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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명한 자유 Mar 21. 2024

사랑하는 두 남자

누가 더 사랑스러운가

대학선배로 만난 지 10년 만에 드디어 결혼에 골인을 했습니다. 직장 때문에 주말부부로 신혼을 시작했고 금방 생길 것 같던 아가는 1년반이 다 되어가도록 소식이 없었습니다.


평소 급한 성격 덕에 강남의 병원까지 다니며 우리의 천사가 오기를 손꼽아 기다렸습니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가는 그해 여름 수해로 인한 밤샘 야근으로 태풍과 함께 날아가 버리고 마음고생으로만 끝이 나 버려서 더 초조해하다가 마음을 다잡고 수영도 더 열심히 하고 천사가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배란이 불규칙해서 임신테스트기와 배란테스트기를 매일 아침 끼고 살던 그때, 배란테스트기 두 줄을 보고 산부인과에 가서 피검사까지 했던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있었습니다.


내 사랑 유찬이를 가진 걸 안 날 선명한 두 줄을 보고도 믿기지 않아 테스트기를 두 번이나 하고 병원을 갔는데 산부인과에서는 너무 작아 확답을 줄 수 없다 하여 피검사를 또 했습니다.


결과를 기다리던 그 1분 1초가 천년 같았던 그날 오후, “임신 맞습니다” 하는 가장 듣고 싶던 그 한마디에 얼마나 감동의 눈물을 흘렸는지…. 그날만 생각함 힘든 육아도 거뜬히 이겨낼 힘이 불끈 솟아납니다.



늦은 나이에 첫애 임신이라 기다렸던 만큼 소중했고 그 후 9달간 친정아빠가 꾼 오이 꿈 덕에 ‘오이’라는 태명을 열심히 부르며, 부지런히 사는 엄마 모습도 태교라고 생각하고 정말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직장생활도 마지막까지 했습니다. 음악회, 전시회도 자주 가고 독서태교를 제일 열심히 했던 것 같습니다.



남들 막둥이 낳을 때 낳은 첫애지만 그렇기에 마음의 준비도 더 하고 몸도 만들면서 진통이 오기만을 기다렸는데 새벽에 뭔가 흐르는 느낌을 받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병원에 전화를 했더니 내원을 해야 알겠다 하셔서 출산준비가방을 들고 병원으로 갔습니다. 양수가 터진 게 맞다고 해서 바로 입원을 했습니다.


10시간을 진통 끝에 자연분만에는 성공을 못했지만 막달까지 초음파 찍을 때 얼굴 한번 제대로 안 보여준 아들을 보니 눈물부터 났습니다. 여자가 엄마가 되는 게 이런 감동이구나 싶고 많이 루게릭으로 아프신 친정 엄마 대신 시어머님 손을 잡고 진통을 겪어선지 더 마음이 찡하고 애잔해지더라고요.



모유 한 방울이라도 더 먹여보려고 갖은 애를 쓰고 밤새 숨소리만 커도 옆에서 잠 못 이룬 100일간, 신랑은 너무 작은 아들 안지도 못하고 어떻게 예뻐하는 줄도 모르고…. 거의 혼자 키우면서 서럽게 울기도 했었는데 어느덧 훌쩍 커버린 유찬이를 보니 너무 감사한 마음뿐입니다.



키우는 동안 제일 힘들었던 건 그동안 읽은 책에 나온 것을 바탕으로 나만의 방식과 자신감으로 누구보다 사랑으로 잘 키웠다고 자부했는데, 워킹맘이다 보니 유찬이가 아프고 입원할 때는 내가 일하는 게 잘하는 건가 너무 어려서 어린이집에 맡겨 그런가 하는 자책감으로 힘들었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어떻게 내게 와주 고마운 아이인데, 힘들게 가진 만큼 이렇게 예쁜 아들을 보면서 힘들어하면 안 된다는 그 마음이 저를 육아에 더 전념하게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엄마는 초인이 아닌데 주말엔 친정엄마 간호하고 주중엔 업무에 육아에 살림까지 퇴근 이후 또 하루가 시작되는 느낌이었지만 힘들다는 마음을 갖는 것조차 유찬이에게 미안해서 최선을 다해 놀아주고 안아주고 그러는 동안 몸이 너무 아파서  한 달은 병원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첫아이다 보니 몰라서 버벅대고 있을 때 육아가 혼자만의 힘듦이 아니라는 것을 느끼게 해 준 참 따스한 맘님들 글 덕에 맘카페에서 위안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리고 신랑 육아 동참은 처음은 너무나 힘들었는데, 어느 정도 크니까 어떻게 예뻐해 줘야 하는지 알고 점점 크면서 예쁜 짓 할수록 아빠랑 교감하는 것 같았습니다. 집안일도 분담해 가면서 신랑이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서 천천히 맡기고 다 하면 고맙고 사랑한다고 폭풍 칭찬을 해주네요. 예를 들어, 젖병소독, 빨래 널기, 청소기 돌리기, 재활용 쓰레기 버리기, 유찬이 목욕하는 것은 유찬아빠 몫이고, 유찬이 먹이고, 밥 차리고 치우고, 설거지, 빨래 개고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건 제가 주로 하는 편입니다.


시간이 지나니 유찬이 아빠도 저도 유찬이랑 놀아주는 건 익숙해지는 편이에요. 요새 부쩍 엄마를 알아보고 떨어지기 싫어해서 더 체력을 길러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하는 두 남자의 잠든 모습도, 걸어가는 뒤태도 정말 사랑스럽고 든든합니다.



그대를 만나서 정말 감사하고

그 후 내게 와준 두 번째 남자까지~~



두 남자 모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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