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생. 인력사무소로 출근하다.

고등학생 / 십 대 / 알바 / 일자리 / 인력사무소

by 찐낭만 김강만

소스라치게 잠에서 깼다. 침대에서 몸을 일으키자 졸음은 단번에 도망쳤다. 긴장하고 있다는 것을 몸이 말해준다. 새벽 6시 30분. 나는 오늘 인력사무소로 첫 출근을 한다.


오늘 하루 고생 많을 거라고, 뜨끈한 물로 몸을 달랬다. 평소보다 몸을 더 구석구석 닦았다. 수증기로 가득 찬 욕실문을 열고 나설 때 내 몸 위에 남겨진 이슬방울들이 선명히 느껴졌다.


씻고 나오자 어머니가 아침을 차려주셨다. 아들이 일나간다고 어제는 비싼 회를 사다 먹이시더니 오늘 아침에는 진한 사골국물을 끓이셨다. 내 생각에 인력사무소란 차갑고 거친 곳이다. 그런 곳을 생각하며 삼킨 사골국물은 따뜻하고 부드럽고 정겨웠다.


나는 물류창고에 내려졌다. 사무실 문을 조심스레 밀고 들어서자 수많은 눈동자가 나를 향했다. 주름살이 잔뜩 낀 남자들은 내 눈을 찍고 일제히 그 아래로 시선을 흘렸다. 나는 가장 구석진 곳에 가서 섰다. 사무실 직원은 기계처럼 키보드를 뚜두리고 작업복을 껴입은 아저씨들은 팔짱을 낀 채로 고개를 파묻었다. 일이라는 것이 이토록 무겁고 따분한 것인지, 아니면 따뜻한 공기 탓에 모두들 잠에서 덜 깬 것인지 나는 알지 못했다. 시계 바늘이 9를 가리키자 사람들이 일제히 일어나 문밖으로 나갔다. 나도 뒤를 따랐다.


7시에 모든 일이 끝났다. 하루종일 지게차를 몰던 아저씨도 작업복을 벗어던졌다. 오늘 나의 일은 어렵지 않았다. 박스를 수없이 접고 잔뜩 쌓인 물건들을 접어둔 박스에 다시 집어넣는 게 나의 일이었다. 그러다 아저씨들이 다른 일을 시키면 후다닥 뛰어가 시키는 일을 또 했다. 아저씨들은 따뜻한 사무실에 때를 지어 들어와 우두머리부터 의자를 차지해 앉았다. 그들은 서로 마주 앉아 믹스커피를 마시거나 농담을 던지며 오늘 하루의 수고를 희석했다. 나는 아침과 같이 구석진 곳에 가 서있었다.


나는 서서히 알게 된 것 같다. 인력사무소에서 나오는 사람은 이방인 같은 존재라는 것을. 처음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설 때와 소변을 보며 아저씨들과 어색한 기류 속에 있을 때. 그리고 쉬는 시간, 따뜻한 사무실을 들어서면 불편한 시선을 한 몸에 받을 때. 하루 와서 하루 일하는 이방인 같은 존재가 바로 인력사무소 사람이다. 현장에서 사람들과 정 트기 전에 돈봉투 받아가서 사라지는 존재다. 그런데 나는 내일도 이곳으로 출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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