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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파랑 Jul 04. 2023

얼렁 뚱딴지 엄마로 살아가다.

무엇이든지 잘 못하는 엄마.

한 아이의 엄마로 살아간 3년, 그리고 두 아이의 엄마로 살아간 세월이 벌써 5년이다.

첫애를 학교에 입학시킬 시기가 되었으니 나도 이제는 어느 정도 베테랑 엄마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나는 아직도 어리버리 초보 엄마의 자리에 그쳐 있는 것 같다.


집안은 항상 너저분하고, 요리는 국하나 반찬하나 하면 진이 빠져 더 이상 하지를 못한다.

그래서 메인요리 하나 해주면 그날을 아이들에게 진수성찬을 차려준 날이다.

그렇다고 우리에게 맞는 반찬집을 야무지게 찾아내지도 못한다. 어쩌다 반찬을 사 오는 날이면 항상 실패했기에 우리 아이들은 사 먹는 반찬은 엄마 것 보다 맛이 없다라며 잘 먹지도 않는다.


아이가 어릴 땐, 내 밥 한 끼 차려먹기도 어려워서 바나나 우유를 항상 옆에 끼고 살았다.

내 생각에 바나나우유가 가장 급속도로 열량을 채워주면서 그리 해롭지 않은 식품이었기 때문이고 갓난아이를 두고 냉장고까지도 못 가는 소심한 성격이라 적당히 상온에 있어도 되는 것이어야 했다.


아이에게 우유를 줄 때는 나에게 우유를 주지 못하는 엄마, 빠릿빠릿하게 모든 것을 해치우는 것이 너무나 어려워 아직도 나는 아이들과 놀아줄 땐 밥을 하지 못한다.

한 번에 한 가지밖에 못하는 둔탁한 성격 때문에 직장맘으로 살면서는 더더욱 살림도 대충, 직장일도 대충 하며 모든 것이 하루하루 대충대충 얼렁뚱땅 간신히 줄넘기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나에게는 회사 갈 준비에 두 아이 아침준비까지 시켜 등원시키고 출근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신기루 같은 일을 해내고 있는 것이었다.


어느 날, 나 자신이 참 한심하게 느껴지는 날도 많았다.

특히 다른 멀티태스커 엄마들과 비교할 때면 나 자신이 한없이 바닥으로 추락하는 기분이었다.

왜 그럴까.. 며칠간 생각해 보았다.

능력이 부족한 욕심만 가득한 엄마이기 때문이라고 나름 결론짓기도 했다.


아이들에게는 전업주부들이 해주는 모든 것을 해주고 싶고

회사에서는 언제나 스마트해 보이고 싶어 점심시간까지 쪼개어 일을 마쳐나가고 있었고

푹 퍼져가는 엄마의 모습보다는 참 예쁜 엄마를 꿈꾸기에 나를 가꾸는 것까지 모두 다 해내고 싶어 언제나 발버둥 치며 간신히 숨만 쉬며 살아갔다.

그러든 동안 육아에도 구멍이 생기고 회사에도 구멍이 생기고 나를 가꾸는 것은 제대로 시도도 할 수 없었다.


나를 알고 나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고는 회사 휴직을 강행했다. 수입이 한없이 부족한 상황인데도 내 인생이 아이들의 인생이 이렇게 갈 수만은 없다고 생각하며 힘들게 내린 결정이었다.

회사만 그만둬도 아이들에게 올인하며 100점짜리 육아를 해낼 것이라고 생각했다.


결론은,

회사만 안 갔지 육아는 그대로였다.

단지 마음에 여유가 생겨 아침에 아이들을 다그치거나 저녁에 아이들에게 히스테리 부리는 것이 팍 줄었다고나 할까..

며칠간은 그 정도에도 만족했다.

하지만 한두 달이 흘러도 밥상 위 올라오는 밥이 예전과 같음을 보면서 나는 그냥 원래 잘하지 못하는 엄마라는 것을 깨달았다.

집안이 언제나 깨끗할 것 같았지만 아직도 너저분함을 잘 지켜보는 걸 보면서 원래 성격이 야무지지 못한 엄마라는 것을 깨달았다.

오히려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더 느기적거렸고 더 머릿속이 하얘지는 것 같다.

긴장감으로 가득해야만 그나마 그 정도도 해냈었던 나였다는 걸 알았다.


지금도 나는 언제나 이틀에 한 번씩 너저분한 집을 치우고, 요리도 시켜 먹기 싫은 날 하고 있다.

집안도 깔끔하고 요리도 잘하고 운동도 다니며 살아가는 엄마들을 보면 아직도 너무나 부럽고 신기하기도 하지만 나는 나에게 맞춰가는 삶을 다시 계획하고 있다.

살림도 못하고, 기계도 다루지 못하고 운동도 잘 못하며, 멀티태스킹도 못하는 아주 구멍 숭숭한 엄마지만 아이들에게 웃음을 주는 엄마로 만족하기로 했다.


나는 나 자신을 알아차린 것으로 만족하려 한다. 그리고 숨기지 않고 자신 있게 정의 내려 보려 한다.

아이들의 마음이 다칠까 언제나 최선을 다하지만, 그리고 나의 내면을 채워내기 위해 열심히 살아가지만

그 이외에는 모든 것이 80점이면 만족해하는

나는 아직도

어리버리 살림꾼 얼렁 뚱딴지 엄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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