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과 같은 삶의 시간이기를
끝나지 않는 더위 때문일까?
다 적응을 마친 나의 시골생활에 또다시 빨간불이 켜졌다.
마치 나의 하루는 의미도 없이 시간 죽이기만 하고 있는 것만 같다. 하루 종일 바쁜 시어머니와 비교하자니 나의 일상이 지루하고 멈춰있어 보인다.
나의 하루를 돌이켜보면
더위에 뒤척거리며 아주 얇고 길은 잠을 자고 난 뒤
간신히 스트레칭으로 몸을 깨우고 차려주신 아침밥을 꾸역 먹는다. 그러고는 정리정돈을 살짝 하고 세수를 하고 아이들의 일정에 따라 뒤늦은 시간에 집을 나선다.
하는 일도 없는데 오전 오후가 쏜살같이 흐르기도 잘 흐른다.
집으로 돌아오면 간신히 쥐어짜 낸 메뉴로 저녁을 해결하고 서둘러 정리하거나 그냥 두고(해가 지기 전 나가야 하므로) 개들을 둘러보러 산책을 나간다.
돌아와 아이들을 씻기고 재우고는 나의 시간 없이 함께 잠이 든다.
주말이면 똑같은 일상이다. 단지 방안에만 있을 수 없기에 가까운 산에 오를 때가 있다. 욕심을 더 부리자면 좀 더 높이 올라가 계곡물에 발을 담그는 정도! 돌아와서는 또 씻고 점심을 먹고 할 일 없나 기웃거리다 보면 저녁이다. 그리고 저녁의 일상은 항상 같다.
특별한 일이라곤 주말에 영화 한 편 아이들과 함께 보고 잠드는 것이다.
처음에는 정말 편안하고 좋았다. 방구석에서도 나름 아늑하고 복닥거리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적응을 하고 나니 편안함을 넘어서 일이 너무나 없다.
내 살림살이도 아니어서 모든 곳을 청소할 수도 없고 농사일을 거둘 수도 없다. 나를 따르지 않는 개들 덕분에 개와 놀아주지도 못한다. 할 수 있는 일이라곤 설거지와 빨래를 매일 하는 것뿐이다. 거기에 플러스 내가 키우는 식물을 지켜보는 것뿐이다. 글을 쓰고 싶어도 막상 내가 앉아 있을 공간이 없다. 아이들이 잠들고 나서야 내 자리가 생기지만 함께 잠들어 버리기 일쑤다.
투덜투덜거리지는 않았다. 이런 삶에 너무나 감사하고 자연 속이 너무나 좋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나의 보람이라곤 여러 곤충과 벌레를 마주치고도 기겁하지 않는 조금 강해진 나를 칭찬할 때 뿐이다.
얹혀사는 인생에게 할 일은 없다.
팔자 좋은 소리라 할 수도 있지만, 밭일도 할 수 없고 살림도 할 수 없다. 폐나 끼치지 않고 잘 먹어주면 다행이다..
그래서 빨간불이다.
너무 오랜 시간 빨간불에 멈춰있다 보니 파란불이 그립다. 빨리 나아가고 싶다. 앞으로 전진하고 싶다. 욕심이 생긴다. 내 일을 하고 싶다. 내 공간이 갖고 싶다. 무슨 일이든지 일을 하고 싶다. 어딘가에 필요한 존재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깨달아진다.
작지만 나만의 온전한 공간이 얼마나 행복했었는지,
하루 종일 바빠도 내가 할 일이 가득하다는 것이 삶을 얼마나 윤택하게 만드는지,
여유란 것은 일하는 자만이 느끼는 달콤한 선물이라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취직을 못해 머뭇거리던 잉여인간 같던 20대의 나의 기분을 다시금 처절하게 느껴본다.
곧 파란불이 돌아올 때
빨간 신호가 켜지지 않는다고 불평하지 않을 테다. 오늘을 기록하고 지금을 잊지 않고 그 시점 분주한 삶이 얼마나 행복한지 꼭 기억해 낼 것이다.
반면 투덜투덜거린 오늘이 얼마나 행복한 날이었는지 또 새삼 그리워지는 날이 오겠지..
그때 나는 일기장을 열어
이곳 사람들이 열정적으로 살아가던 모습을 끄집어내기로 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일없이 있던 나의 삶이 어찌나 무료했었는지 꼭 기억해 낼 것이다.
지금 내가 한 곳에 멈춰 머무르고 있지만 지금의 깨달음을 잊지 않는다면 계속해서 성장하고 있었던 핫한 계절임이 분명해질 것이다.
멈춰있지만 자라나고 있는 식물처럼..
오늘 하루도 나의 인생은 식물의 삶이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