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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솝 Oct 30. 2022

<5분 혼잣말>에 관한 철학적 근거 #3

유교 철학

유교 철학 : 관계 개선을 위해선 수양(修養)이 먼저다



기독교와 불교와 달리, 유교는 <5분 혼잣말>에 영향을 미치진 않았다. 그러나 유교에서 연인 간의 관계 개선에 대한 관점을 살펴보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유교가 공자 이후 약 2천 년 동안 동아시아의 수많은 지식인들의 토론을 통해 정제되어 온 집단 지성의 결과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유교 철학을 살펴봄으로써 우리는 사랑에 관한 중요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1. 천하를 다스리기 위한 출발점 : 수신(修身)


여러분들 중에는 하나라, 은나라, 주나라를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테다. 학교에서 소위 ‘하은주 시대’라고도 배웠던 이 시기는 중국 역사 중 가장 앞부분에 속하는 시기였다. 기원전 1046년에 주나라가 은나라를 전복하고 건립된 이후에 우리나라에서는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이 세워졌으니, 하은주 시대가 얼마나 옛날인지를 짐작할 수 있다.


건국 이후 약 250년쯤 지난 뒤에, 주나라는 이민족의 침략을 받아 수도를 현재의 서안에서 낙양으로 옮기게 된다. 이때부터 이른바 ‘춘추전국시대’가 개막한다. 중국의 단일 국가였던 주나라는 이제 많은 국가들로 분열되었고, 각 국가는 중국의 패권을 두고 다투기 시작했다. 이때 등장한 사람들이 바로 ‘제자백가諸子百家’였다. 제자백가란 당시 엄청난 팬덤을 거느리고 학파를 형성해서, 유례없이 혼란스러운 이 정국을 어떻게 하면 바로잡을 수 있을지에 대한 나름대로의 의견을 제시했던 지식인들을 말한다. 이때 제자백가 중의 한 사람으로, 그 유명한 공자(孔子)가 등장한다.


오늘날 공자는 유학(儒學)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공자의 뒤를 이어 맹자, 주희 등 수많은 후계자들이 공자의 사상을 이어받거나 이를 변형시켜 유학 사상을 다듬었다. 그리고 그 유학은 우리나라에도 영향을 미쳐 조선왕조 500년이 유교 사상 아래에 있었으며, 심지어는 오늘날까지도 제례나 장유유서와 같이 일상생활 속에서 유교의 잔재를 발견할 수 있다.


이 유교의 핵심 정신은 무엇일까? 바로 우리 모두가 알 만한 구절에 있다. 바로 ‘수신제가치국평천하(修身齊家治國平天下)’다. 수신제가치국평천하는 유교의 기본 경전 ‘사서삼경’ 중 하나인 『대학大學』에 포함된 문구다.


心正而后身修(심정이후신수) : 마음이 바르게 된 이후에 자신의 몸이 수양되고
身修而后家齊(신수이후가제) : 자신이 수양된 이후에 비로소 집안이 잘 다스려지며
家齊而后國治(가제이후국치) : 집안이 잘 다스려진 이후에야 비로소 나라를 통치할 수 있고
國治而后平天下(국치이후평천하) : 나라가 잘 다스려진 이후에야 천하가 평화롭게 된다.


위 구절을 간단히 줄여 ‘수신제가치국평천하’라 한다. 천하를 평화롭게 할 자는 우선 자기 자신부터 갈고닦아야 한다는 말이다. 이 구절이 유교 사상의 핵심이라고 표현한 이유는 유교의 핵심이 수신(修身), 곧 자기수양(自己修養)에 있기 때문이다. 즉, 유교는 수양을 통한 자기완성을 목표로 하는 사상이다.


자기수양을 강조하는 유교 사상이 오늘날 우리 사회에 미치고 있는 영향은 실로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대중 앞에 서는 직업은 서양에 비해 유독 수신(修身)의 측면을 강조한다. 정치인이 되기 위해선 군대를 다녀왔는지, 성추문은 없는지 등의 사생활이 깨끗한지 여부를 검증한다. 정치는 국민들의 삶을 낫게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정치적, 행정적 능력을 검증하는 것이 우선이 되어야 하는데, 이런 문제는 뒷전이다. 어떤 때는 자식이 마약을 하거나 도박을 했다는 등의 가족사를 끌고 들어와 한 사람의 정치적 평판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이는 제가(齊家)의 측면을 치국평천하(治國平天下) 자질의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대중의 관심을 먹고 사는 예술가들도 마찬가지다. 대중들은 예술의 영역마저 불륜과 같은 사생활을 용납하지 않는다. 서양에서는 바람을 피우고도 대중적으로 성공한 스타들을 수도 없이 꼽을 수 있다. 우리는 그걸 보고 ‘아메리칸 스타일’이라고 말하곤 하는데, 이는 우리 스스로가 수신修身의 여부를 다른 것들을 측정하는 척도로 보고 있음을 인정하는 셈이다. 이처럼 우리는 알게 모르게 이미 수신제가치국평천하의 사고방식에 길들여져 있다.


그런데 이 아이디어가 우리에게 상당한 통찰을 전해준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바로 ‘수신제가(修身齊家)’라는 부분이다. 즉, 화목한 가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기 자신의 행동을 성찰해야 한다는 점이다.


유학은 화목한 부부 관계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유학에서 그토록 강조하는 군자의 도道라는 것도 결국은 화목한 부부관계에서 비롯된다. 사서삼경 중 하나인 중용에서는 이렇게 적고 있다. “군자의 도는 부부관계에서 시작하고, 지극함에 이른다면 천지에 널리 드러나게 된다.”[i] 그리고 군자의 도를 가능케 하는 화목한 부부관계는 바로 나를 성찰하는 것에서 비롯된다.


공자를 뒤이어 유학에서 뛰어난 족적을 남긴 맹자는 화목한 부부관계가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이론을 명확히 정립했다. 맹자는 “자신이 뿌린 씨는 자신이 거두어 간다”고 했다.[ii] 화목과 불화가 모두 자기 자신한테서 비롯된다는 것이다. 특히 맹자는 부부 사이에 불화가 있을 경우 스스로를 성찰해야 한다”라고 하여 이 점을 명확히 했다.[iii] 우리나라 유학자들의 사상에서도 이 점을 확인할 수 있는데특히 퇴계 이황은 부부간에 화합하지 못하고 고민하는 한 제자에게 편지를 쓰며 문제의 원인은 다름 아닌 자기 자신한테 있음을 전했다.


“성질이 나빠 교화하기 어려운 부인이 실로 스스로 소박疏薄을 당하게 된 죄를 제외한다면, 그 나머지는 모두 남편에게 책임이 달려 있다고 하겠소. 남편이 스스로 반성하여 자신에게 책임을 돌리고 두터운 마음을 갖고 좋은 방향을 가도록 노력하여 부부의 도리를 잃어버리지 않는다면, 큰 인륜이 무너지는 데 까지는 이르지 않을 것이오.”[iv]


이처럼 유교의 스승들은 부부 문제에 대해 시대를 뛰어넘는 하나의 통찰을 제시해준다. 바로 상대방의 잘못을 지적하기 전에 우선 나 자신부터 수양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2. 공자 왈, “자기 자신을 넘어서라!”


수신제가치국평천하는 사서삼경 중 『대학』에 쓰여 있다고 했다. 『대학』은 공자의 제자인 증자가 썼다고들 한다. 그렇다면 연인 간의 관계 개선을 위해 가장 먼저 수양이 필요하다는 아이디어는 증자에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아니다. 그 아이디어의 뿌리는 유학의 창시자인 공자에게서 찾을 수 있다.


공자는 『논어論語』를 썼다. 『논어』에서 가장 중요한 개념을 꼽으라면 두말할 것 없이 ‘인仁’이다. 인을 오늘날의 언어로 바꿔 말하면 ‘사랑’이라고 할 수 있다. 공자가 말한 사랑의 구체적 의미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논쟁거리다. 그러나 인을 실천하는 방법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인은 자기자신을 극복하는 것, 곧 극기克己에 의해 실천할 수 있다. 공자는 『논어』에서 사랑은 자기 자신에게 달린 것이며, 따라서 자기 자신을 극복하는 극기야말로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


“하루라도 자신을 극복하고 예로 돌아가면(克己復禮) 천하가 인(仁)으로 돌아온다. 인을 실천하는 것은 자기로부터 비롯되는 것이지, 다른 사람으로부터 비롯되겠는가?”
(“一日克己復禮, 天下歸仁焉。為仁由己, 而由人乎哉?”)     -『논어』, 「안연편顏淵篇」 제1장-


그렇다면 ‘극기’의 구체적인 의미는 무엇인가? 공자 사후 유학자들은 일반적으로 ‘극(克)’을 절제, 억제 혹은 극복 등으로 해석하고 ‘기(己)’를 인간의 욕망 혹은 욕심 등으로 해석한다.[v] 따라서 극기란, 우리 안에 뿌리 깊이 내재되어 있는 욕구를 극복하는 것을 말한다. 공자는 자기에게 내재된 무례함과 이기심을 극복하는 자기통치를 함으로써 사랑이 실천될 수 있다고 본 것이다.[vi]


이 점을 보면 유교의 핵심 사상이 결국은 <5분 혼잣말>을 강하게 지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5분 혼잣말>은 관계 개선을 위해선 시간이 알아서 해결해준다거나, 상대 탓을 하며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방식의 사랑을 완전히 배격한다. <5분 혼잣말>은 상대방에 관해선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없으니, 오로지 나에게서만 잘못을 찾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이 과정에서 나에게 뿌리 깊이 내재되어 있던 나쁜 습관들을 점차 ‘극복’한다. 이처럼 나를 극복해가는 과정에서 진정한 관계 개선의 열매를 맛볼 수 있게 된다. 즉, <5분 혼잣말>은 극기의 과정인 것이다.


부부간 또는 연애 상대방과 심각한 갈등을 일으키고 있다면 시선을 나에게 돌려 모난 부분이 없는지 살펴봐야 한다. 모난 부분이 있다면 깎고 다듬어야 한다. 공자님 왈, ‘극기를 통한 수신’이야말로 관계 개선의 비결이기 때문이다.





지금껏 기독교와 불교, 유교에서 관계 개선에 대해 어떠한 통찰을 전해주는지를 살펴봤다. 인류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수없이 많은 종교들이 탄생하고 또 소멸되었다. 반면 이 세 종교들은 살아남아 몇 천년 간 인류를 지배해왔고, 지금도 여전히 우리의 사상의 바탕을 이루고 있다. 그 과정에서 각 종교의 초기 멤버들의 사상이 깎이고 깎여 다이아몬드처럼 빛을 발한 채로 지금 우리에게 전해 내려오고 있다. 이 종교들은 공통적으로 우리에게 이렇게 말한다. “진정한 관계 개선은 나로부터 비롯된다”라고. 따라서 <5분 혼잣말>은 인류의 위대한 종교들로부터 입증된, ‘인류 지혜의 결정체’라 할 수 있다.





[참조문헌]          

[i] 《중용中庸》 제12, “君子之道 造端乎夫婦 及其至也 察乎天地.”

[ii] 《맹자》 양혜왕장구下 제12장 : ”戒之戒之 出乎爾者 反乎爾者也.”

[iii] 《맹자》 이루장구上 제4장 : “孟子曰愛人不親 反其仁.”

[iv] 이상호부부소통에 관한 연구, 《유교사상문화연구》, 2012, p.153~154

[v] 이미최진공화주의 시민의 덕성으로서 극기복례 개념 재탐색, 《교육사상연구》2021, 179p

[vi] 이미최진공화주의 시민의 덕성으로서 극기복례 개념 재탐색, 《교육사상연구》2021, 17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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