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캐나다에 오고 계속되는 눈에 몸도 마음도 얼어붙었다.
녹을라치면 다시 내려 길 옆은 눈 산이 커다랗게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제설 하나는 기가 막히게 빨리 잘해서 스노타이어 없이도 용케 겨울을 이겨 냈다는 것이다. 이 정도면 시청이 아니라 제설청이라 이름 붙여도 좋을 정도다. 감사한 일이다.
몇 년 만에 오는 추위인지 현지인들도 힘들었다고 하기에 네버엔딩 겨울일 것만 같더니 갑자기 봄이 왔다.
영하 20도의 추위는 한국에서 따뜻한 남쪽나라인 전라남도에 살았던 우리 가족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극강 추위였다.
길가에 커다란 산처럼 쌓였던 눈 산이 녹고 옷이 가벼워지듯 마음도 가벼워진다.
비가 맞기 힘들 만큼 제법 내리는 데 아침 등굣길 나온 사람들이 하나같이 우산을 안 쓰고 있어 놀랐다.
우리 아들들만 비바람을 막으려 우산을 쓴 것이다. 캐나다 사람들은 우산을 잘 안 쓴다는 말을 듣긴 했는데 진짜로 그럴 줄이야. 이 또한 문화차이겠지만 옷이랑 얼굴이 젖는데도 옷에 달린 모자 하나로 비를 막다니... 겨울비를 맞고 감기라도 걸릴까 노심초사하는 엄마 마음은 동서양을 안 가리는 게 맞는 거 아닐까?
지난주 내내 큰아들과 내가 감기에 걸려 한주가 어찌 지나간 줄 모르게 지나갔다.
첫겨울은 제일 많이 아프다던데 아무리 조심하려고 노력해도 캐나다의 난방 방식은 적응하기 아직 무리인가 보다. 아들이 심한 감기에 걸렸나 했더니 열이 펄펄 나서 학교에 못 가는 날이 있었다. 다행히 온라인 수업날이라 옆에서 지켜줄 수 있어 한시름 놓았나 싶었는데 밤새 잠 못 자고 지켜본 게 아들이 좀 좋아지고 나니 이번엔 내 차례다. 쉴 수없이 콧물이 흐르고 목도 아프더니 눈에서 레이저가 나오는 것처럼 계속 피곤하기만 했다. 먼 나라에 와서 아프니 힘들었는데 다행히 병원은 안 가고 타이레놀 콜드와 에드빌을 교차 복용하며 시간이 약이겠거니 하며 버티니 이제는 나아졌다.
캐나다는 병원비가 비싸기도 하지만 가도 3일 이상 열이 나야 검사의 의미가 있다 해서 아들의 면역력을 믿어보는 수밖에.. 해열제를 4시간에 한 번씩 투여하고도 꼬박 2일을 열이 났다. 이제 어린아이가 아님에도 어찌나 마음 졸이던지.. 밤새 열이 나서 아침에 학교를 못 갔던 날 병원 가자 했더니 하루 더 지켜보자는 아들.. "캐나다는 병원비가 비싸잖아!" 병원비를 벌써 걱정할 나이가 아닌데 괜히 마음이 더 찡했다. 보험을 짱짱하게 들어 병원비 걱정보단 아픈 아들 데려갔다 대기시간에 지쳐서 더 아플까 그게 사실 더 싫었던 건 사실이다. 다행히 염증이 가라앉았는지 2일째 밤은 해열제 효과가 더 있었고 밤새 열이 가라앉았다.
캐나다에서 3번의 겨울을 맞이한다는 아이가 셋인 지인은 온갖 상비약을 집에 쟁여두고 있다고 했다. 항생제도 있으니 필요하면 말만 하란다. 캐나다의 긴 겨울을 무사히 지나려면 3000mg 정도의 고용량의 비타민c를 챙겨 먹으라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아프면 몸보다 마음이 더 먼저 우울해진다. 특히 아이가 아플 때 엄마는 반 정도는 의사가 되지 않나 싶다. 엄마가 가장 가까이서 지켜보고 진단을 내려 처방하고 병원을 찾아가야 하니 말이다. 의료보험이 든든한 한국이 그립기도 했는데 과잉처방하지 않고 이 나라에 있는 동안은 내 몸의 면역력을 믿어 보련다.
스스로 치유할 시간을 주고 기다리기.
정말 오래간만에 여유로운 오후를 보낸다. 몇 년 만에 제일 추운 1월에 캐나다에 와서 공부하랴 집안일하랴, 아이들 챙기랴 나름 적응의 스트레스가 있었나 보다. 입술도 2번이나 쥐고 감기도 호되게 앓고 나니 어느덧 2달이 지나고 계절이 바뀌려 한다. 처음으로 어젯밤에는 캐나다 꿈도 꾸었다. 그래도 아직 한국 꿈을 더 많이 꾸고 있는 나는 돌아갈 곳이 있어 감사하다. 드디어 8주간의 한 텀이 끝나 2달간 함께한 친구들과 쫑파티를 하고 나니 새로운 시작을 하는 3월이 코앞으로 다가온 게 실감이 난다.
이번 주는 좀 더 여유롭게 클라이밍도 즐기고 매일 YMCA로 수영, 요가, 헬스도 하러 가고 현지 생활을 즐기고 있다. 운동을 하니 좀 더 긍정적이 되는 느낌이랄까!
캐나다는 3월이 한국처럼 새 학기는 아니지만 새봄맞이 기분으로 삼성 태블릿을 신랑이랑 하나씩 장만했다. 기계치인 나를 위해 변화하는 환경에 늘 빨리 적응할 수 있게 해 준 얼리어댑터 신랑에게 고맙다. 교재 불러와 수업시간에 노트하려고 레노버와 고민하다 삼성을 사서 왠지 애국자가 된 듯 나 자신을 칭찬했다. 코스트코만 가도 삼성 엘지 제품이 즐비한 걸 보면 자랑스럽다. 지금 사는 이 집에도 엘지 티브이와 삼성 전기 오븐이 있다. 새 학기 맞이 준비도 어느 정도 했고 또 8주를 달려 나가 봐야겠다.
또 얼마나 새롭고 다채로운 봄이 시작될지.. 2달간 열심히 한 덕분인지 90점이 넘어 더블패스를 한 덕에 레벨이 바뀌어서 그동안 함께한 친구들과 헤어져 새로운 반으로 가야 하니 새 학기를 시작하는 아이처럼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설렘반 걱정반..
그렇지만 내리는 봄비를 창밖으로 보며 여유롭고 걱정 없이 하루를 즐기기로 했다.
하루하루 젊어지는 경험, 20대 친구들과 함께 학교생활을 하니 젊어져야지 암요~
다시 20대로 돌아간 것 같은 매일을 즐겨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