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쌤과 함께 나누는 100일의 생각 산책
숫자로 정확히, 내 나이를 말하지 않는다. 헷갈린다는 변명 뒤에는 나만의 의도적인 회피가 숨어 있다. 지금이 가장 젊은 날이라고 하는데 도대체가 스며들지 않는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 나이는 많다. 태생적으로 꾸미는 것에 별 관심이 없어 외모를 포함한 신체의 노화는 잠깐의 당혹감을 줄 뿐 내 감정에 별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돈, 경제 이야기가 나오면 내 나이가, 결코 젊다고 할 수 없는 내 나이가 너무나 부끄럽다. 한 마디로, 이 나이 먹도록 이렇게나 순진하게 돈을 전혀 모르고 살았다는 자책감이 숨을 못 쉬도록 내 마음을 힘들게 한다. 돈에 무지한 나에게 나이를 나타내는 숫자는 부끄러움 그 자체다.
만 가지의 희노애락으로 가득한 추억과 기억이, 나이와 함께 조용히 채워지고 보여지고 기록되고 있다. 마치 나무의 나이테처럼.
나무를 잘랐을 때, 단면에 보이는 원이 바로 나무의 나이테다. 연도별 생장 기록뿐만 아니라 당시의 기후까지 알 수 있다. 나무의 나이를 포함해 따뜻했는지, 강수량이 많았는지 등의 정보를 알 수 있다. 동심원의 형태로 만들어지는 나무테에서 폭이 좁아지거나 불규칙한 부분은 자연재해의 흔적이다. 그을린 탄화층을 통해 산불이 났다는 사실과 산불이 난 해를 정확히 계산할 수 있다.
여러해살이에 속하는 나무를 통해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지는 기후의 변화를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예측할 수도 있다.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이상 기후에 대처하기에 나무의 나이테는 전보다 더 중요한 자연기록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산불이라는 말로는 부족한 초대형 산불, Mega Fire가 지구촌 곳곳의 나무를 집어삼키고 있다.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꼭 필요한 나무가 기후 변화의 희생양이 되어 빠르게 불타고 있다.
나무의 나이테를 시작으로 나무의 중요성과 산불을 막아야 하는 이유를 아이에게 이해시킬 수 있다.
침엽수와 활엽수에 따라 달라지는 나이테, 계절에 따라 달라지는 나이테 그리고, 건축에 쓰이는 목재를 통해 과거를 떠올릴 수 있음을 아이와 함께 찾아보고 읽어보고 이야기해 보는 그 시간이, 나무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작은 관심들이 모여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큰 힘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비탈진 곳에 자라는 나무는 비탈진 지형에 맞춰 비스듬히 자라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햇빛을 더 많이 받기 위해, 땅에 맞춰 기울어지지 않기 위해 줄기는 위를 향해 바로 선다. 자연재해와 해충의 흔적까지 고스란히 자신의 나이테에 기록하는 그렇게, 겉과 속이 모두 한결같다.
환경이 주는 시련을 묵묵히 인내하며 자라는 나무와 나이테를 통해, 부끄럽다고 여긴 돈에 대한 무지를 자책만 할 것은 아니라는 반성과 교훈을 함께 얻는다. 힘들더라도, 위로 자라길 멈추지 말고 부끄럽더라도, 내 모습이었음을 인정하고 새로운 나이테를 만들어가면 될 일이다.
아주 쉽게, 커다란 종이 한 장을 펼쳐 보자.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또 그려서 과거와 현재의 흔적을 기록해보자. 나아가 미래의 기록까지 예측해보자. 아주 쉽지만, 아주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