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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랑 Sep 23. 2024

의미 부여하며 꾸역꾸역 데리고 왔지만..(깨달음)

이제는 끝이라는 생각

브이로그란 무엇인가?

알고 있지만 문득, 사전적 의미를 찾아보았다.

 '일상생활을 동영상으로 찍어 인터넷에 공개하는 게시물'이라고 나왔다.

역시.. 정말로 단순함 그 자체였다.

그냥 일상을 찍어 올리는 것, 공개하는 것, 그냥 그뿐이었다. 나에게 수많은 생각을 하게 하고 마음이 요동쳤던 것은 지극히 개인적인 문제였던 것이다.  


누군가는  얼굴이 나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이 아주 손쉽게 촬영을 하고 영상을 올린다. 그리고 성과도 좋다. 그런 일이 나에게 있었다면 참 좋았겠지만 그렇지 못했다.


맞지 않는 일...

이라는 정의를 내려가고 있다. 매일매일 내 안에서 올라오던 생각이지만 '할 수 있다.' '하면 된다.' 라며 나는 그 말을 눌러왔다.

무시하고 외면하고는, 이 일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기를 바랐다.

혼자 하는 일이고 나에게 많은 변화를 주었던 이 작업마저 그만두고 싶지 않았다. 지속할 수 없다는 걸 서서히 깨달아 가면서도 노트북을 한쪽 서랍에 가둔 채 상황이 안된다는 핑계만을 대고 한 달을 보냈다.




깨달음은 생각보다 빨리 오지만 그것을 머리가 깨닫기까지 얼마나 걸릴까?

마지막 일상 브이로그를 촬영한 뒤 나는 이사를 했다. 이사과정이 사실 순탄치만은 않았다. 도배와 여러 가지 수리작업 때문에 바로 이삿짐을 들이지 못한 여러 가지 사정들이 있었다며 굳이 설명을 보태본다. 어쨌건 단순한 이사가 아니었다.

한 달 정도 집 밖 생활을 해야 했으므로 나는 한 달 치 생활할 것들을 따로 꾸리는 작업도 해야 했다. 그리고 이 과정이 참 좋은 브이로그 소재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이한 상황이었기에 말이다.

어디에서든 계속해서 편집과 업로드를 하겠다며 노트북과 외장하드, 스마트폰 거치대 정도를 챙겨 두었다. 그랬는데 나는 

한 달 동안 단 한 번도 노트북을 펴지 못했다. 아니 펴지 않았다가 정확할 것이다.

편집해서 올릴 수 있는 컷편집 완료된 한 편의 분량이 있었지만 그마저도 하지 못했다.


나는 엉망진창인 상태에서는 도저히 카메라를 켤 수 없다고 생각했고 어느 정도 가닥이 잡히면 상황을 촬영하려 했었다. 그렇게 카메라를 거두어들이고 일에만 집중하는 일주일을 보냈다. 그리고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 이미 나는 원래의 내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SNS를 멀리하고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살아가던 내 오리지널 모습..

아직 올릴 수 있는 한 편의 촬영영상이 눈에 한 번씩 밟혔다. 하지만 선뜻 그 작업을 할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그랬다. 나는 원래 이런 사람이었고 유튜브에 대한 나의 열정은 그렇게 가라앉고 있었다.


성과가 안 나서 그랬을까??

만약 구독자가 매일매일 늘어났고 조회수가 폭발적이었다면 내가 과연 버거운 나의 일상 속에서 카메라를 켤 수 있었을까? 길바닥에서라도 노트북 하나로 영상을 편집하고 올릴 수 있었을까??

고백하건대 카메라를 집어넣고 온전히 내 일에 집중했던 그 시간들이 마음이 편안했다. 진정한... 나의 삶이었다. 나의 하루를 온전히 살아갔던 나날들이었다. 


지켜보는 눈이 있어 집을 치우고 또 지켜보는 눈이 있어 좀 더 부지런히 생활할 수 있었다. 어쨌건 자발적 강제로 나를 성장하게 한다고 믿었었다. 지금은 그 믿음이 무엇이었을까 혼란스럽다. 맞지 않는 일을 지속시키기 위한 정신승리가 아니었을까?


관종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나는 절대로 오래 지속할 수 없다고

호언장담한 남편의 말이 지금도 나를 찌른다.

인정하고 싶었던 그 말을 인정해야 하는가 싶다.

어찌 보면 어떤 일이든 지속하지 못하는 나이기 보다는 관종이 아니기에, 나에게 맞지 않는 일이기에 이렇게 되어가는 중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나라는 사람의 살아가는 자신감과 자존감을 지키기 위해서.


브이로그는 끝이라는 생각.. 하루의 나를 온전히 찍어 공개하는 것은 나와 맞지 않는다는 깨달음,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압박감 때문에 그 깨달음을 무시했다. 나에게 맞는 일을 찾은 그때 주제를 바꾸어 다시 한번 유튜브에 도전하고 싶다.

아마 그때엔 좀 더 답을 알 수 있겠지.

맞지 않는 일이라 못했던 것인지

아니면 나의 그릿이 이 정도뿐인 것인지


의미부여를 가득 담아 생기 있게 여기까지 왔지만, 이제는 방향을 바꾸고 변화해야 하는 때인 것은 분명하다. 한 편의 브이로그 영상이 눈에 아른거린다. 

마지막 사표를 집어던지기 전 그 마음과 같다. 

알지만 선뜻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

이제는 결단을 내려야겠다. 

언제나처럼 의미 부여하며 꾸역꾸역 나갈 것인지, 정말로 깔끔하게 끝을 맺고 새로운 시작을 할 것인지!!

인생은 깨달아 결정하기까지 반, 그리고 행동에 옮기기까지 반인 것 같다. 그리고 그 행동의 시작부터 차근차근 헤쳐나가는 것이 아마도 현명한 삶을 살아가는 지름길이라는 희미한 답이 보인다.


느리게 살아가는 삶을 위해 
빠르게 해야 하는 것! 
결정과 행동 그리고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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