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기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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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찐낭만 김강만




유통기한


생을 다하기 직전의 잎처럼

벽지가 벗겨졌다

그 질긴 가죽은

심장에 붙어 매달렸다

그것을 너에게 주려는 듯

남아있는 고집으로

희고 빳빳한 벽지를 꺾는다

떨어져 나간 살점

편지에 끼워 너에게 건넸다

허공의 부실한 손목이 받았다

사람 깊은 곳에 살 가죽이

누런 색깔을 띨 수 있다는 걸

너는 알지 못하는 표정, 해맑게

만지작거리며 으스러지는

빈 방, 훤히 드러나는 뼈대

고대 벽화처럼 그을린 자국들

타버린 재 가루가 떨어진다

밤마다 책상 위에 흩어진 누런 글자들

시체처럼 몸이 부풀어 오르고

틈 사이로 새어 들어온 빛

열십자로 쌓인 글자들

한쪽 벽에 경전을 새긴다

월, 목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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