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내 진짜 마음은’

영국에서 쓰는 엄마의 비밀일기

by 김파랑

“나 영국가~! 2년 동안.. ”

솔직히 말하면 모든 이들을 부럽게 만드는 내 인생의 한방이었다.

결혼 후부터 지금까지 바라왔던 단 하나의 일.

바로 남편의 해외유학이다.

10년 동안 나는 기약 없는 그 일에 내 생활의 모든 것을 맞춰 살아왔다. 그릇하나 제대로 사지 않았고

언제 떠날지 모르니 값비싼 건 더더욱 사지 못했다.

언제나 잠시 쓰고 버려도 아깝지 않을 것들에만 집중했다.

아이들의 교육에도 영향을 끼쳤다. 유학 가서 당연히 하게 될 영어니까.. 모두 다 열심히 영어교육을 시키는 환경에서도 꿋꿋하게 아이들을 놀렸다.

괜찮아,라고 하면서도 아이들이 학교에 들어가기 시작하면서 나는 조금씩 불안해졌다.

그렇게 1년 2년이 지나 안 가도 되겠다라며 포기할 때쯤 나는 영국땅으로 왔다.

그토록 바라던 일...

10년 만에 나는 그 일이 현실로 이루어진 것이다.

그렇게 나는 바라던 영국에 와서도 한참 동안 현실인지 아닌지 체감할 수 없었다. 처음에는 여행 같았고 마냥 좋았다. 푸릇푸릇한 나무와 끝없이 펼쳐진 잔디밭, 초원 위의 동물들, 그림 같은 정경에 흠뻑 취했다.

그 황홀함도 잠시뿐, 진짜 현실이라는 체감을 하기 시작했다. 바로 이곳에서의 삶에 적응하기 위한 힘겨운 전투, 진짜 삶 말이다.

작은집, 추운 집, 샤워 한번 하기 힘든 욕실, 찬물만 콸콸 쓸 수 있는 부엌, 여름이지만 손끝이 시려 패딩조끼를 입고도 벌벌 떨며 자야 하는 웃풍도는 침실..

불평이 끝도 없을 것 같은 집을 두고도 나는 행운아라며 마음을 다잡았다. 불평해도 어차피 벌어진 일, 돌아갈 수도 없는 일이었다. 집안을 보고 있노라면 한숨이 절로 났다. 그리고 생각했다.

‘인간은 적응의 동물이야.. 살다 보면 다 살아져.. 그게 사람이야..’

10년을 바라던 일인데 나는 살아가기 위해 좋은 생각을 억지로 끄집어내고 있었던 것이다.


투덜거리고 싶지 않았고 내가 생각한 이상과 현실이 다름을 인정하려 하지 않았다. 현실안주가 가장 편안해지던 시점에 시작된 해외살이는, 잊고 있던 시크릿 정신을 다시 찾아 헤매게 만들었다.


생각하는 데로 된다..

15년 전, 생각하는 대로 상상하는 대로 이루어진다는 그 간절함으로 10년 뒤 나는 그때 꿈꾸고 그리던 생활을 하게 되었고 지금 나는 다시 10년을 그리고 있다.

살만하면 상상하지 않던 일을,

지금 다시 상상하기 시작했다는 것은

아마도 내가 지금 힘든 것 같다.


그토록 바라고 꿈꿔왔던 일이 일어나고 있을 뿐인데… 나는 정말로 기쁜 게 맞는가??

sns도 다시 시작하며 행복해 보이는 순간들만 올리면서도 정작 뒤돌아 나는 되내인다.


아이에게 들키고 싶지 않은 속마음은 사실

“나 벌써 한국이 그리워~!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이다.


섣부른 마음이라 무시하고 싶지만 나는 기록한다. 부러워 보이는 이들의 뒷면의 모습을..

지금이야 말로 진짜 나를 알 수 있을 것만 같다. 아이들을 재우고 겨울도 아닌 이 날씨에 털실내화를 신고 차디찬 손가락을 비벼 녹이며 글을 쓴다.


어디에도 말할 수 없는 엄마의 일기,

낯선 땅에 떨어져 다시 아무것도 못하는 어린아이로 돌아가버린 엄마가 어른처럼 살아가야 하는 그 힘겨운 속마음 일기,

어른인 척 살았던 나에게 한 번씩 올라오는 어리석은 모습,

별 것 아닌 나를 마주하며 다잡기 위해 시작하는

비밀스러운 마음을 담아내는 일기장을 지금부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