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파랑 Jul 07. 2024

기적의 꽃을 팔고 싶었던 그 마음하나로

방구석 꽃가게 창업이야기.

35,000원짜리 꽃다발이 내 인생을 바꿔 놓았듯이 나도 누군가에게 인생을 바꾸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살아가는 힘을 주고 진짜 마음을 들여다볼 수 있는 꽃을 팔고 싶었다.

겨우 꽃 한 송이가 무엇을 하겠느냐고 말할 수 있겠지만 나는 꽃 한 송이로 인생을 바꾼 경험자이기 때문에 꽃 한 송이로 무엇이든 바꿀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래서 나의 창업모토는 '인생의 기적'이 되었고 그 의미를 담아내고 싶었다. 그리고 기존에 있지 않은 새로운 이름과 결합한 끝에  '하늘에 터트리는 기적'이라는 뜻의 블루팡을 만들었다.

어렵고 멋있는 이름도 많이 보았다.

개인적으로 어려운 이름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 나는, 나 같은 사람도 기억할 수 있는 그런 이름이고 싶었다. 그래서 간단하고 각인되는 이름을 생각했다.

서정적인 이름도 생각했지만 이미 그런 이름은 누군가 사용하는 상호명이었다.


'기적....'

기적의 꽃말을 가진 꽃의 색은 블루이다. 그래서 나는 블루색상의 꽃을 참 좋아했다. 기적을 담아 팡 터트리는 꽃과 풍선? 블루팡!

나의 꽃가게 이름은 그렇게 의미심장하면서도 단순하게 탄생되었다.

기적이라는 것이 내가 파는 꽃을 사는 사람에게도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인생 한편에 꽃 한 송이를 두고 바라보는 것이 단순히 인테리어 효과만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분명히 아름다운 그 무엇인가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큰 힘을 가지고 있다. 꽃뿐만 아니라 이 세상 아름다운 자연과 사물 그 무엇이든, 아름다움 앞에서 부정적인 마음을 가지는 사람이 있을까?




처음에는 단순히 직장을 그만두고 무엇인가 혼자 하는 일을 하고 싶었다. 아마 혼자 하는 일을 좇게 된 이유는 단순히 회사에서 도망치고 싶은 것에서부터 시작했을 것이다. 조직생활이라는 것이 누구나 힘듦을 느낀다고 하지만 나는 내 인생을 통틀어 생각했었다. 지금 당장의 견딜 수 없는 힘듦이 아니었다. 성격상 사람들과 매일 부딪치며 작고 큰 언쟁을 하며 일을 해야만 하는 조직 내에서 나는 평생  일로써 행복을 느끼지 못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삶은 정말로 불행할 것만 같았다.

주어진 일만 해야 하고 내 생각대로 조금 더 나아가도 틀에서 벗어났다는 이유로 퇴짜를 맞기도 하는 이 공직사회의 문화는 특히나 더 나를 조직에 정착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도전도 좋아하고 해보고 싶은 일도 많은 내가 작은 틀 안에 갇혀 이 안에서는 어떤 도전도 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혼자서 결정하고 혼자서 행동하고, 내가 하는 만큼 성과를 이루거나 직접 책임을 지는 그런 일을 하고 싶었다. 바로 사장이 되는 것.

돈을 많이 벌고 내 멋대로 살고 싶은 그런 거창한 사장은 아니었다. 단지 나는 내 인생을 주도하는 사장이 되고 싶었다.


하지만 평생 가이드라인을 따라 살아온 내가 주체적으로 인생을 이끈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었다. 작은 장사라도 실질적으로 생각해 보면 하나부터 열까지 배우고 부딪혀야 할 것이 태산이었다. 일단은 모아놓은 자본도 없었고 정보도 없었고 경험도 없었다. 나의 경험이라면 20대에 쇼핑몰을 해보겠다고 동대문을 들락거리고 동대문에서 잠시 아르바이트를 해본 것? 그것이 장사의 경험이라면 경험이었다.




배워과는 과정도 순탄지 않았다. 두 아이를 키워내야 하는 엄마이기에 배움에 온전히 내 시간을 다 쓰지 못했고 배움에 많은 돈을 쓸 여유도 없었다. 그럼에도 무엇이든 해야만 했다. 꽃에 대해서는 값싼 온라인 교육으로 처음 접했고 감각을 키우기 위해 예쁜 꽃 디자인을 밤새 뒤적거리며 구경했다.

그것이 시작이었다. 일단은 어려운 꽃 공부보다는 실전 부분으로 시작했다.

눈으로만 공부하던 어느 날은 진짜 꽃을 만져보고 싶었다. 무작정 도매시장을 찾아 나섰고 3만 원어치 꽃을 사 오고는 여러 실습도 해보았다.

나 같은 내성인에게 도매 시장이 참 어려운 난관인 것은 사실이다. 항상 거대한 시장에 들어서면 우물쭈물하느라 나 자신이 참 한심하게 느껴졌지만 '처음이기 때문에 당연하다.'라는 마인드를 장착하기로 했다. 그곳도 다 사람 사는 세상이고 상인들은  거칠지만 오히려 내면에 정이 가득했던 내 좋은 기억을 끄집어냈다.  동대문 시장에서 본 상인들을 기억하며 나는 내 식대로 꽃을 사 왔다. 귀신같은 상인들 눈에 분명 다 보일 테니 베테랑인척 굴지 않았고 이제 꽃집을 열려고 하는 아마추어임을 솔직히 이야기했다.


아마 내 인생의 새로운 길에서는 나 자신에게 솔직해지고 싶었던 것 같다. 어른인 척, 당당한 척, 말 잘하는 척을 하기 위해 에너지를 쏟지 않기로 했다. 내 식대로 천천히 조금씩 다가가 오래도록 할 수 있는 직업을 갖기를 바랐다.


솔직하고  단순하게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가벼웠다. 나를 알고 나를 인정하고 나의 단점을 수용하고 나의 장점을 살려내는 것만으로도 진짜 내가 원하는 삶은 가까워져가고 있었다. 언제나 머릿속에 그려보던 그 희미한 장면을 점점 뚜렷하게 살려내는 느낌이었다.


.................

.

.

지금 와서 이야기하지만 실질적인 홈공방 창업 이야기를 하기에 서론을 이렇게 두 편이나 써야 하나 싶었다. 하지만 바로 위까지의 이야기는 내가 실제로 일에 열중하며 일기장처럼 쏟아냈던 이야기이다. 그러니까 작가의 서랍에 저장만 해둔 글, 물론 나는 저장만 해둔 글들이 10편도 넘는다. 그중 그냥 묻어둘까 하는 이야기도 많고 이렇게 세상에 알려야 하는 이야기도 있다. 이 글은 그렇기에 미리 써둔 서론이라 하겠다. 버릴 수 없는 나의 진짜 마음속 이야기이기에 홈공방에 대한 이야기의 서론으로 반드시 내보내고 싶은 글이다.


이제 나는 서랍 속 이야기와 1년간 치열하게 홈공방을 운영했던 이야기들을 모아 세상에 내보낼 생각이다. 아마도 홈공방이라는 것에 관심 있는 사람보다 관심 없는 사람이 많겠지만 무엇인가 시작하고 실행하는 그 과정에서 느끼는 마인드는 아마도 공통점이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특히나 육아와 직장에 사이에서 고민하는 많은 엄마들에게 내가 걸어온 이 길이 어떤 길인지 알리고 같은 길을 걷고 싶은 이에게 많은 것들을 알려주고 싶다.


이것이 내가 홈공방 창업 이야기를 시작하고 싶은 진짜 마음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