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이런다고 영어가 되나?

나는 왜 영어를 잘해야 하는가.

by 김파랑

나는 시험위주의 영어공부만 10년 넘게 한 전형적인 영어교육 잘못 받은 한국인이다.

수능공부, 공무원공부, 취업을 위한 토익공부,

공부공부공부만 나름 열심히 했는데 사실 영어로 한마디도 못하는 채 영국땅에 떨어져 살아가고 있다

다들 자신을 겸손하게 말하며 조금 낮춰서 영어를 못한다고 하지만 나는 조금은 과장을 하고 싶을 정도로, 창피할 정도로 진짜 영어스피킹을 못한다.

게다가 낯도 가리고 기세도 약한 편이라 영어학습자로서는 가장 최악의 성격이다.


또박또박 틀어놓는 영어오디오도 잘 안 들리는 나는 영국에 와서 충격을 받았다.

조금 과장하면 hi 도 안들리더라..

안 그래도 영국영어 억양은 듣기가 힘들다는데 내가 사는 곳은 사투리가 심해서 영어가 아닌 것 같기도 하다. (표준어 공부 조금 한 외국인이 부산사투리 듣고 있다고 표현하면 딱 맞겠다.)

그럼에도 하면 된다라는 생각으로 두 달간을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2년 동안 하면 되겠지란 생각이었다.


재미난 한국 드라마 한 편 보기를 꾹 참고 영어 관련 콘텐츠를 틀었다. 한 달 동안 내가 가장 많이 본 유튜브는 영어학습법에 관련된 주제였다. 우스갯소리로 '영어공부법을 찾다가 영어가 좀 늘었어요.' 할 정도로 영어공부 방향을 잡지 못해 수많은 학습지도 콘텐츠를 봤다.

그리고 엄청난 스트레스로 나는 병이 났다.




다시 한번 브레이크를 걸고 멈춰서 생각했다.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게 영어공부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이토록 스트레스받으면 될 것도 안될 것 같았다.

재미있게 해도 유지하기 어려운 게 언어공부이다. 나랑 생각이 다른 남편은 말했다. 치열하게 미친 듯이 해야 그나마 조금 되는 게 영어라고.. 맞는 말이다.

맞는 말에 반박을 조금 하자면,

나는 그렇게 공부하기엔 나이가 너무 먹어버렸다. (공부 못하는 자의 핑계임을 안다.)

나는 재미있게 얇고 길게 공부하고 싶다. ( 그러면 이도저도 안될 수도 있다는 것을 안다.)

핑계만 찾는다는 것을 알지만 그럼에도 나는 20년이란 긴 시간을 잡고 얇고 길게 지속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다.


수많은 영어공부론을 찾아보며 나는 더 정신적인 혼란이 왔다. 사람마다 하는 말이 조금씩 달랐기 때문이다. 아마도 사람마다 자신에게 맞는 법이 따로 있기 때문 아닐까?

그럼에도 모든 이가 소리쳐 말하는 가장 중요한 법칙은 매일매일 영어에 노출하고 조금씩 매일 하라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것이 꾸준히 매일 하는 것이다.

이제 나도 40대인데, 두 딸을 학교에 보내는 중년의 나이인데도 아직도 영어 때문에 골치가 아픈 현실이다. 한국에서는 영국에 와서 살다 보면 자동으로 조금 영어가 될 줄 알았다.

만약 내가 아이들처럼 학교를 다니면 조금 될지 모르겠다. 하지만 가정주부로 있는 한 나에게는 불가능이다.


엄청난 압박감으로 한 달은 정말 열심히 공부를 했다. 하지만 이런 압박감에 하는 공부는 지속될 수 없었고 꾸준히 유지되지 않는 영어공부로는 절대로 영어가 유창해질 수 없다.

일단 스트레스로 입안이 헐어버리는 것을 보고 나는 내려놓기를 시작했다. 일단 잘하고 싶은 욕심을 버렸다. 그리고 보고 싶은 드라마를 보았다. 죄책감이 들어서 영어자막이라도 켜놓고 보았다.


영어에 대한 압박감을 내려놓으니 보고 싶은 것을 보며 하는 설거지와 요리가 즐거웠고 스트레스는 조금씩 사라졌으며 입안의 병은 점점 나아졌다.

처음 한 달 째보다 더 사람들 말이 안 들리기도 했지만 일단은 계속 내려놓았다.

대신 정신상태를 가다듬어야 했다.

나는 한국인인데 영어를 못하는 게 당연하지~! 라며..

그렇게 되니 나는 그냥 짧은 말을 외워서 간단한 요청정도는 겁 없이 했다. 완전히 콩글리시 발음이어도 상관없었다.


영어공부에 이글이글 불타올라 공부를 하면 영어실력을 늘리기에 좋은 환경임은 맞다. 하루에 반나절 넘게 음식과 살림을 하면서 자는 시간을 쪼개 영어공부를 한다면 말이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지도 못하겠지만 그리 한다 한들 얼마나 달라질까??? 영어에 목숨을 걸고 영어권에 나가 취업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모르겠다.

그냥 여행용 영어정도 할만하면 되지 않을까? (그마저도 이젠 Ai 가 다 해주는데.. )




그냥 자꾸 핑곗거리만 찾는다.

굳이 내가 영어를 치열하게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이유를 말이다.

그런데, 이 기회를 잡아 영어를 잘하게 되면 외국에서 학교를 다닐 수도 있고 그로 인해 내 앞날이 달라질 수도 있다고 한다.


맞다. 오기 전에는 나도 먼가 한가닥 멋진 경력 하나 쌓고 싶은 욕구가 가득했다.

하지만 솔직한 지금 내 마음은..

잘 먹고 아프지 않고 이곳에서 꿋꿋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게 급하지 영어공부 따위, 게다가 나의 성공을 위한 영어공부는 눈에 잘 들어오지를 않는다. 얼마나 배가 불렀길래 이렇게 마음이 변했는지는 모르겠다.


그냥, 엄마라는 핑계를 대며 오늘도 마음이 가는 데로 하고 싶을 뿐이다.

마음이 가는 데로 조금만 여유롭게 쉬었다 보면 갑자기 어떤 마음이 끌리는 길이 보이겠지, 그 길을 가기 위해 영어가 필요해지는 시점에 나는 다시 불같이 공부를 할 수 있을 거라는 믿음도 가져본다.


한국이라는 나라에서 잘 살아가기 위해,

멋진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해야 할 것들이 참 많다.

그런데 하나씩 하나씩 뼛속까지 내재되어 나도 모르게 보여주기 위해 해 왔던 일들을 하나하나 내려놓아야겠다. 그리하여 진짜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 필요한 것을 찾아내고 그것이 초라하고 보잘것없더라도 내가 좋아한다면 충분한,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들여다볼 기회가 온 것 같다.


그냥 멋진 나를 보여주기 위해 시도했던 되지도 않는 영어와의 씨름은 안녕~

everything just for 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