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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직장인들은 때로는 월급에 목숨을 건다

50살에 퇴사를 해야 하는 불안한 현실 속에서 살아가는 대한민국의 직장인

by 솔리드스톤

연봉 3억원을 받던 직장에서 해고를 당하던 날, 대표이사가 나에게 물어봤다. 나에게 당신은 해고라고 말하는 사람이, 이 순간 “교훈”이라니, 해고되는 마당에 무슨 교훈을 떠올릴 수 있을까?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는 교훈을 알고 있었다.


‘한 가지 소득원을 가진 사람은 세상에서 가장 큰 리스크를 가진다.’


그렇다. 모든 직장들은 한 가지 소득원만 가지고 있다. 바로 월급. 그렇기 때문에 월급에 살고, 월급에 죽는 삶을 살 수밖에 없다. 상사가 아무리 부당한 일을 시켜도,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일인 줄 알면서도, 고객에게 나쁜 상품인지 알면서도, 월급을 끊어질까 두려워 직장 상사가, 아니면 회사가 시키는 일을 할 수밖에 없다. 직장인들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소득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직장인이야 말로 세상에서 경제적으로 가장 많은 리스크를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확실히 그 리스크는 언젠가는 확실한 현실이 된다.


사람들은 돈보다 목숨이 소중하다고 말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직장인들이 돈 때문에 목숨을 걸기도 한다. 소방관처럼 위험에 노출된 직장을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다. 많은 직장인들이 공황장애나 우울증을 안고 살아간다. 나 역시 오랜 기간 공황장애 약을 복용하였고, 한 때는 우울증 치료도 받았다. 예전 직장인일 때 출근길에서 가끔 지하철에서 쓰러지는 사람을 본다. 그런 사람을 볼 때마다, ‘저 사람도 공황장애구나’ 라고 속으로 생각한다. 그냥 병으로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통계에 따르면 매일 한강 다리에서 투신을 하는 사람이 평균 5.3명이라고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투신 자살 시도가 일어나는 것이 마포대교이다. 왜 하필 마포대교일까? 직장인의 스트레스 강도가 높은 여의도와 연결된 다리라는 점이 무관하지 않을 터이다. 나도 공황장애로 치료를 받던 시절, 지하철을 타지 못 해 자전거를 타고 마포대교를 왕복으로 출근하던 시절이 있었다. 퇴근 길에서 마포대교 위에서 소방차와 경찰차가 출동한 경우를 왕왕 보게 되었다. 그럴 때마다 속으로 ‘오늘도 누군가 다리에서 뛰어내렸구나. 제발 무사해야 할 텐데’ 라고 속으로 외친다. 우연일지도 모르지만 주식시장이나 코인시장이 폭락한 날에는 어김없이 마포대교 위에서 소방차와 경찰차를 보게 된다. 돈이 목숨보다 중요하지는 않지만, 돈 때문에 죽는 사람이 그 만큼 많다.


직장인들에게 해고는 죽음의 공포와 맞먹는다. 20년 넘게 회사에 충성하다 보면 회사 일 외에는 다른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한 사람들이 직장인이다. 정년이 60세로 보장되어 있는 나라에서 왜 해고의 공포에 시달려야 할까? 그것은 직장을 다녀 본 사람은 누구나 알 것이다. 갖가지 꼼수와 편법으로 사람을 해고시키는 중소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든든한 노조가 있어 해고가 쉽지 않다는 대기업도 불황이 닥치면 온갖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사람을 퇴사하게 만든다. 모 대기업의 경우 실적인 부진한 40, 50대 직원들을 퇴출시키기 위한 프로그램에 매년 수 천억이 넘는 비용을 지불한다고 한다. 금융권, 제조업, IT 기업에 관계없이 어떤 업종의 회사를 막론하고 50대 직장인은 회사에서 오늘, 내일 사라져도 이상하지 않는 존재가 되었다. 특히 퇴직 연령이 상대적으로 빠른 금융권의 경우 더더욱 그러하다. 점심시간 여의도 직장인들의 모습을 한번 봐라. 50대 직장인처럼 보이는 사람은 점심 시간 여의도에서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회사를 떠나야 하는 시점이 온다. 대한민국에서 퇴사는 40대부터 피부로 와 닿고, 50대가 되면 현실이 된다. 나는 불행인지 다행인지 퇴직의 공포를 남들보다 10년은 빨리 느꼈다. 그 당시 내 나이 39세였다. 39세에게 외국계 투자은행 상무로 되었고, 연봉 3억원짜리 근로계약서에 사인을 한 순간 나는 이미 마음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 연봉 3억원, 신기루다. 잠깐 내 인생에 나타났다가 조만간 사라질 신기루인 것이다. 나는 오히려 남들이 부러워하는 직장인이 된 그 순간, 이 삶이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는 것을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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