 윤활제일지도 몰라요.

아마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지금 물 흐르듯 아무 생각 없이 하루를 살아가는 것이 진짜 인생을 망치는 것일지도 몰라요.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 내가 스스로 일을 만들어 나를 채찍질하는 것은 나를 힘들게 하는 멍청한 짓이 아니라 내 인생을 윤기 나게 청소하는 값진 일이라고 오늘 하루도 그렇게 생각하며 바삐 움직이죠.




사업하랴 유튜브 찍으랴 정신없이 보내던 어느 날, 너무나 힘에 부쳐 썼던 글이다.

'헛되이 시간만 보낸 것은 아닐까..'

퇴사하고 2년간 분주히 살았지만 어떤 결과물도 없는 것 같은 지금 시점에,

후회와 자책을 하기 전에 한번 더 내 인생을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글이었다.





결과적으로 성과가 없었고, 앞으로도 조용히 살아가기로 마음먹은 나의 인생에 이 경험이 경력이 될 일은 없다고만 생각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내가 한 일들이 한순간의 경험과 기억으로 끝이 나버리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끝을 맺지 않았다. 마무리를 짓지 않고 휴식이라는 명목으로 찝찝한 채 몇 달을 보내왔다. 다시 시작한다는 암묵적인 휴식이어야만 내가 지금까지 고군분투하며 배워온 몇 가지 편집기술이나 경험들이 사장되지 않을 것만 같았다.


얄팍한 기술과 얄팍한 경험들..


이제는 놓아주려고 한다.

놓아주어도 끝이 아니라는 것을 경험해 보려고 한다. 두터워질데로 두터워져 버리기 아까운 것도 아니다. 이 짧은 경험 하나 부여잡고 멀 그리 아까워했나 싶기도 하다.

이 세상 모두가 그러하듯이 불타는 시작을 했고 그 과정을 즐겼고 고뇌했으며 마지막으로 미련을 버리지 못한 포기를 했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 나를 담아냈던 이 일들이, 유튜브로서 살아갔던 이 경험들이 얼마나 도움이 될는지 모르겠지만 무엇인가 해보려 고군분투했던 나의 이 젊은 날의 기억이 훗날 내 인생을 윤택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 믿는다. 내 삶을 돌아보았을 때 웃음 짓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내가 언제까지 소위 말하는 인생의 삽질을 하게 될지 모르겠지만 여러 번의 삽질로 파 놓은 구덩이 구덩이에 물이 들어오는 어느 날,  큰 대어 하나가 잡혀있기를.. 또 미련한 기대를 해본다.

그리고 그 기대는 더 깊은 구덩이를 파거나 또 다른 구덩이를 팔 수 있도록 힘을 줄 것이다..


유튜버는 누구나 될 수 있고 나의 인생을 담아 누구에게나 보여줄 수 있다. 과정은 쉽다. 하지만 그 내면은 참 어지럽다.

이 어지럽고도 멋진 경험을 해볼 수 있었음에, 내 인생에 기름칠을 하려 노력했던 그 분주함으로 털끝만큼이라도 성숙할 수 있었던 값진 시간들이었기를 바라본다...


오늘도 나는 조금 더 윤택한 삶을 살기 위해 또 다른 구덩이를 파러 간다. 영원히 안녕은 아니다. 유튜버로 다시 돌아올지, 완전히 또 새로운 배움을 선택할지는 모르겠다.

그저 나는 내 삶에 기름칠을 하기 위해 분주하게, 살아가려 한다.



도전과 실패라는 것은 결국 참담함을 가져온다
하지만 그 참담함으로
내가 걸어온 길에 반짝이는 꽃 한송이가
피어나는 것 아닐까?
-유튜버로 살아온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이전 13화 의미 부여하며 꾸역꾸역 데리고 왔지만..(깨달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