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하기 때문에(6)
“엄마. 친구들이 나한테 oo 이는 **이 싫다 하고
**이는 oo 이 싫지 않냐고 물어보고 그래!! “
이제 겨우 초등학교 2학년을 마쳐가는 아이가 말해주는 친구들의 이야기이다.
시간이 지나 흐릿해진 학창 시절의 기억
서로가 서로를 뒤에서 욕하고 팀을 이루며
눈치게임판으로 만들어가던
즐겁지만 지옥 같던 그 교실이
생생하게 떠오르는 아이의 말이었다.
가장 경계해야 하지만 가장 경계하기 어렵고
어디를 가도
누구를 만나도
끝나지 않던 그 말말말
내가 깊이 사람을 만나지 않는 이유이고
내가 사람을 기피했던 그 이유였던
그 세상이
다시 또 우리 아이들 세상에서 펼쳐지나 보다.
사실 어른이 되어서도 끝나지 않았다.
누구의 편을 들지 않으리라 맘을 먹어도
'나 홀로 강직해지리.'라는 강인함을 지니지 않으면
하기 힘든 일..
아마도 상처받는 인간이기에
할 수 밖에 없는 것..
초등학교를 시작으로
끝없이 이어져가던 그 뒷담화가
아이를 끼고 만난 엄마들의 세상에서
또는 직장 내에서
정점을 찍는다.
결국 진짜 어른이 되어서 정점을 찍는다는 이야기.
나는 다행히도 곰처럼 무디고 관심 없는 성격으로
찰떡같이 맞는 사람이 없었다.
그래서 그런 무리에 낄 수 없었고
험담할 기회도 다행히 별로 없었다.
더불어 내편도 없었다.
물론 험담할 사람이 없었다는 것은 아니다.
결혼 후 밖에서 만난 사람들의 뒷담화는
남편에게 하기 시작했다.
조금 친하다고 믿고 다른이에게
상처받은 내 마음을 알리기도 했다.
그것은 결국 뒷담화였지..
그러나
하루가 지나지 않아 뼈저리게 후회할 고통이 찾아왔다.
결국 뒷담화라는 것이
순간 내가 싫어하는 이를 밀어내고
내 생각에 동조하는 내 편을 만들어내는
살아가고 싶은 인간의 본성 같은데
이것이 정말 처음 원했던 대로
어울리며 살아가게 하는 것이 맞나 싶다.
오늘도 우울해지려고 아이의 한마디에 인생사 깊이 생각하는 것일까?
그냥 흐르는 데로
사람들 하는 데로
같이 웃고 즐기고 싸우고 화해하고
그렇게 복닥복닥 살아가면 될 것을..
인간답게 뒷담화도 하고
그러면 될 것을..
굳이 그 행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다.
뒷담화가 마음을 풀어준다면
아마도 나도 옳고그름을 떠나
기꺼이 가담할 텐데..
진짜 마음을 털어낼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하다.
머릿속을 비워내는 방법이 궁금하다.
어떻게 아이에게 세상을 가르쳐야 하는지..
곤란하다.
오늘도 생각의 꼬리를 물다 우울로 갈까 무섭다.
오늘도 나는 그렇다.
인간의 마음이 궁금하다..
(**뒷담화는 표준어가 아닙니다.
하지만, 험담이라는 표현까지는 쓰고 싶지 않아
그냥 비표준어를 쓴점..이해해 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