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움 이후 그 원인을 분석해라!
첫 번째 단계는 준비 단계다. 혼잣말을 반복하기 전에 우선 싸움의 원인을 분석하는 단계가 필요하다.
우리처럼 싸움이 잦은 커플이라면 아마 머지않아 빠른 시일 내에 싸움이 발생할 것이다. 그러면 일단 싸움을 실컷 해라. 지칠 때까지. 그리고 그 절망과 절박함을 잘 간직해라.
그 감정을 그대로 가지고서 잠에 들기 전에 A4나 노트를 펼친다. 그러고 나서 싸움의 원인을 쭉 적는다. 일종의 브레인스토밍이다. 이 1단계의 최종 목표는 나의 잘못을 찾는 것이다. 그러나 일단 바로 내 잘못부터 적지 말고 싸움의 과정을 쭉 적는 게 좋다. 처음부터 내 잘못을 찾으려고 하면 내 잘못이 잘 보이지 않는다. 그러니까 일단 싸움의 원인을 쭉 추적해 나간다.
실제 내 사례를 예로 들어보자. 여자친구와 통화하다가 내가 딴 짓을 하느라 여자친구 말에 대충 대답해서 싸우게 됐다. 나는 A4에 이렇게 적을 것이다.
여자친구가 통화하다 나에게 화를 냄 → 여자친구가 화난 이유는 내가 여자친구 말에 관심이 없고 대충 대답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임 → 갑자기 버럭 화를 내는 여자친구 말에 나도 덩달아 나도 화가 남 → 그래서 싸움으로 번짐.
이런 식으로 싸움의 모든 과정을 쭉 나열해보면서 그 원인의 원인을 파고 들어간다. 꼭 내가 적은 순서대로 분석하지 않아도 된다. 브레인스토밍 작업이기 때문에 모든 과정을 두서없이 나열하면 된다. 이게 익숙해지면 나중엔 머릿속에서 이 작업을 진행하면 된다. 그러나 처음에는 A4나 노트에 적는 걸 추천한다. 머릿속으로 하면 딴생각이 들어 집중이 잘 되지 않을 수 있다.
나의 잘못을 찾는 것이 바로 1단계의 핵심 포인트다. 싸움의 과정을 쭉 그려봤다면 이제 거기서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했는지’를 뽑아내야 한다. 앞선 전화 사례를 다시 주목해보자.
‘여자친구가 화를 낸 건 결국 내가 여자친구랑 통화하다가 대충 대답한 게 원인이다. 그럼 왜 내가 대충 대답했지? 당시 난 핸드폰으로 다른 걸 보고 있었다. 내가 통화할 때 핸드폰을 딴짓을 하니까 여자친구 말이 집중이 안되었구나. 그럼 다음번에 여자친구와 통화를 하다가 대충 대답하지 않으려면, 통화하면서 핸드폰을 하지 말아야겠구나.”
결국 위 사례에서 싸움의 원인은 내가 핸드폰으로 딴짓을 하면서 여자친구와 통화를 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위 사례에서 싸움의 원인은 또 한 가지 더 있었다. 눈치를 챘는지 모르겠다. 바로 여자친구의 화에 내가 화를 낸 것이었다.
‘내가 핸드폰으로 딴짓해서 여자친구가 화를 낸 건 오케이. 그런데 여자친구가 버럭 화를 냈을 때 만약 내가 거기서 똑같이 화를 내지 않았더라면? 그럼 여자친구가 화를 낸 것에서 그치고 싸움으로는 번지지 않았겠구나. 그럼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음, 여자친구가 화를 냈을 때 내가 거기서 똑같이 화를 내면 안되겠다. 과연 내가 그럴 수 있을까? 좋아, 일단 시도해보자.’
여기에서 볼 수 있듯이, 하나의 싸움에서 반드시 하나의 개선점만 도출될 필요가 없다. 핵심은 다음번에 적용할 ‘나의’ 행동들을 생각해내는 것이다. 몇 개든 상관없다.
또한 상대방이 무슨 잘못을 했든 그건 전혀 중요치 않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이 작업을 하다 보면 분명 상대방의 잘못이 눈에 띌 거다. 백 프로 여러분은 ‘그때 여자친구가 이 지점에 다르게 행동했더라면 우리가 싸우지 않았을 텐데…’라고 생각될 것이다. 전혀 신경 쓰지 말아라. 오로지 ‘내가 어떻게 행동해야 했는지’에만 집중해라.
내 연인에게 버럭 화를 내면 어느 순간 미안함 또는 죄책감이 밀려올 때가 있을 것이다. 이 죄책감이야말로 내 행동에서 잘못된 점을 찾을 수 있는 단서다. 마음이 어딘가 불편할 때 그 점을 A4 또는 노트에 기록하라.
나는 주로 시간을 쪼개 쓰는 습관 때문에 여자친구와의 통화를 귀찮아한 적이 많았다. 그런데 여자친구가 서운해하는 것이 느껴질 때마다 내 마음에서 미세한 죄책감이 느껴지곤 했다. 1단계에서는 바로 이 죄책감을 활용해야 한다. 예시를 들면 다음과 같다.
'내 마음이 자꾸 불편한 이유가 뭐지? 음, 여자친구가 서운함이 드러났기 때문이구나. 그럼 여자친구의 서운함은 무엇 때문이었지? 내가 너무 바빠서 여자친구와 통화하는 시간을 아까워하는 게 나도 모르게 겉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이게 여자친구에게 서운함을 유발했구나. 생각해보니, 내가 너무 했다는 생각이 드네. 하루 24시간 중에 여자친구에게 단 30분도 쓰지 않는 건 그만큼 여자친구가 내 삶의 중요도에서 밀린다는 말인데? 안되겠다. 여자친구에 대한 사랑을 내 행동으로 보여줘야지. 이제부터 반드시 하루에 30분씩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통화를 하자.'
나는 주로 잠들기 직전에 1단계 작업에 돌입한다. 아니면 싸운 직후에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싸운 직후에 하면 그 분노와 좌절과 절망의 감정을 연료로 삼아 1단계 작업에 맹렬하게 돌입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만약 잠들기 직전에 1단계 작업에 돌입한다면 주의해야 할 점이 한 가지 있다. 해롱해롱 한 순간은 피해야 한다는 점이다.
나는 잠들기 직전이라도 정신이 명료한 상태로 있는 동안에 이와 같은 작업을 행한다. 그래야 싸움의 원인, 즉 나의 행동의 개선점을 냉철하게 판단할 수 있다. 그렇지 않고 금방이라도 잠에 들 것 같은 몽롱한 상태에서 원인 분석을 한다면, 분석이 논리적으로 이루어지지 못한다. 원인 분석 작업은 몇 달 동안 계속 반복해야 하는 혼잣말의 전초 작업이다. 그렇기에 원인 분석을 날카롭게 해야 한다. 원인 분석이 날카롭게 되지 않는다면, 그에 기초한 혼잣말은 아무리 반복해도 내 행동을 바꾸지 못한다. 따라서 반드시 몽롱한 순간은 피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