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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져니박 Jyeoni Park May 02. 2023

별로 한건 없어도 건강해진 기분

금산 월영산 출렁다리

월영산 출렁다리 가는 길

벚꽃이 다 져갈 무렵 우리 가족은 드라이브를 나왔다. 월영산까지 가는 길은 수줍은 분홍빛 대신 푸르름이 더해진 산풍경이 이어졌다. 나는 차 안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창밖을 물끄러미 응시했다. 평소에는 다 똑같이 보이던 나무들이 햇볕에 비추어 제각각의 색깔을 내고 있었다. 이는 단순히 초록색, 녹색으로만 형용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잠깐 잠이 들었을 때 차는 출렁다리 근처 주차장에 멈추었다. 그리 오래 거리지도 않았는데도 없는 승차감에 목이니 등이니 찌뿌둥했다. 구겨진 인상과 몸을 한데 펴가며 차에서 내려보니 멀리서 말로만 듣던 출렁다리가 보였다. 그 모습이 거대한 두산 사이를 실오라기 같이 이어주고 있는 것 같았다.


이미 한 번 와본 엄마가 아빠와 앞장을 섰고 나머지가 멀찍이 뒤를 따라 걸었다. 다리 아래와 가까워질수록 흥겨운 트로트 소리가 들렸다. 지린내가 코끝을 스치는 화장실을 지나 보니 널찍한 곳에 관광버스 몇 대가 세워져 있고 한쪽에선 공연이 한창이었다. 영락없는 축제 분위기 속에 나는 잠시 넋을 놓고 다리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런 나를 본 엄마가 멀리서 손짓으로 길을 재촉했다.

아래에서 내려다본 출렁다리

출렁다리 입구에 들어서자 등산이 예고되는 계단이 시작되었다. 운동은 좋은 것이지만 계속되는 계단에 숨이 찰 수록 아무 생각 없이 무작정 따라나선 걸 후회하기도 했다. 우린 먼저 출렁다리를 건너지 않고 전망대에부터 올랐다. 목적지에 이르렀을 때 저질 체력인 둘째 동생은 밴치에 널브러졌고, 막내는 제일 어려서 그런지 여전히 펄펄 날아다녔다. 전망대 펜스에 가까이 다가가 보니 강을 끼고 이어진 다리에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출렁다리까지 계단을 타고 올라가야 한다

전망대에서 내려와 출렁다리를 건넜다. 노란 색깔이 인상적은 다리는 철제 바닥이 구멍이 숭숭 뚫려 반짝이는 강가가 그대로 내려다 보였다. 이미 순창에서 출렁다리를 한 번 건너봤던 터라 이전만큼 무섭진 않았지만 거센 바람과 흔들림에 아찔한 기분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서로 무섭지 않은 척, 그러다 금세 서로를 꼭 붙잡기를 반복하며 끝에 이르렀다.


내려가는 길도 올라가는 길만큼 계단이 굽이굽이 이어졌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 자유분방하게 날리는 머리카락을 자꾸 뒤로 넘겨야 했다. 계단 중턱쯤에선 멀리 절벽가에 폭포가 흐르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웅장하고 시원하게 흐르는 폭포를 기대한 나는 다소 빈약하다는 생각이 들긴 했지만 가까이 가보면 또 다르겠지.

강을끼고 이어진 노란빛깔 출렁다리

"빨리 와, 인삼 한 뿌리씩 먹고 가게."

뒤쳐진 나와 동생에게 엄마가 전화가 걸려왔다. 근처에 인삼 튀김집이 있다고 하나씩 먹고 가자는 것이었다. 인삼은 보통 다른 요리에 같이 넣어먹거나 그냥 씹어 먹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튀긴 인삼이라니 듣기에 생소했다. 자리를 잡고 앉으니 친절한 가게 사장님이 인삼튀김을 서비스로 하나 더 얹어 내오셨다. 나는 통통한 놈을 골라 한 입 베어 물었다. 바삭한 튀김옷이 씹히고 그다음엔 부드러운 식감의 인삼이 마치 삶은 감자와 같았다. 그리고 은은한 향이 입안에 서서히 퍼서 생각보다 맛있었다.

"나는 딸 하나에 아들이 셋이에요."

사장님이 우리 가족에게 다가와 말을 거셨다.

"인삼 드셔서 그런가 봐요."

"어떻게 알았대?"

아빠와 사장님의 우스갯소리에 우리는 한바탕 웃음을 터뜨렸다.

인삼튀김, 약꿀 같은 걸 찍어먹는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아까 먹었던 인삼튀김의 향이 입안에서 떠나질 않았다. 거기에 살짝 멀미를 한 걸까. 노곤노곤한 기분이 들었다. 그래도 운동도 하고 인삼도 먹었으니 나름 '건강나들이'었다고 이름 붙여 볼 만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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