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살아가도 될까?

걱정을 버리고 여유롭게 살아갈 준비하기

by 김파랑

영국에 온 지 100일이 넘었다. 호기롭게 매주 글을 쓰기로 해놓고는 역시나 평범한 엄마인 나는 그 정도로 부지런하지도 독하지 못했다.

한정된 돈에 치솟아 있는 환율 때문에 우리는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아야 했다. 모든 삼시 세 끼를 해먹이며 아이들 적응과 내 몸의 적응까지 해야 했다.

뿐만 아니라 여기에 있을 때만 갈 수 있는 여행까지 다녀야 한다. 영국까지 와서 집구석에만 눌러앉아 있을 순 없지 않은가?

최선을 다해 여행을 해야 했고 살아가는 동안 쓸데없는 낭비는 하지 않아야 했다.

그리고 아프면 안 되고.. 2년 뒤 후회할 삶을 살아서도 안 됐다.

안 되는 게 너무 많았다. 그 안되는 걸 위해서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았다.

운동하고 잘 먹어야 하고 영어공부를 해야 하고

아이들도 아프지 않게 끊임없이 챙겨야 한다.

여행 다니기 위해 짐을 싸고 풀고 구닥다리 같은 세탁기로 4 식구의 빨래를 7시간도 넘게 돌린다.

다그닥거리는 세탁소음소리가 퍼지는 부엌에서 밥을 하고 설거지하고 돌아서면 다시 다음 식사를 준비한다.


조금 쉴라 하면 여행 영상정리가 쌓여있고 아이들과 함께 할 시간이 남아있다.

글을 못썼던 핑계를 이리도 주절거린다.

사실 추위를 이기고 잠을 이겨내면서까지 시간을 내어 앉아 글을 쓸 만큼 절박하지도 간절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마음을 고쳐 먹기로 했다.

핑계이건 자기 합리화건 상관없다.

편하게 살자..





나는 한국인과 영국인을 비교하며 살아가고 있다.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당연히 이곳 부모들을 유심히 지켜본다.

지금까지 비교한 결과, 한국사람은 참 힘들게 산다... 한국부모들은 마음의 여유가 없다.

영국사람도 어떤 힘들 것들이 당연히 있겠지만,.

이들은 그래도 편안하게 산다. 마음이 편안하다. 욕심이 없다.

우리들은 할 일이 너무나 많다.

아이를 잘 키워야 하고 집도 깨끗해야 하고 운동도 열심히 하고 남부럽지 않게 뭔가를 하나 더 해야 한다.


영국사람들은 아이들을 그렇게 힘들게 키우지 않는다. 자연스럽게 키운다. 그리고 즐거워서 운동을 하고는 그저 커피 먹고 독서하고 쿠키 먹으며 여유시간을 갖는다.

아이를 출산한 사람도, 아이가 1살이건 2살이건 남편과 피트니트 센터에 와서 남편이 아기를 보는 동안 잠시 운동을 한다.

자신들에게 대단한 무언가를 바라지 않는다. 그저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한 준비만을 한다. 그리고 아이들에게 대단한 무언가를 기대하지도 않고 강요하지도 않는다.

엄청나게 깨끗하게 키우지도 않는다.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을 만큼의 교육만 시키고 그 안에서 아이들은 자유롭다. 물론 딱히 여행을 다니거나 매우 흥미로운 것을 찾아다니지도 않는다.

그저 편안하게 잔잔한 호수처럼 키운다.


나라의 역사와 문화가 다르고 환경이 다름에서 오는 차이인 것을 안다. 그러나 이들의 여유를 지켜보고 있노라면 한국사람들이 안쓰러웠다. 내가 참 안쓰러웠다.

그래서 나는 여유를 가지기로 했다. 내 가슴을 짓누르고 있던 어떠한 압박감에서 해방되고 싶었다. 젊은 시절 고군분투했다면 이제는 진짜 여유를 가지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 편안하게 가고 싶어졌다.

나의 다급함이, 나의 고군분투가 결국은 아이들을 향한 채찍질로 간다는 것을 느꼈다.

아이들에게도 그저 이 낯선 땅에서 학교만 잘 다녀주면 바라는 것이 없기로 했다.


사실 통통한 우리 아이들이 살찌는 음식 투성인 이곳에서 비만이 될까 봐 걱정도 한시름 있었다. 한국에서는 여자로 살아가기에 예쁘고 날씬하기까지 해야 조금 더 유리하니까 말이다.


그런데.. 이런저런 우리 사회의 기준에 맞추다 보면 아이들에게 할 잔소리가 한두 가지가 아니더라..


100일간 살면서 나는 다짐했다.

아이들을 편안하게 여유로운 마음으로 키우기로 말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나를 먼저 놓아주기로 했다. 항상 먼가 열심히 해야 한다는 그 압박감을 내려놓고 그저 맛있는 밥을 해주고 아이들이 맛있게 먹고 그렇게 건강하게만 2년을 보낸다면 내 할 일은 다한 것으로 할 일을 줄였다.


밥 하는 아줌마 아니고 인생에 가장 중요한 것을 하는 사람으로 여기면서 말이다. 그렇게 말없는 여유를 가진 후 아이들에게도 착실하게 살아가는 기본과 그 속에서 갖는 여유만을 알려주기로 했다.

하고 싶은 것을 억누르고 먹고 싶은 것을 참아가며 남들 보기에 멋진 인생을 살아가는 길 말고, 진짜 먹고 싶은 쿠키 한입을 맛있게 먹으며 나의 꿈을 펼쳐나갈 단단한 마음만을 챙겨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한참을 더 살다 보면 어쩌면 또 바뀌고 바뀔지 모르겠다.

갑자기 욕심이 생길 가능성보다는 내려놓고 내려놓다 삶을 너무 의욕 없이 살아가게 될까 걱정이긴 하다. 별게 다 걱정이다.

그래도 내려놓다 보면 하고 싶은 마음이 들 만큼 여유가 생길 것이라 믿으며 오늘도 나는 먹고 싶은 마카롱과 초콜릿을 뱃살걱정 없이 맛있게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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