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선언문
방황이 나의 길입니다
아무리 회유하고 설득해도
내가 정도를 걷는 일은 없을 겁니다
죽음이 나의 삶입니다
세상 일이 아무리 진지하다고 한들
죽음 앞에서는 민들레씨 한 톨이 되어 흩날릴 뿐입니다
의미는 서사 속에서 나옵니다
내 삶은 방황과 죽음의 서사이고,
그것이 나의 선택입니다
이것을 부정하거나 치유하려 한다면
그것은 내가 지닌 모든 가치를 없애려는 것이고
그제서야 나는 정말로 방황하고
정말로 죽을 것입니다
공부에 관해서는 내 서사가 없다. 노력없이 이뤄냈기 때문에, 어떠한 치열함도, 처절함도 없다. 나는 우리 학교를 사랑하지만, 자부심을 느끼지는 못한다. 자부심은 쟁취해낸 대상을 향한 감정이기 때문이다. 나는 이곳으로 ‘흘러들어왔을’ 뿐, 죽도록 공부하여 ‘합격해내지’ 않았다. 합격할 마음도 없었다. 이것은 사람이 자신의 혈연인 가족을 향해 자부심을 느끼지 않는 것과 동일하다. 가족은 운명의 상대이자 사랑의 대상이지, 쟁취의 상대가 아니다.
반대로 공부에 반하여 ‘엇나가는 일’, 내적으로 축적되어있던 에너지를 어느 한 방향으로 쏟아내는 일에 관해 나는 입시 시절을 가장 적합한 서사의 출발점으로 삼을 수 있다. 사람의 삶은 곧 서사이므로, 오히려 나의 삶은 거기에 있는 것이다. 초등학생 때 이후로 성인이 되기 전까지는 행복해본 기억이 없다. 사람에게 가장 큰 행복은 자기 곁에 사람을 두는 것이다. 그런데 그때의 내게 사람은 적이었다. 잠재적으로 위해를 가하거나, 나를 짓누르고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타자. 몇몇 사람들은 학력과 성적, 직업적인 미래를 바라보며 내가 가진 것을 과대평가한다. 그런 이들은 내가 겪고 있는 문제를 조금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사실 어느 것도 가져본 적이 없다. 이제 나의 목적은 나를 죽이는 것이다. 그 속에서 이야기를 새롭게 써내려가는 것이다. 이것 외엔 할 말이 없다.