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27]주소가 반드시 하나일 필요는 없는 이유

강쌤과 함께 나누는 100일의 생각 산책

by 해피강쌤

내가 태어나 자란 곳은 지금 살고 있는 곳과 다른 말을 사용한다. 다른 말이라 함은 이질적으로 완전히 다른 것을 뜻하지는 않지만 특유의 억양이나 특정 단어로 바꿔 쓰는 것을 통해 지금 살고 있는 이 곳의 말, 즉 표준어와는 다른 사투리를 뜻한다.

교양 있는 사람들이 쓰는 현대 서울말이라 규정지어진 표준말은 사투리를 쓰는 곳에서 태어난 내가 받아들이기에 다소 반감이 있지만, 언어의 통일을 위한 적정한 기준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반항의 마음까지는 남겨두지 않았다. 조용히 받아들였다.

사투리를 쓰는 그 곳, 고향에서 태어나고 자란 시간보다는 부족하지만 그래도 절반은 훨씬 넘게 표준어를 쓰는 이 곳에서 살고 있다 보니 완벽한 표준어는 구사하지 못하더라도 누가 봐도 사투리를 쓴다는 느낌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고 생각했다.

아주 우연히, 사투리의 느낌이 나네요, 라는 말을 들었을 때의 당황스러움은, 혹시 내 마음에 사투리를 표준어보다 더 열등하게 취급했던 것은 아닐까? 라는 불편함과 함께 자연스러운 반성을 하게 만들기도 한다. 완벽한 서울말을 쓰기에는 다소 부족하지만 교양 있는 현대의 사람이 되기에는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아름다운 마무리를 지으며, 내가 태어나 자란 그 곳 고향을 떠올려 본다.


나에게 있어 고향인 그 곳살고 있는 이 곳은 확연히 다르다. 이 곳이 삶이 익숙해질수록 그 곳의 삶이 그리워지진다. 모든 기억이 좋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향수와 추억이라는 흐릿함과 선명함이 교차하며 고향을 그 자체로 애틋하게 여기게 되는 나를 발견한다. 아마도 나이가 들수록 이러한 애틋함은 더욱 커질 것이다.

나이가 들수록 나도 모르게 고향 쪽으로 마음이 담긴 시선이 가다 보니, 여유가 된다면 이 곳과 그 곳을 모두 내 삶의 터전으로 삼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다. 병원이나 그 외 제반 시설 등을 고려하면 도시를 완전히 벗어나기 어렵고, 살고 있는 이 곳을 완전히 버리기도 어려워 고향인 그 곳과 고향 만큼 중요한 이 곳을, 가능하다면 오가며 살고 싶다는 욕심이 생긴다.

그런데, 생각만큼 쉽지 않다.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인 우리는 모두 행정의 편의를 위해 주소지 등록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주민등록지'를 기준으로 선택지가 줄어들거나 늘어난다. 경우에 따라 배제되기도 하는 주민등록은 초중고에 재학중인 삼남매의 엄마인 나에게는 그 중요성이 더 크다.

말도 못하게 발전한 교통 수단의 편리함을 앞에 두고, 주민등록지는 반드시 하나여야 한다는 사실이(거소의 개념은 제외하고) 조금은 불편하다. 그 불편함이 고향인 그 곳과 제 2의 고향이 되어 가는 이 곳을 자유롭게 넘나들며 살고 싶다는 내 소망의 방해물처럼 여겨진다.

빠르게 늙어가는 중인 나의 현재를 감안했을 때 독일의 복수주소제와 같은 대안의 적용이 시급하다. 복수주소제는 두 군데 이상의 지역을 오가는 사람들을 위한 제도다. 독일은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해 오가는 지역에 주소를 신고할 수 있고, 세금 감면의 혜택까지 제공하고 있다.


일본은 '고향주민등록제'를 신설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소멸하는 지방의 인구 감소 문제 해결을 위해 1인 1주소제를 고집하는 기존 정책에 대안으로, 거주지와 별도로 원하는 지역 한 곳을 정해 거주지와 같은 혜택 등을 제공하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우리나라도 '생활등록제'를 도입하자는 논의가 시작됐다. 주소지가 아닌 곳에 20일 이상 머무르는 '체류형 생활인구'를 대상으로 생활등록제를 도입해서, 지방 유입 인구를 늘리자는 것이 이 제도의 취지다. 농촌 유학 가족 우대나 은퇴자 생활 지원 등의 제도가 마련된다면 생각보다 많이 도시와 지방을 오가는 사람이 생길 수 있다.

주소지를 지방에 하나 더 두는 것이 바로 인구 감소에서 인구 증가로 돌아서는 결정적인 돌파구가 되진 않겠지만, 인구 감소를 늦추는 대안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예측한다. 전문가가 아닌 내 생각에도 1인 1주소제에서 1인 2주소제가 된다면 불편함보다는 편리함이 더 많을 것 같다. 행정상의 편의는 당연하고, 마음의 여유까지도 생길 것 같은 1인 2주소제의 도입이 시급하다.

표준말과 사투리는 지역을 기준으로 구분된다. 하나의 주소는 지역의 경계를 강화시킨다. 두 개의 주소로 지역의 경계를 약화시킬 수 있다. 그 곳과 이 곳을 구분지었던 사투리와 표준말 사이 존재했던 열등감과 우월감도 자연스럽게 사라질 수 있다. 1인 2주소제는 필요하지 않은 이유보다 필요한 이유가 더 많은 제도임이 확실하다.

자녀가 초등이라면, 주소지가 필요한 이유부터 생각해 보자. 학교처럼 주소지로 정해지는 것들을 찾아보고, 주소지가 없을 경우 어떤 문제와 불편함이 있는지 등을 이야기해 보자. 중등일 경우, 1인 2주소제와 지방 인구 감소 문제, 도시화로 인한 문제 등으로 주제를 확장시켜 이야기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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