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이루기 어려운 꿈
내가 시골에서 살면서 가장 많이 본 것은 개와 나무이다.
그리고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도 개와 나무이다.
순수하고 귀엽고 예측가능한 생명체 하나,
언제나 그 자리에서 변함없이 묵묵히 있어주는 생명체 하나,
묵묵하게 한결같이 살아가는 나무 같은 사람들이 있다.
어느 하루, 남편이 어릴 적 잠시 머물러 있었다는 절에 올랐다. 그저 한번 둘러보고 갈 생각이었는데 생각지 않은 강아지가 두 마리나 있었다.
오 마이갓!! 꺅 소리가 절로 나오는 모습을 하고 우리를 심하게 반기는 이 강아지를 어루만지느라 30분도 더 쭈그려 앉아 있었던 것 같다.
강아지들을 이뻐라 하는 동안 옆 건물 절에서는 스님의 기도소리가 계속 흘러나왔다. 꽤나 긴 시간 동안 기도를 올리시는 듯하다.
"20년이 넘었는데 옛날 그 모습 그대로다."
20년 전에도 저 모습 그대로 기도를 올리셨다고 한다. 하루의 일과를 알기에 그 하루하루를 매일 똑같이 보내고 있을 것이 눈에 훤히 그려졌다.
헉소리가 난다. 20년이 넘는 시간이다. 새벽에 일어나 이런 수행을 몇십 년을 하고 계시는 것이다. 존경을 넘어서 경이롭기까지 하다.
절을 둘러보니 작고 소박하다. 이 또한 20년 동안 그대로라고 한다. 물론 낡아서 작은 보수공사를 하기도 한다.
어쨌건 멧돼지가 내려오는 산속에서 한결같이 살아가는 이는 인간이 아닌 나무의 모습 같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경운기를 만났다. 5분이면 도착할 곳도 이 뒤를 따르노라면 20분도 더 걸린다. 참을 수 없는 도시사람들은 모두 경운기를 지나친다.
느리게 살아가는 삶을 보여주는 경운기를 쫓아본다.
경운기 하나 속이 터져 기다려줄 수 없는 우리들이 과연 나무처럼 살아갈 수 있을까??
선선해진 저녁공기에 며칠 미루었던 산책을 나간다.
아무도 없던 저녁풍경이었는데 하나 둘 사람들이 밭에 나와 일을 한다.
우리 어머니도 바로 밭으로 나와 씨를 뿌리신다. 언제나 한결같다. 어머니 또한 이곳에서 30년이 넘게 살아가고 계신다. 묵묵하게 강인하게 자신의 할 일을 매일매일 하시면서..
동네를 지키는 나무와 다름없다.
존경스럽다.
나무와 강아지처럼 또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다.
아이들의 행동이다.
툭 튀어나온 무언가가 있다면 어린아이 100이면 100 모두 저렇게 올라선다고 한다. 너털웃음과 함께 말하시는 할아버지 말씀을 듣고 보니 그러하다. 나도 어릴 적 그랬던 것 같다.
지금은 피하기 바쁜 장애물들을 어린아이들은 모두 올라선다.
이런 순수하고 한결같은 마음을 간직하고 살아가기 어렵다는 것을 안다.
나무처럼 살아간다는 것이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임을 안다.
이곳은 그런 나무와 나무같이 살아가는 사람들이 가득하다.
어서 고군분투하며 살아가는 젊은 시절이 끝나고 이런 나무처럼 살아가는 날이 왔음 한다.
누군가 나에게 다시 과거로 돌아간다면 언제로 돌아가고 싶냐고 묻는다.
나의 대답은 "없다"이다.
그저 귀여운 강아지와 순수한 아이들을 보살피면서 나무처럼 묵묵히 살아가는 노인이고 싶다.
이상할지 모르겠지만 내가 보기엔 나의 꿈이 가장 이루기 어려운 꿈이라고 생각한다.
세상 모진 것들을 다 겪고 돌아와야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오늘 하루도 이곳을 돌아보며 나는 미래를 그리고 꿈꾼다.
바로 '나무처럼 살아가는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