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유통기한
생을 다하기 직전의 잎처럼
벽지가 벗겨졌다
그 질긴 가죽은
심장에 붙어 매달렸다
그것을 너에게 주려는 듯
남아있는 고집으로
희고 빳빳한 벽지를 꺾는다
떨어져 나간 살점
편지에 끼워 너에게 건넸다
허공의 부실한 손목이 받았다
사람 깊은 곳에 살 가죽이
누런 색깔을 띨 수 있다는 걸
너는 알지 못하는 표정, 해맑게
만지작거리며 으스러지는
빈 방, 훤히 드러나는 뼈대
고대 벽화처럼 그을린 자국들
타버린 재 가루가 떨어진다
밤마다 책상 위에 흩어진 누런 글자들
시체처럼 몸이 부풀어 오르고
틈 사이로 새어 들어온 빛
열십자로 쌓인 글자들
한쪽 벽에 경전을 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