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산책

시작을 위해 끝을 맺어야 할 때

by 김파랑

2달간의 시골살이가 끝이 났다.

정말 아름다웠고

정말 뜨거웠고

정말 힘들었지만

정말 … 잊지 못할 두 달의 시간이었다.

아름다운 풍경들이 본격적으로 펼쳐지려고 준비를 한다. 호박이 열매가 되어 애호박이 늙은 호박이 되는 것을 볼 수 있는 계절이었다.

모기가 괴롭히더라도 한 번이라도 더 밖으로 나가고 싶게 만드는 그런 풍경이었다.

인생에 한 번쯤은 꼭 살아보아야 한다.

어떤 악조건도 자연환경이 그를 상쇄시켜 버린다.

겨울 김장 준비를 하려고 부지런히 뿌린 무씨앗이 벌써 새싹을 이루었다.

벼가 고개를 숙일 준비를 하고 있고, 모든 것이 결실을 맺을 준비를 해나간다.

떠나야 하는 발걸음을 가장 무겁게 만든 것은 바로 이놈들이다..

우리의 간식을 아무것도 모른 채 기다리고 있을 텐데..

길들여 버린 것이 후회가 될 정도로 미안하다...

길들여진다는 것은, 이토록 슬픈 일이다.

이 사진을 보면 눈물이 핑 돈다. 가장 뜻깊고 가장 뜨겁고 가장 아름답고 가장 여유로웠던 시간들로 기억될 것이다.

안녕,

헤어짐은 이토록 아름다운 밤풍경과 같다.

더 멋진 내일을 위한다지만 그 모습이 아름답고 또 뭉클하기만 하다.


2달의 시간이 어땠냐고 물어본다.

후다닥 지나가지도 않았고, 느리게 지나가지도 않았다.

그저 딱 두 달만큼 이었다.

하루하루, 충실했다.

하루하루, 그날 하루만 보고 살았다.

시간이 지루하지도 않았고

시간이 속절없이 지나치지도 않았다.

그 시간 그대로 온전히 살아본 인생의 첫 경험이었다.


인생에 무엇이 남았느냐고 물어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마음에 여유를 찾았고,

아무도 찾아 줄 수 없는 인생의 교훈을 얻었다.

‘살면 살아진다. 어디에서든..’


인생은 그토록 갈망하던 일이 이루어졌을 때

생각보다 엄청난 기쁨이 오지도 않고

그토록 두려웠던 순간이 다가왔을 때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게 넘어간다.


이 교훈을 담아 평생을 살아간다면 나는 어디에서든

하루하루 기쁨과 슬픔과 행복과 아쉬움을 골고루 담아 가장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내 인생에 가장 험난할 것 같았지만

가장 찬란한 한 순간이 된 이곳에서

이제 잠시 안녕이다.


강아지도 식물도 나도,

그저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살아가겠지..

지나치는 하루하루를 잡아 기록할 수 있어 기뻤다.

우리가 다시 만날 때까지 모두 건강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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